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해운업]한진해운 '경영권 포기'론 부족..당국, 대주주 사재 출연 압박

이주영·김보미 기자 2016. 4. 25.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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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채권단, ‘용선료 인하·사채권자 채무 재조정’도 요구
ㆍ4112억 자구안 제출…최은영 회장 주식처분도 악재

모형과 달리 앞날은 ‘캄캄’ 한진해운이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를 신청한 25일 서울 여의도 한진해운 본사 로비에서 직원들이 컨테이너선 모형 전시물 주변을 지나가고 있다. 강윤중 기자 yaja@kyunghyang.com

한진해운이 25일 채권단 공동관리(자율협약) 신청서를 제출하면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경영권 포기 각서를 함께 제출한 것은 자율협약 불발 시 그룹 전체가 휘청거릴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금융당국과 채권단은 경영권 포기 확약을 포함한 한진 측의 자구노력 없이는 채권단의 지원이 수반되는 자율협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한진해운의 자율협약이 개시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용선료(선박 임대료) 인하 협상, 사채권자의 채무 재조정 계획 등 자율협약이 개시되기에 앞서 구체화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채권단이 즉각 자구계획안 보완을 요구한 이유다. 채권단과 한진해운 간의 힘겨루기는 이제 시작이라 할 수 있다.

한진해운이 조 회장의 경영권 포기 각서를 제출한 것은 산업은행, 금융당국 등과 물밑 조율한 결과다. 통상 자율협약을 신청하는 과정에서 채권단은 추후 발생할 분쟁을 막기 위해 경영권 포기 각서를 함께 받는다.

지난 22일 한진해운이 자율협약 신청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하고 경영정상화 방안도 내놓지 않으면서 금융당국과 채권단 분위기는 격앙돼 있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조 회장이 경영권을 포기하겠다는 확약을 하고 감자(자본금을 줄이는 것) 시 다른 사람보다 대주주 지분을 더 크게 떨어뜨리겠다고 약속하는 정도의 자구책이 아니면 자율협약이 이뤄질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자율협약 개시 여부에 대해선 채권단의 최종 판단이 남아 있다. 한진해운은 용선료 조정 및 채무조정, 상표권·벌크선을 포함한 자산 매각 등을 통해 총 4112억원 규모의 유동성 확보 방안을 내놨다. 하지만 채권단은 한진해운이 낸 자구방안이 구체적이지 못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한진해운은 연간 1조원에 가까운 용선료를 지불하고 있는데 이 비용을 줄이지 않으면 지원이 이뤄지더라도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다. 해외 선주들이 용선료를 인하해주고, 사채권자들이 만기를 연장하면서 출자전환에 동참하는 ‘고통 분담’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앞서 현대그룹은 현대상선이 자율협약에 들어가기에 앞서 현대증권 재매각 추진과 현대상선 사업부 및 자산 추가 매각, 300억원 규모의 현정은 회장 사재 출연 등을 포함한 자구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용선료 인하 협상 계획 등을 제시했고, 채권단도 이에 동의해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에 찬성했다.

한진이 제출한 자율협약 신청서에는 사재 출연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채권단 일각과 금융당국에서는 부실경영에 책임이 있는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나 조 회장이 성의를 보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구나 최 회장은 한진해운 주식 처분 과정에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1차적으로는 최 회장에게 부실경영의 책임이 있지만, 채권단이 지금껏 조 회장을 믿고 채권 행사 유예나 자금을 지원해왔다는 점에서 조 회장도 자유로울 순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진그룹 내부에서는 2014년 조 회장이 회사를 인수한 뒤 1조원 이상의 재원을 조달했다는 점을 들어 사재 출연 요구에 난색을 보이고 있다.

<이주영·김보미 기자 young78@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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