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 노인분장 후 화장실서 기도드린 사연(인터뷰)






[뉴스엔 글 조연경 기자/사진 이재하 기자]
호불호가 갈릴 수 밖에 없는 시도였다. 예쁜 미모를 잔뜩 뽐내다가 정작 마지막엔 노인 분장이라니. 결국 감독의 고집을 꺾지 못했고 감독에게 설득당했지만 배우 본인이 선택한 결정이었고 직접 연기한 연기다.
직전까지 고민했고 여전히 걱정되는 마음이지만 연기를 하는 그 순간 만큼은 또 잘해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영화 '해어화'(감독 박흥식/감독 더 램프)의 한효주는 한 떨기 꽃처럼 피어나 만개한 연기력과 미모까지 배우로서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데 성공했다.
캐릭터 설정 자체가 기생이었다. 영화에서는 '기생' 보다 '예인'으로 더 많이 표현되지만 어쨌든 누가봐도 "예쁘다"는 탄성이 절로 터질 법한 비주얼에 노래와 가무까지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로 익혀야 했다. 존재 자체 만으로 매력적이어야만 했던 캐릭터. 한효주에게도 분명한 도전이었다.
외모를 가꾸는 것 보다는 전체적으로 태가 나는 느낌을 주고 싶어 그 지점에 포인트를 맞췄다는 햔효주는 "'해어화'는 정가, 한국무용 등 배워야 할 것들이 많았던 만큼 정말 배운 것이 많은 작품이다. 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촬영이 조금 딜레이 되면서 준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벌었다"며 "3~4개월을 매일 비슷한 시간표대로 지내다 보니까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익혀지더라"고 말했다.
'기생'이라는 단어도 한효주에게는 조금 더 다르게 받아들여졌다. "지금 우리가 '기생' 하면 약간 선정적이기도 하면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어느 정도는 고정화 돼 있지 않냐"고 전하 한효주는 "하지만 준비를 하면서, 또 촬영을 하면서 '문화를 계승한 사람들이구나'라는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됐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기생 조합이라는 것도 생겨나면서 정말 문화인 쪽에 더 가까워졌더라"며 "하나 하나 배워나가는 과정이 재미있었다. 몰랐던 사실을 많이 알게 됐다"고 밝혔다.
한효주의 말처럼 과거의 권번은 현재의 매니지먼트, 그리고 과거의 기생은 현재의 연예인과 비슷한 맥락으로 설명될 수 있다. 때문에 똑같은 경험을 하지는 못했어도 소율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었다는 한효주다. 그래서인지 완성된 영화를 보면서도 머리가 복잡해질 정도로 많은 생각이 들었다고.
한효주는 "영화 자체가 생각을 많이 하게 한다. 뒤에 던지는 메시지도 있고. 오히려 영화를 보고 나서 더 걱정이 많아졌다"며 "어쨌든 난 내 모습을 보는 것인데 나 조차도 처음 보는 얼굴들이 들어가 있으니까 참 낯설더라. 나도 이런데 관객들은 어떻게 받아들여 주실까 싶다. 후반부에는 심지어 노인 분장까지 하지 않냐. 긴장되고 떨린다"고 토로했다.
망설이고 또 망설였던 노인 분장이다. '굳이 한효주가 직접 연기해야 했나'라는 의구심을 표할 수 밖에 없는 장면들. 앞서 많은 작품에서 여러 배우들이 노인 분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흥행을 떠나 작품 자체 내에서 '신의 한 수'가 되기 보다는 '악수'가 된 적이 많았다. 분장이라는 것을 100이면 100 알아챌 수 밖에 없는 관객 입장에서는 끓어 올랐던 감정이 식는 만큼 몰입도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한효주가 이를 몰랐을리는 없다. 그래서 노인 분장을 하기 전까지 감독과 끊임없이 논의했고 상의했다. 박흥식 감독은 "한 여자가 극을 처음부터 끝까지 이끌어 가고, 그 인생을 담아내는데 마지막 5분에 함축적인 메시지가 실린다. 그 대사를 다른 배우에게 넘기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분장에 대한 부담이 있었던 것은 당연하지만 전혀 새로운 사람이 나와서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도 아니다는 생각이 강했던 것.
한표주는 "불편함이 있을 수도 있지만 영화적으로는 그게 맞다고 생각하신 것 같다. 말 그대로 영화니까. 나도 애초 '해어화'를 선택했던 이유가 '그 땐 왜 몰랐을까요. 이렇게 좋을걸'이라는 대사 한 줄이었다. 짙은 회한이 담긴 대사인데 그 대사 한 마디에 정말 많은 것이 담겨 있다. 나조차 그 중요한 대사를 넘겨줄 수 있을까 엄청나게 고민했던 것도 사실이다"고 털어놨다.
이어 "내 안에서도 큰 의미의 대사였고 그래서 그 신 자체에도 큰 의미를 부여했다. 결국 노인 분장을 하기로 결심했다"며 "촬영 전 날에는 긴장되고 떨려 거의 잠을 못 잤다. 근데 아니나 다를까 촬영 당일 그 대사를 하려고 하는데 너무 부담이 됐는지 연기가 잘 안 됐다. 한 테이크를 가고 난 후 패닉 상태에 빠졌다. 내가 지금 이걸 위해 4개월을 달렸는데 잘 해내지 못하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 고백했다.
또 "도저히 안되겠다 싶은 마음에 휴식을 잠시 원했고 화장실 제일 끝 방에 혼자 기어 들어가 하느님께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다. 원래 하느님을 잘 안 찾는데 그 날은 나도 모르게 찾게 되더라. 이걸 찍는 몇 시간 만큼은 제발 그 사람이 느끼는 감정을 그대로 느끼게 해 줬으면 좋겠다고. 부탁 드린다고 계속 기도를 했다"며 "그렇게 다시 나가서 촬영을 끝냈는데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평생 처음 느낀 감정이었다. 그 때 만큼은 소율이 내 옆에 가깝게 살아있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신을 다 찍고 나서도 감정을 추스리기 쉽지 않았다. 한 편으로는 후련하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박흥식 감독은 한효주와의 첫 미팅 때 "이건 모차르트와 모차르트의 얘기다"는 말을 했다고 한다. 어느 한 쪽이 재주가 없어 열등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능력을 미처 생각지 못하고 열등감에 빠지게 되는 이유였다. 한효주를 공감케한 이 말은 '해어화'를 촬영하는 4개월 내내 한효주의 마음을 지배했다. 나를 모른 채 누군가만을 질투하고 욕망하는 감정. 동갑내기 여배우 천우희와 진짜 모차르트가 돼 임했던 시간 속에서 더 이상 성장할 것이 없어 보였던 한효주는 또 한 차례 성장하는데 성공, 여배우로서 자신 만의 입지를 굳혔다.
뉴스엔 조연경 j_rose1123@ / 이재하 ru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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