<체르노빌 참사 30주년>사고원인·대책 두고 여전히 엇갈린 주장

2016. 4. 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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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옛 소련 기계성 소속으로 체르노빌 참사 이후 약 1년 동안 사고 수습을 지휘했던 이고리 오스트레초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체르노빌 원전사고 수습기구 '콤비나트'의 수석 엔지니어로 소련 검찰의 사고 조사에도 참여했던 블라디미르 코마로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모스크바 체르노빌 피해자 동맹' 후원위원회 위원장 블라디미르 시넬니코프.

(모스크바=연합뉴스) 유철종 특파원 = 인류 역사상 최악의 원자력 사고로 기록된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가 발생한 지 30주년을 맞았지만 사고 원인과 대책 등을 두고선 여전히 견해가 엇갈리고 있다.

체르노빌 참사 30주년을 맞아 2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타스 통신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한 전문가들은 사고 원인에 대해 원자로의 기술적 문제라는 주장과 소련 당국의 무리한 원전 운영 때문이라는 주장을 동시에 제기했다.

사고 원자로를 덮고 있는 콘크리트 방호벽의 안전성에 대해서도 붕괴 위험과 제2의 방사능 유출을 경고하는 목소리와 함께 큰 문제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참석자들은 그러나 체르노빌 사고와 피해자들에 대한 정부의 무관심엔 한 목소리로 불만을 토로했다.

옛 소련 기계성 소속으로 체르노빌 참사 이후 약 1년 동안 사고 수습을 지휘했던 이고리 오스트레초프는 원전 폭발 사고의 가장 중요한 원인으로 원자로 설계상의 결함을 꼽았다.

그는 "1975년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원전에서 비슷한 방사능 물질 유출 사고가 있었다"며 "사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레닌드라드 원전과 체르노빌 원전에서 사용된 것과 같은 유형 원자로(RBMK 원자로)의 설계상의 문제점이 지적됐고 이를 해결해야 한다는 결론이 도출됐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체르노빌 사고 때까지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오스트레초프는 "다소 개선되긴 했으나 기본적으로 같은 유형의 원자로 11개기가 아직도 러시아의 레닌그라드 원전, 스몰렌스크 원전, 쿠르스크 원전 등에서 가동되고 있다"며 "이 낡은 원자로들은 기본적으로 안전도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체르노빌 원전사고 수습기구 '콤비나트'의 수석 엔지니어로 소련 검찰의 사고 조사에도 참여했던 블라디미르 코마로프는 소련 지도부의 무리한 원전 가동이 사고를 초래했다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당시 소련 공산당 중앙위원회 간부가 체르노빌 원전 책임자에게 원전 가동률을 무리하게 높이라는 지시를 했고 이것이 사고로 이어졌다"면서 "원전 책임자는 해고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공산당의 이같은 지시를 거역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폭발을 일으킨 4호 원자로를 덮고 있는 콘크리트 방호벽의 안전도에 대해선 이미 대부분의 핵연료와 핵물질이 사고 당시 불에 타 대기로 분출됐기 때문에 방호벽이 붕괴되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고 회견에 참석한 일부 전문가들은 주장했다.

오스트레초프는 "사고 당시엔 서방의 비난을 우려한 정치적 이유로 밝히지 못했지만 핵연료와 방사능 물질의 95~97%가 불에 타 대기로 방출됐으며 원자로 안에 남아있는 것은 일부 폐기물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남은 핵폐기물에서 나오는 방사능 유출을 우려해 수십억 달러가 드는 철제 방호벽을 추가로 건설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면서 "기존의 콘크리트 방호벽을 아예 부숴버리고 그 위에 모래를 덮어씌우는 것이 가장 안전한 대책"이라고 주장했다.

코마로프도 "폭발 후 녹아내렸던 핵연료가 원자로 아래쪽에 설치돼 있던 안전장치인 액체저장소로 흘러들어 냉각됐고 이후 모래·납과 뒤섞여 냉각된 상태이기 때문에 방사능 추가 유출 위험이 없다"면서 "현재의 콘크리트 방호벽으로도 충분하다"고 비슷한 견해를 밝혔다.

이같은 주장은 아직도 사고 원자로 안에 상당한 양의 핵물질이 그대로 남아있으며 콘크리트 방호벽이 붕괴할 경우 제2의 방사능 유출 참사가 빚어질 수 있다는 다른 전문가들의 주장과 배치되는 것이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사고 원자로 안에 95%의 미사용 핵연료가 남아있다"면서 "약 180t의 우라늄-235와 방사능에 오염된 철, 콘크리트, 유리 등의 폐기물 약 7만t, 수십t의 핵분진 등이 콘크리트 방호벽 안에 들어 있다"고 주장한다. 체르노빌 원전 측은 현재 추이로 볼 때 6년 뒤면 기존 콘크리트 방호벽이 자체 붕괴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를 밝히고 있다.

이날 회견 참석자들은 그러면서도 소련 정부를 이은 러시아 정부가 체르노빌 원전 사고에 대해 갈수록 관심을 잃어가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모스크바 체르노빌 피해자 동맹' 후원위원회 위원장 블라디미르 시넬니코프는 "최근 TV로 생중계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국민과의 대화'에 앞서 체르노빌 피해자들이 원전 사고와 관련한 수많은 질문을 보냈으나 하나도 채택되지 않은 것이 정부의 의도적 무관심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cjyou@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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