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정책 새판 짜야 한다]중국 파고와 글로벌 불황..표류하는 '수출 한국호'의 SOS

김보미 기자 2016. 4. 24.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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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돌파구 못 찾는 조선·해운

먹구름 잔뜩 낀 옥포조선소…햇빛은 언제 비칠까 경남 거제시 옥포동 대우조선해양 옥포조선소 전경. 지난 21일 국내 조선 업계의 앞날을 예견이라도 하듯 하늘에 먹구름이 짙게 깔려 있다. 김정훈 기자 jhkim@kyunghyang.com

압도적인 세계 1위였던 한국 조선업과 수출품을 실어나를 해운업이 생사의 기로에 섰다. 정부의 최우선 구조조정 대상으로 지목된 이들 산업은 중국의 급성장과 세계적인 불황, 저유가 탓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의 선박 발주량 분석을 보면 올 1분기 전 세계에서 77척, 232CGT(표준화물선 환산톤수)의 배가 발주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의 4분의 1 수준이다. 이 중 한국 기업들이 수주한 배는 8척(17만1000CGT)에 불과하다. 물량이 지난해 1분기의 6%(CGT 기준)밖에 안되는 ‘수주절벽’에 직면했다.

현대중공업과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빅3’가 이끌고 있는 한국 조선업은 2000년부터 세계 1위를 지켜왔지만 지난해 10월부터 중국에 선두를 내줬다. 중국 조선사들은 올 1분기 전 세계 발주량의 절반(182만3764CGT)을 가져갔다.

호황기에는 분기별로 600만~700만CGT씩 쌓아뒀던 일감도 빠르게 줄고 있다. 3월 말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잔량은 2759만CGT 정도. 1~2년 안에 건조가 끝나는 양이다. 새로 수주하는 물량이 없어 이후로는 조선소를 어떻게 가동해야 할지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급부상하는 중국 조선업체들을 피해 10여년 전부터 뛰어들었던 해양플랜트 사업은 여전히 한국 조선업의 발목을 잡고 있다. 바다에 매장된 석유·가스 등을 시추·생산하는 해양플랜트는 국내 조선사들이 충분한 기술과 경험 없이 뛰어들었다가 엄청난 손실을 본 사업이다. 지난해 조선 ‘빅3’의 이 부문 영업손실은 6조원이 넘는다.

게다가 요즘은 유가가 배럴당 30달러 선까지 떨어지면서 발주처에서 인수를 늦추는 등 애물단지가 되고 있다. 해양플랜트는 최근 2~3년간 조선 ‘빅3’ 매출의 50~75%를 차지하던 부문이어서 타격이 더 크다. 조선업체 관계자는 “유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해양플랜트 시장은 유가가 배럴당 50~60달러 수준까지는 올라가야 회복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해운업은 장기 불황 속에 전 세계 업체들이 ‘치킨게임’ 수준의 경쟁을 벌이고 있다. 운임 단가를 낮추는 것 외에는 차별화 방법이 없다보니 수요와 상관없이 저마다 대형 선박을 늘리고, 선사 간 인수·합병을 한 탓에 공급이 폭발적으로 늘면서 운임이 급락했다. 지난 15일 기준 중국 상하이에서 유럽으로 가는 컨테이너의 운임지수(SCFI)는 6m짜리 컨테이너 1개당(TEU) 271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 평균(697달러)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해운업체 관계자는 “국내 해운사들의 경쟁력이 떨어진 데에는 불황이 시작된 시점부터 외국 정부들이 자국 해운사들을 지원했던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세계 1위 해운업체인 머스크는 자국 덴마크 정부에서 62억달러, 수출입은행에서 5억2000만달러를 대출 지원받았다. 세계 3위 선사 하팍로이드는 지분 20.2%를 독일 함부르크시에서 7억5000만유로에 매입해줬다.

중국원양운수(COSCO)에는 중국은행이 108억달러를 신용 지원했고, 중국초상은행이 49억달러를 대출해줬다.

또 다른 해운업체 관계자는 “국내 해운사들도 지난해 정부에 금융지원 건의를 했지만 이뤄진 조치는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외 선사들에 용선료 인하를 압박하기 위해 정부가 해운업 구조조정을 강조한다는 시각도 있는데, 영업 쪽에서는 해외 선사들이 한국 해운사를 기피하도록 만드는 부작용만 생길까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보미 기자 bomi8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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