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3 총선] '대권경쟁' 춘추전국시대..김무성·문재인 추락 속 안철수 재기 기회

김문수·오세훈 '퇴장' 정세균·김부겸 '부각'
4.13 총선은 끝이 아니다. 가깝게는 차기 당권, 멀게는 2017년 대권을 향한 시작이다. 총선 성적표를 받아든 여야 차기 대권주자들의 희비는 엇갈렸고, '잠룡'들의 대선가도에는 그만큼의 정치적 가능성이 열렸다.
대선 전초전 격인 이번 선거에서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을 냄으로써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정치적 영향력은 급속도로 약해질 전망이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전쟁에서는 승리를 지켜냈지만, 호남이라는 결정적 전투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여 최종 야권 후보 낙점 가능성에 결정적 한계를 보였다. 돌풍을 일으킨 국민의당을 이끈 안철수 대표는 추락했던 대선후보로서의 존재감을 만회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유력 주자들의 정치적 입지가 엇갈리면서 잠룡들의 희비도 교차했다. 공천 파동으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의원과 '원조 친박' 최경환 의원은 김무성 대표의 추락 속에 차기 대권후보로서 두 번째 기회를 얻었다. 기사회생을 노리던 김문수, 오세훈 두 잠룡은 모두 생환에 실패해 정치적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적진 호남에서 두번이나 살아돌아온 이정현 의원은 당내에서 상당한 입지를 확보할 전망이다.
야권에서는 정세균, 김부겸 두 잠룡이 각각 오세훈, 김문수라는 여당의 거물을 꺾어 차기 대권후보군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정세균 의원은 정치1번지에서의 승리와 6선이라는 타이틀을, 김부겸 의원은 1985년 12대 총선 이후 31년 만에 대구에서 승리한 야당 의원이라는 정치적 자산을 얻게 됐다.
◆ 과반달성 실패한 김무성…책임론 속 '무대' 모습 찾을 지가 관건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이번 총선을 차기 대권을 향한 마지막 관문으로 여겨왔다. 평소 "대통령 자격이 부족하다"고 스스로 밝혀왔지만 총선 압승을 디딤돌 삼아 여권 내 유력 대선후보로 우뚝 서려는 게 그의 대권 플랜이었다.
하지만 그는 진두지휘한 총선에서 참패라는 성적표를 받아들어 차기 대선주자로서의 저력은 상당히 반감됐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새누리당의 이번 총선 패배는 다른 누구도 아닌 김무성 대표의 패배"라고 했다. 김 대표의 상향식 공천 주장과 막판 '옥새 투쟁'의 결과물인 무공천 결정에 대한 책임론도 상당히 불거질 전망이다.
김 대표는 이미 약속한 대로 총선 이후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 본격적인 대권주자의 길을 갈 것으로 보이지만, 당내 입지가 상당히 축소돼 친박계와의 혈투에서 승리할 수 있을지는 이제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그는 그동안은 자제해 왔지만 서서히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정치적 재기를 도모할 것으로 보인다. '무대'(김무성 대장)로서의 존재감에 그의 재기가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
◆ "임기 후반은 내가 관리"…권력 시프트 혜택 볼 최경환
최경환 의원은 친박계 신(新)좌장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대권보다는 차기 당권주자로서 위치한 최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의 임기 후반의 안정적 국정운영을 돕는 동시에 차기 대선을 관리하는 역할의 적임자로 꼽힌다. TK(대구·경북)에서 유승민발(發) 무소속 돌풍을 막고 진박(진짜 친박) 후보들을 대거 당선시켜 당권 장악을 위한 교두보도 확실히 마련했다는 평가다.
특히 김무성 대표의 정치적 입지가 줄어들고, 여권 내 유력한 대권주자가 없는 만큼 여당 내 권력이 최 의원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 '고립무원' 유승민…전국 인지도는 쌓았지만 당내 입지는 초라해
공천 파동으로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 유승민 의원은 함께 탈당 후 무소속으로 출마한 정치적 동지 류성걸, 권은희 후보가 낙선함으로써 고립무원의 상황이 됐다. 4선 정치인으로서의 존재감을 보여줄 당내 입지가 사라졌다.
하지만 TK를 벗어나 전국 인지도를 높였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는 정치적 자산이다. 합리적 보수 이미지를 쌓은 동시에 젊은 층에게도 지지를 받는 여당 정치인으로 자리했다. 그가 새누리당 복당이라는 과제를 친박계와 충돌 없이 해결할 수 있을지는 당장 눈 앞에 닥친 과제다.
◆ 여전한 존재감 자랑하는 반기문…본선 경쟁력은 미지수
반기문 유엔(UN) 사무총장은 이번 총선에서 가장 큰 반사이익을 얻었다. 잠재적 라이벌들의 희비가 엇갈리는 속에서 선거판과 거리를 두면서 깨끗한 이미지를 계속 유지했다. 새누리당에 마땅한 대권후보가 없는 상황이 만들어진 점도 호재다. 내년 대선이 가까워질수록 반 총장을 향한 친박계의 러브콜이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선출직으로서의 정치 경험이 전무하고 본격적인 검증을 거친 적이 없어 본선 경쟁력은 아직까지 미지수로 남아있다.
