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꿀팁] 복제개, 과연 윤리적인가

한국일보 입력 2016. 4. 20. 14:55 수정 2016. 4. 20.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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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말 한 지상파TV 프로그램에서 복제개 이야기를 다뤘다. 체세포 복제 기술을 사용해 죽은 반려견도 복제할 수 있는 '복제견 시대'가 열렸다는 내용이다. 반려동물을 잃고 '펫로스(Pet-loss)'로 괴로워한 경험이 있거나 노견을 기르며 걱정하는 사람들 중에 귀가 솔깃한 사람도 있었을 것이다.

반려견 복제는 개의 난자에 복제하기를 원하는 개의 체세포를 주입해 만든 복제수정란을 대리모 개의 난관에 이식하는 과정을 거친다. 과연 반려견을 복제하면 '태양의 후예'에서 죽은 줄 알았던 유시진 대위가 살아 돌아오듯 완벽하게 똑같은 개를 다시 얻을 수 있을까.

현재 전 세계에서 반려동물 복제서비스를 제공하는 유일한 기관 2곳이 우리나라에 있다. 황우석 박사가 이끄는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서울대 수의대다. 특수목적견을 위주로 한 서울대와 달리 2005년 복제견 '스너피'를 시작으로 700여마리를 복제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힌 수암생명공학연구원의 반려견 복제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주로 외국인들이다. 한 마리당 10만달러, 우리 돈 1억2,000만 원을 지불하면 자신의 개를 복제할 수 있다.

논란이 되는 것은 복제한 개의 건강이다. 수암연구원 관계자는 언론을 통해 복제동물의 건강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복제된 반려동물이 수명이 다 할 때까지 건강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 과학적으로 검증된 바가 없다.

외국에서는 반론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높다. 2008년 유럽식품안전국(European Food Safety Authority)에서는 동물복제가 대리모, 복제동물의 건강과 복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고 발표했다. 특히 잦은 유산, 질병, 신체적 기형과 결함, 낮은 생존율 등을 강조했다. 이에 지난해 유럽의회는 농장동물의 복제를 법적으로 금지하는 권고안을 의결했다.

"한 가정의 행복 위해 수백 마리 동물에게 고통을 주는 일"

동물보호단체들은 복제견 생산과정에서 난자를 제공하는 '도너(doner)' 동물과 대리모 동물에게 큰 고통과 스트레스를 준다고 지적한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동물 한 마리를 복제하기 위해 수많은 동물들이 희생되는 문제도 있다. 영국 왕립동물보호협회(RSPCA)와 미국 휴메인소사이어티(HSUS) 등 동물보호단체들은 체세포를 착상시켜 복제동물을 만드는 과정이 난자를 제공하는 '도너(doner)' 동물과 대리모 동물에게 큰 고통과 스트레스를 준다고 지적했다. 특히 개는 체외배양이 어려워 개복수술로 배란된 난자를 꺼내야 한다.

이 때문에 2008년 수암생명공학연구원과 손잡고 어머니의 반려견 '미씨(Missy)'를 복제했던 미국 바이오아츠사의 대표 루 호손 박사는 동물복제 연구에서 손을 뗐다. 그가 20년 동안 추진한 개 복제 사업을 그만둔 이유 중 하나는 '한 가정에 행복을 가져올 수 있지만 대신 수백 마리의 동물들을 큰 고통에 몰아넣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호손 박사는 국내의 개 복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2014년 영국 '미러(The Mirror)'지와 가진 인터뷰(http://www.mirror.co.uk/news/world-news/cloned-dogs-scientist-lou-hawthorne-3402419)에서 “한국은 복제에 사용하는 개들을 식용 개 농장에서 싸게 사오고 수술이 끝나면 다시 농장으로 돌려보내 도살되거나 폐기처분되게 한다”고 말했다.

퓰리처상을 수상한 미국의 탐사전문기자 존 웨스텐딕도 저서 '개 주식회사(Dog, Inc)'(http://www.johnwoestendiek.com/book.html)에서 한국은 복제견 5마리와 복제 고양이 11마리를 얻기 위해 난자 ‘도너’로 319마리, 대리모로 214마리 및 3,656개의 배아를 사용했다고 폭로했다. 그는 한국에서 개 복제 기술이 발달한 이유가 개 복제에 대한 윤리적 잣대가 다른 국가보다 월등하게 낮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수암연구원 측은 지난해 9월 미국 공영방송 NPR과 인터뷰(http://www.npr.org/sections/health-shots/2015/09/30/418642018/disgraced-scientist-clones-dogs-and-critics-question-his-intent)에서 수술에 사용하는 동물들이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실험 동물을 어디서 구입하며 실험 후 어떻게 처리하는 지에 대해서는 답변을 거부했다.

'복제된 동물'은 정말 살아 돌아온 '내 아이'일까?

다른 동물들의 생명과 엄청난 비용을 들여 만든 복제견은 과연 원래 반려견과 똑같은 존재일까.

'죽은 반려견과 똑같이 행동한다'며 놀라는 사람들도 있지만 같은 존재가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찮다. 동일 유전자라도 환경에 따라 형질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동물의 성격과 행동은 후천적 요인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즉 복제견이 죽은 반려동물의 '부활'은 아니라는 얘기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은 '복제'라는 말에 솔깃할 만큼 반려동물을 잃는 두려움이 크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좋아하는 이유가 유전자 때문은 아니다. 오랜 세월 함께 지내며 웃음과 눈물 등의 추억을 공유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앞선 기술도 아직 추억까지 복제하지는 못한다.

세계적으로 앞선 독보적인 기술을 갖고 있더라도 반려동물을 잃고 슬픔에 빠진 사람들을 이용해 돈벌이를 하는 게 맞는 지 의문이다. 아직 우리는 생명 복제 허용을 놓고 법적 규제는 물론이고 사회적 합의조차 제대로 돼 있지 않다. '세계 유일'을 강조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생명 윤리와 동물복지 수준을 우선 점검할 필요가 있다. 방송에서 본, 웰시코기 새끼들을 품어 젖을 물린 누렁이의 눈망울이 자꾸 떠오른다.

이형주 동물보호 활동가·크루얼티프리 인터내셔널 동아시아지부 캠페인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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