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선거혁명 혼돈의 여권]원유철 비대위 책임론 뭇매..리더십·존재감 부재 '3중 혼란'
[경향신문] ㆍ비박 의원 “원 원내대표 사퇴” 촉구…계파 갈등 ‘전초전’
ㆍ당·청 관계 변화 요구도 들끓어 후반기 국정 ‘험로’ 예고

4·13 총선 참패 나흘째인 17일 새누리당은 말이 없었다. 당 지도부는 와해됐고, 계파별로 찢긴 ‘책임론’의 방향에서 중심을 잡을 구심점은 사라졌다. 오히려 ‘임시 리더’로 세운 원유철 원내대표를 두고 계파 갈등 전초전이 시작됐다.
19대 국회를 좌지우지하던 집권여당이 총선 직후부터 급속한 ‘정치적 아노미’로 빠져든 모습이다.
이날 서울 여의도 새누리당사는 전에 없이 썰렁했다. 건물 외벽을 뒤덮고 있던 “뛰어라 국회야”라는 현수막은 사라졌다.
통상 일요일마다 있던 당 대변인의 현안 브리핑도 볼 수 없었다. 매주 월·목요일에 개최되는 지도부 회의인 최고위원회의는 당 지도부의 집단사퇴로 개최가 어려운 상황이다. 급히 원 원내대표를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세웠지만, 아직 전국위원회를 통해 공식 임명된 상태도 아니다. ‘리더십 부재’ ‘존재감 급락’ ‘쇄신책 미정’이라는 3중 혼란 속에 ‘유구무언’인 집권여당의 민낯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여당’의 집단적 목소리와 당 지도부가 ‘침묵’에 빠져든 자리는 ‘책임론’이 채웠다. 박근혜 정부 이후 치른 모든 선거마다 승리 직후 “정부의 국정운영을 잘 뒷받침하자”던 말은 사라지고, “누구 책임인가” “무엇을 바꿔야 하나”라는 질문이 등장했다.
일단 책임론과 쇄신의 첫 과녁은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된 원 원내대표에게 쏠리고 있다.
비박계 4선인 김재경 의원은 이날 오전 “필승지국을 유사 이래 최초 2당으로 만든 잘못을 얼버무리고 넘어갈 수는 없다”며 원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장했다. 역시 비박계 4선인 심재철 의원도 보도자료를 통해 원 원내대표를 겨냥해 “공동책임이면서 아무런 책임이 없다고 국민한테 얼굴을 내미는 것은 정말 뻔뻔한 일”이라고 했다.
오후엔 비박계 김세연·황영철·오신환 의원과 친박계인 이학재 의원, 주광덕 당선자(경기 남양주병)가 ‘원 비대위원장 체제’에 집단반발했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선거 패배를 책임지고 물러난 지도부는 당의 비대위원장을 추천할 명분도, 권한도 없다”며 “새로운 원내대표를 최단기간 내 선출하고, 선출된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이 돼 비대위를 구성하고 당 정비와 쇄신을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대위 출범부터 ‘삐걱’대는 것은 단순한 ‘계파 갈등’을 넘어 ‘여당 내 화학적 체질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로 읽힌다. 선거 참패를 야기한 친박계와 지도부에 대한 불만에 더해 당·청관계, 국정기조 등에 대한 변화 요구가 내부에서부터 끓기 시작한 것이다.
결국 ‘다음 지도부를 누구로 하느냐’는 문제를 두고 계파 간 ‘전쟁’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책임론 중심엔 친박계가 있지만, 친박계는 공천학살로 비박계를 대거 배제해 역설적으로 ‘수적 우위’를 점하고 있다. 친박계가 당 지도부 내 주도권마저 놓칠 경우 내부에서부터 박근혜 정권 레임덕 ‘신호’를 주는 셈이 된다. 이 때문에 친박계 역시 필사적으로 당권 확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가 당권을 장악하면 20대 국회의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과의 협상에 유연하게 대처하기가 어려워져 여야 강 대 강 대치로 국정운영이 난관에 봉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반대로 비박계가 당권을 잡으면 ‘청와대 거수기’ ‘청와대 2중대’에서 벗어나고자 할 가능성이 높다. 여소야대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당은 불편한 관계가 되고, 친박계 반발로 여당 내 갈등도 극심해질 수 있다.
결국 어느 계파가 당권을 잡든 박근혜 정부 후반기 국정은 국회에서부터 흔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박순봉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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