◆ 재기 모색해야 하는 김문수·오세훈…당내 세력도 없어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는 각각 서울과 대구에서 정세균, 김부겸에서 패배함으로써 재기 기회를 모색해야 할 처지가 됐다. 이번 총선에서 승리했다면 내년 대권에 도전해 볼 만큼의 중량급 정치인들이었지만, 총선이라는 고비를 넘지 못했다. 이들은 뚜렷한 계파가 없어 친박계와 비박계 사이에서 우호 세력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재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호남 패배 뼈아픈 문재인…책임론 속 권토중래 모색할 듯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당의 약진을 이끌었지만 호남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 치명상을 입었다. 문 전 대표는 호남에서 지지를 거두면 대선 불출마는 물론이고 정계 은퇴를 하겠다며 배수진을 쳤는데, 호남은 끝내 그를 외면했다.
수도권과 영남에서의 더민주의 선전으로 그는 정치적 확장성은 분명히 증명했지만, 정작 야권의 심장인 광주에서 신임을 받지 못하며 제1야당의 대권후보로서의 입지가 흔들리게 됐다. 안철수 대표의 탈당으로 촉발된 야권 분열 책임론도 그에게는 부담이다.
정계은퇴 여부와 관계 없이 그는 향후 당직 등 공식 직함을 맡지 않은 채 호남 민심 확보에 주력하며 중도층 외연 확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2017년 12월 대선까지 상당한 시간이 남은 만큼 그가 호남 민심을 다시금 회복한다면 재기의 기회를 얻을 수도 있지만, 이에 실패한다면 그의 최종 야권 후보 낙점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 대선후보로서 존재감 확인한 안철수…확장성 증명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이번 총선의 유일한 승자로 평가받는다. 선거 초반 지역구인 서울 노원병에서 재선에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을 만큼 선거 판세가 좋지 않았지만, 그는 1차 목표인 원내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석을 훌쩍 뛰어넘는 성적을 내 대선주자로서의 입지를 증명했다.
특히 더민주의 호남 참패는 그에게는 큰 기회다. 호남을 기반으로 정치적 확장성을 노릴 수 있게 됐다. 2012년 대선 당시 40%를 넘던 그의 지지율은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전에는 한 자리 수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김무성·문재인 등 유력 대선주자들이 타격을 입은 만큼 그는 한동안 반사이익을 누릴 기회를 얻었다. 야권연대를 강하게 거부하는 '강철수'(강한 안철수) 모습을 통해 '우유부단함'으로 대변되던 이미지를 바꾼 점도 득점 포인트다.
향후 새누리당과 더민주 사이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하면서 존재감을 부각시킬 정치적 공간을 확보한 점도 큰 성과다. 안 대표는 향후 중도 보수 성향의 인사들을 추가 영입하고 이에 맞는 정책·공약을 발표하며 외연 확장에도 힘쓸 것으로 보인다.
다만 호남에 정당 기반이 치우친 점은 한계다. 희석되던 지역주의를 다시 호출했다는 점도 부담이다. 임혁백 고려대 교수는 "안 대표는 조금씩 약화되던 지역주의를 다시 호출해 냈다는 점에서 우리 정치를 후퇴시켰다"고 지적했다.
◆ 목표치 달성한 김종인…킹메이커 될까
구원투수로 긴급 등판한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자신이 목표치로 제시했던 '107석'을 초과 달성함으로써 당내 확고한 입지를 굳히게 됐다. 추후 열릴 전당대회에서 당권에 도전하며 킹메이커 역할을 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 날개 단 김부겸·정세균…당권·대권주자로 자리매김
대구와 서울에서 각각 김문수, 오세훈이라는 여권의 거물을 꺾은 김부겸, 정세균 더민주 의원은 당권은 물론 대권까지 노려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더민주 내 일부 진영은 김부겸 의원을 중심으로 결집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세균 의원 역시 문재인 전 대표의 후퇴 속에 친노 등 주류 세력을 결집하며 향후 기회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
◆ 운신 폭 줄어든 손학규…박원순·안희정 조기투입론 나올까
더민주의 약진 속에 기회를 노리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의 운신의 폭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정계은퇴 선언 후 전남 강진에서 칩거 중인 손 전 대표는 야권 잠룡 간에 혼전이 이어지면 새로운 주자로서 부상 가능성을 꾀할 수 있었겠지만 예상 밖의 야당 선전으로 기회를 얻을 수 있을지 미지수다. 선거 막판 지원 유세를 거절한 점도 부담이다.
문 전 대표의 후퇴에 따라 박원순 서울시장과 안희정 충남지사의 조기투입론은 고개를 들 가능성도 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당내 입지가 탄탄하지 않아 당분간 세력 확장 등에 주력하며 힘을 키울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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