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구마모토 연쇄 지진]5일째 피난 생활, 차 안 노숙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사망도
[경향신문] ㆍ산사태로 고립된 미나미아소 르포
ㆍ관료주의 탓 또 구호품 늑장…시설·인력 모자라 배급 차질
ㆍ여진 600회 넘어…사망 47명

“허리를 더 뒤로 젖히시고….”
19일 오전 6시50분 일본 구마모토(熊本)현 미나미아소(南阿蘇)의 아소산 중턱에 있는 피난소 주차장에 이재민들이 모여 체조를 했다. 40대 이재민은 “온 가족이 자동차 안에서 먹고 잔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모를 것”이라면서 “이렇게 계속 지내다가는 제명에 살 수가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늘부터 아침체조를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14일 강진이 시작된 지 닷새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비좁은 피난소에서 머물다가 쓰러지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실내 피난소가 부족해 차 안에서 노숙을 하다가 통증과 호흡곤란으로 병원에 이송되는 이들이 많다.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으로 인한 사망자까지 나왔다. 구마모토현에서 이번 지진 이후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으로 인한 혈액순환 장애 등의 진단을 받은 사람이 22명이다. 구마모토시에 사는 51세 여성은 집 앞 차에서 내리다 쓰러져 숨졌다.
아소(阿蘇)시의 한 대피소에서 생활하던 77세 여성은 지난 17일 화장실에서 쓰러진 뒤 급성심부전으로 숨졌다. 평소 질병이 없었고 지진에 직접 다치지 않아 현지 언론들은 재해에 따른 정신적 고통으로 숨졌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19일 오전 미나미아소에서 심폐정지 상태로 발견된 여성 1명이 숨져, 이번 지진 사망자는 47명으로 늘었다. 첫 지진 구마모토에서 발생한 지진은 이날로 620차례를 넘어섰다.

| 차에서 먹고 자고일본 구마모토현 마시키마치에서 19일 한 이재민 가족이 차량 안에서 구호식량으로 식사를 하고 있다. 마시키마치 | 교도·AP연합뉴스 |
가스·전기 공급이 이뤄지려면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으로 보이지만, 구마모토공항은 일단 운항을 재개했다. 이날 오전부터 도쿄·오사카발 항공기가 구마모토공항에 착륙했다. 탑승객 중에는 외지에 나가서 살다가 고향의 가족을 도우려 귀향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교도통신 등은 전했다. 귀향객들은 물 없이 쓰는 샴푸, 식료품과 건전지, 옷가지 등을 들고 이재민이 된 가족·친척들을 찾았다. 유명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도 구호기금을 만들어 지진 피해자 돕기에 나섰다.

정작 정부와 지자체가 내주는 구호물자는 이재민들에게 신속하게 전달되지 않는다. 5년 전 동일본 대지진 때 관료주의와 느림보 행정 때문에 비판이 쏟아졌는데 이번에도 ‘행정 장애’가 드러난 것이다. 피난소마다 구호품 배급이 늘어난 이재민 수를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 언론은 연일 ‘라이프라인 정보’라는 이름으로 물과 식료품을 구할 수 있는 곳, 가솔린을 살 수 있는 곳을 안내한다. 그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편의점 정보’다. 물자 자체가 모자라는 것이 아님에도, 구마모토현이나 시의 시설과 인력이 부족해 구호품 병목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재난 시 구호품을 보관하기로 지자체들과 계약을 맺은 기업들의 물류창고들이 무너진 탓도 있다.
주먹밥조차 모자란다고 이재민들이 아우성을 치자 모리야마 히로시 농림수산상은 “20일부터 사흘 동안 180만명분의 식사를 추가 제공한다”고 발표했다가 뒤에 “90만명분인데 착오가 있었다”고 정정했다. 정부의 지원을 기다릴 수 없는 시민들은 네트워크를 만들어 자구책을 찾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구마모토 시내의 한 미용실 풍경을 실었다. 이 미용실은 매장 안내판에다 주변 피난소에 전할 물자를 적어놓고 보급을 지원한다. 학생 등이 나서서 ‘구마모토 지원팀’을 결성했고, 17일과 18일 이틀 동안 트럭 5대 분량의 식량을 미나미아소에 전달했다. 이들의 도움을 받은 피난소가 50곳이 넘는다고 신문은 전했다.
<미나미아소(구마모토) | 윤희일 특파원 yh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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