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사 Live] 첨성대 꼭대기엔 정자가 있었다
신라 선덕여왕 대(632~647년)에 축조된 이후 단 한 차례도 무너지지 않은 위대한 건축물로 알려져온 첨성대(瞻星臺). 이 같은 통념과 달리 첨성대가 심각하게 파손됐다가 원형과 다르게 복구됐다면 어떨까.
첨성대 전문가인 장활식 부산대 교수는 국립문화재연구소가 발간한 문화재지(誌)에 '경주 첨성대의 파손과 잘못된 복구'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해 관심을 끌었다. 국립문화재연구소의 2009년 '첨성대 실측 및 훼손도 조사' 자료와 고문헌 등의 분석을 통해 첨성대가 전체적으로 원형에서 크게 벗어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주 첨성대는 맨 밑에 사각형 기단 2층, 그 위에 원통형 몸체 27층, 맨 위에 사각형 정자석(井字石) 2층 등 총 31개층으로 이뤄져 있다. 맨 꼭대기인 31층의 우물정(井)자 석재는 훼손이 극도로 심해 북편 석재의 서쪽이 대각선으로 깨져 모퉁이가 없어졌고, 동쪽에는 금이 가 있다. 남쪽 석재의 동쪽 모퉁이도 떨어져 나갔다.
특히 대각선 방향의 파손은 단순한 자연현상으로 설명될 수 없는 부분이다. 그 아래 입구(口)자 모양의 30층에는 '은장(隱裝·석재를 고정했던 금속고리)'을 설치한 흔적이 뚜렷이 남아 있지만, 은장 4개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다.
첨성대 몸통 상부 석재와 하부 석재의 가공법이 서로 다른 것도 석연찮다. 하층부 석재는 전부 모가 둥글게 가공된 반면 상층부 석재는 전반적으로 모가 각진 데다 중간중간 둥근 석재들이 불규칙하게 섞여 있다. '경주 순창 설씨 세헌편'에 기록된 '설총은 항상 백구정(白鷗亭)에서 노닐었는데 첨성대 상층에 대(臺) 이름 석자는 공(公)의 친필'이라는 글귀도 첨성대의 파손 또는 보수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현재 설총이 썼다는 글자가 첨성대 그 어디에도 남아 있지 않다.
이 같은 사실을 종합할 때 첨성대는 여러 차례 무너졌고 그 뒤 복원이 되기는 했지만 제대로 된 고증 없이 이런 작업이 진행되다 보니 원래 모습에서 크게 어긋난 것으로 보인다. 첨성대가 붕괴됐다면 언제며, 피해 규모는 어느 정도였을까. 혜공왕 15년(779년)에 사망자 100여 명을 낸 규모 6.7 지진이 있었다. 첨성대는 동시대 건물들과 마찬가지로 지진을 고려해 설계됐다. 따라서 지진으로 첨성대가 붕괴됐을 개연성은 낮다.
장활식 교수는 이에 대해 "13세기 몽골군 침입과 16세기 말 임진왜란 때 피해를 입었을 것"이라며 "훼손 정도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두 번 이상 무너졌다고 봐야 한다"고 했다. 17층 이하는 대체로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미뤄 18층 이상이 주로 타격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첨성대 윗부분에 밧줄을 걸어 인위적으로 끌어당겼을 것으로 판단된다.
설총의 백구정도 첨성대 위의 정자를 지칭한다는 게 장 교수 얘기다. 통감부관측소장을 지낸 와다유지는 첨성대 원형 추정도를 그리기도 했다. 한 번도 발굴된 바 없는 첨성대 지하에는 많은 정보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경주 첨성대가 신라 문화유산을 대표하는 만큼 주변 발굴과 원형 복원을 위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말이 그래서 나오고 있다.
그렇다면 첨성대의 용도는 무엇이었을까. 전해오는 문헌이 없는지라 별을 바라본다는 뜻의 첨성대라는 명칭에서 천문관측 시설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별을 관측하려면 쉽게 오르내릴 수 있는 구조여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못하다는 데서 논란도 지속된다.
첨성대라는 거대한 표의 그림자를 지상의 규(圭)를 통해 관찰해 방위, 시차, 계절 등을 측정했다는 규표설, 고대 중국의 수학 및 천문학 서적인 주비산경을 반영해 세웠다는 주비산경설, 불교의 수미산 형상을 본떠 만들었다는 수미산제단설, 토속신앙인 영성제와 관련 있다는 영성제단설, 생명의 근원인 우물의 형상을 표현해 풍년을 기원했다는 우물제단설, 첨성대가 지상세계와 천상세계를 연결하는 통로라는 우주우물설 등 학설이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고대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성스러운 탑인 지구라트를 모방했다는 지구라트설까지 등장했다.
[배한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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