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2년-이제 나의 문제다 ②]단속 규정 없는 '음주가무' 유람선

글·사진 권순재 기자 2016. 4. 12. 0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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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신분증 없이 표 사고, 안내방송 안 들리고, 출항 후엔 ‘술판·춤판’

지난 7일 오후 유람선인 대천크루즈호 탑승객들이 2층 갑판에서 술을 마시고 있다(왼쪽 사진). 같은 시간 대형 무대가 설치된 이 배 1층 노래방에서 술을 마신 승객들이 춤을 추고 있다.

유람선의 안전관리 상황은 한마디로 기가 찰 정도였다. 선주나 단속기관, 그리고 승객 모두에게 세월호 참사는 딴 나라 얘기였다. 지난 7일 오후 1시 충남 보령시 신흑동 대천항유람선터미널. 오후 1시30분에 출발하는 유람선인 ‘대천크루즈호’의 탑승표 예매가 진행되고 있었다. 263t급 규모에 승선정원 380명인 대천크루즈호는 매일 3회 대천항을 출발해 1시간30분 동안 송도~육도~효자도 등 주변을 유람한다. 탑승을 위해서는 승선명부(이름·생년월일·전화번호)를 작성하고 신원확인을 거쳐야 하지만 신분증 검사 없이 탑승표를 발급받은 사람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출항과 동시에 유람선 내 방송을 통해 안전교육이 시작됐지만 형식적이었다. 안내방송에는 “사전에 구명조끼 등의 위치를 확인하라”는 내용만 담겨 있을 뿐 ‘어디에 구명장비가 배치돼 있다’는 내용은 없었다. 이런 안내방송마저도 1층 노래방 등 일부 공간에는 방송되지 않았다. 유람선은 음향시설 등을 갖춘 1층 대형 노래방과 주변을 관람할 수 있는 2층, 2층 지붕에 마련된 관람용 갑판 등으로 구성됐다.

유람선 탑승장 입구에 게시된 ‘승선자 금지사항’은 선내 음주금지를 안내하고 있었지만 휴지조각에 불과했다. 친구들끼리 단합대회를 나왔다는 40대 남성 6명은 2층 관람석에 앉아 “배 위에서 마시는 술은 취하지 않는다”며 술을 마셨다. 이들 중 일부는 술에 취한 채 난간을 밟고 올라가 기념사진을 찍는 위험한 모습을 연출하기도 했다. 승무원들은 ‘별일 아니다’란 표정으로 지나쳤다.

1층 노래방은 무도회장으로 변해 있었다. 출항과 동시에 선실 앞쪽의 커튼이 닫히고 사회자가 본격적으로 음악을 틀자 무대는 승객들로 가득 찼다. 좌석 일부는 노래방 입구 매점에서 사온 술과 안주를 먹는 승객들이 채우고 있었다.

이날 유람선에 탑승한 290여명 중 200명 정도가 노래방에 머물러 있었지만 화재를 대비한 소화장비는 눈에 쉽게 띄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술에 취한 승객 상당수가 한곳에 몰려 있는 것은 화재 발생 시 대형 참사를 빚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권영진 호서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화재가 발생하면 강한 바닷바람의 영향으로 큰불로 번지기 쉬운데 가연물이 많은 좁은 공간에 많은 사람이 몰려 있으면 대피가 어려워져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위험한 상황에도 관계기관의 단속은 없었다. 보령해양경비안전서 관계자는 “해경에서 유람선 내 음주가무 행위를 단속할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유선 및 도선사업법은 음주 및 주류 판매를 불허하고 있지만 유람선은 관광진흥법에 따라 주류 판매가 가능하다.

<글·사진 권순재 기자 sj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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