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부겸·유승민·주호영..여권 심장부 대구를 흔들다

전정홍 2016. 4. 14. 0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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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승민, 득표율 80% 육박 압도적 무소속벨트 류성걸·권은희 고배

◆ 선택 4·13 / 영남 결과 분석 ◆

무소속 유승민 후보가 13일 총선 개표 결과 당선이 확정되자 지지자로부터 축하를 받고 있다. [대구 = 한주형 기자]
보수의 '심장'이 뚫렸다. 새누리당은 4·13 총선에서 공천 파동의 주역인 유승민계의 완생(完生)은 간신히 막아냈지만 야권과 무소속 열풍을 차단하는 데는 실패했다.

'배신의 정치'를 심판하겠다며 시작된 비박(非朴) 공천 학살과 과도한 진박(眞朴) 마케팅을 벌인 새누리당은 결국 대구 지역의 민심 이반으로 역풍을 맞았다.

새누리당은 선거 막판 아스팔트에 무릎을 꿇는 '사죄 퍼포먼스'까지 벌인 끝에 유승민계의 돌풍을 차단하는 데는 성공했다. 하지만 힘을 소진한 친박계는 대구·경북(TK) 출신 김부겸 후보를 앞세운 야권과 친이명박(MB)계의 맹공까지 막아내기에는 화력이 부족했다.

'태풍의 눈' 무소속 유승민 후보(대구 동을)는 14일 오전 1시 기준 75.7%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20대 국회에 사실상 무혈 입성했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공천 막판 '옥새 투쟁'으로 지역구가 새누리당의 무공천 지역으로 남게 되면서 선거 전부터 당선은 예고됐다. 하지만 유 후보는 웃을 수 없는 입장이다. 무소속 연대를 결성한 류성걸(대구 동갑), 권은희(대구 북갑) 후보가 각각 새누리당 정종섭, 정태옥 후보에 석패했다.

류성걸 후보는 경북고 동기인 '친박' 정종섭 후보와 선거 막판까지 접전을 벌였지만 분루를 삼켰다. 정 후보에 공천을 내준 데 반발해 탈당한 류 후보는 선거 전 여론조사에는 정 후보를 앞섰지만, 새누리당의 막판 총공세를 견디지 못했다. 무소속 3인방의 다른 한 축인 권은희 후보(대구 북갑)도 대구시 부시장 출신 정태옥 새누리당 후보에 오전 1시 기준 30%포인트 가까이 뒤지며 생환에 실패했다.

하지만 새누리당이 입은 내상도 크다. '1번 후보면 막대기만 꽂아도 당선'이라던 콘크리트 지지층이 붕괴됐다.

최대 이변은 정통 야권 후보의 대구 입성이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대구의 강남'이라는 수성갑에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압도적 표차로 누르면서 1988년 소선거구제 도입 이후 28년 만에 보수 아성을 무너뜨렸다. 19대 총선과 2014년 대구시장 선거에서 고배를 마셨던 김부겸 후보는 '3수'만에 대구 입성에 성공하며 단숨에 대권후보 반열에 오르게 됐다. MB계로 분류되는 무소속 주호영 의원(대구 수성을)도 새누리당 '공천 배제(컷오프)'의 수모를 넘고 수성에 성공하며 4선 고지에 올랐다.

무소속 홍의락 후보(대구 북을)의 당선은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이변이다. 19대 국회에서 더민주 비례대표 의원이었던 홍 후보는 20대 총선을 앞두고 컷오프되며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당초 힘들 것이란 예상을 깨고 시종일관 여론조사 1위를 놓치지 않은 홍 후보는 결국 당선증을 거머쥐며 이번 선거 최대의 '깜짝 스타'로 이름을 올렸다.

하지만 공천에서 우위를 차지했던 친박계가 대부분 살아남아 새누리당으로서는 한숨을 돌렸다. 조원진(대구 달서병) 추경호(대구 달성) 곽상도(대구 중남) 정종섭(대구 동갑) 후보 등이 모두 생환하며 친박계의 건재를 과시했다. 이에 따라 지난 총선에서 대구에 걸린 12석을 싹쓸이했던 새누리당은 이번에는 '8승4패'라는 최종 성적표를 받아들게 됐다.

13석이 걸린 경북에서는 고전했지만 새누리당이 전석을 석권하며 텃밭이라는 이름값을 지켜냈다.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후보(경북 경산)는 무난히 4선 고지에 올랐다.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반발하며 탈당한 새누리당 김태환 후보(경북 구미 을)가 무소속으로 뛰며 친정 후보를 괴롭혔지만 의석을 뺏는 데는 실패했다. MB계 이병석 의원의 불출마 선언으로 무주공산이 된 포항북도 무소속 박승호 후보가 선전했지만, 여성우선추천을 받은 김정재 새누리당 후보에게 패배했다.

"대구 시민이 새역사 썼다" 김부겸 당선 소감

"대구 시민이 새 역사를 썼다."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이긴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이번 선거 결과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대구에서 정통 야당 출신 후보가 당선된 것은 중선거구제로 치러진 12대 총선(1985년) 이후 31년 만에 처음이다.

김 당선자는 "여당만 있어서는 정체될 뿐이라고 했고 야당이 같이 있어야 발전할 수 있다고 말씀드렸다"며 "여야 협력을 통해 대구를 다시 한번 일으켜 세우라고 대구시민이 명령한 만큼 그 명령에 순명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더민주당에 대해선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선전했지만 여전히 우리 당은 국민 앞에 옷깃을 여며야 한다"며 "우리가 잘 해서라기보다는 국민이 다시 한번 굽어 살펴주신 덕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야권의 분열을 해결해야 하고 계파정치 행태도 일소돼야 한다"며 "호남민의 한결같은 지지를 이용만 한 것을 반성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그는 이번 선거 결과가 지역주의 완화에 큰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정홍 기자 / 대구 = 우성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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