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라에몽, 스타워즈 등..프로야구의 '덕후' 마음 사로잡기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2016. 4. 1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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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도라에몽과 함께하는 패밀리데이’에서 시구자로 선정된 배우 심형탁이 도라에몽 유니폼을 입고 시구를 하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제공
도라에몽이 그려진 유니폼을 입은 롯데 강민호. 롯데 자이언츠 제공
스타워즈와 콜라보레이션한 LG의 상품들. LG 트윈스 제공

배우 심형탁에게 2016년 4월9일은 잊을 수 없는 날일 것이다.

심형탁은 지난 9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삼성과의 경기에서 시구를 했다. 이날은 롯데가 시즌 처음으로 맞이하는 ‘도라에몽과 함께하는 패밀리데이’였다.

롯데는 올 시즌 일본 유명 캐릭터 도라에몽과 콜라보레이션 계약을 했다. 매주 토요일마다 선수들은 도라에몽 유니폼이 그려진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뛴다. 평소 도라에몽 마니아로 알려져있는 심형탁이 시구자로 선정됐다.

도라에몽이 그려진 유니폼을 입은 심형탁은 마운드에서 힘차게 공을 던졌다. 그는 사직구장 내 위치한 자이언츠샵에서 도라에몽 관련 상품을 쓸어가기도 했다. 구단 관계자에 따르면 심형탁은 시종일관 흥분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고 한다. 시구자로 선정된 소감을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도라에몽이 아니었으면 제가 어떻게 시구를 했겠습니까?”

바로 ‘덕후’의 마음이다. ‘덕후’라는 말은 일본어 ‘오타쿠(おたく)’를 한국 온라인상에서 표현한 말이다. 한 분야에 열중해 단순한 팬이나 마니아를 넘어선 정도의 수준에 오른 사람들을 뜻한다.

프로야구에도 ‘덕후’의 바람이 불고 있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특정 캐릭터의 팬들까지 끌어모으고 있다.

롯데가 시도한 도라에몽과의 콜라보레이션은 반응이 뜨겁다. 처음부터 이런 반응을 예상한 것은 아니었다. 김종호 롯데 팬서비스 팀장은 “원래는 ‘도라에몽 100비밀도구전’이 메인 이벤트였다. 시즌 전 사업을 구상하면서 남녀노소가 모두 야구장을 찾을 수 있는 것을 찾다가 이 전시회를 주최하게 됐다”라고 밝혔다.

100개의 도라에몽 피규어를 세운 이 전시회는 지난해 서울 용산역 광장에서 처음 열렸다. 올해에는 사직구장 광장으로 무대를 옮겨 24일까지 열린다. 가족 단위의 관중들이 사직구장을 방문해 도라에몽과 사진을 찍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도라에몽 유니폼은 판매 수익을 올리기 만들었다기 보다는 전시회에 따른 부수적인 마케팅이었다. 김 팀장은 “여러 캐릭터들이 있었지만 도라에몽이 롯데의 올드 유니폼과 같은 파란색이고 꿈을 이루어주는 캐릭터이기에 적합하다고 생각돼 결정하게 됐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예상을 뛰어넘은 ‘대박’이 났다. 특히 유니폼은 3차 판매 분까지 순식간에 동이 났다. 찾는 이들이 많아 유니폼은 현재 예약 접수를 통한 판매를 실시하고 있다. 유니폼의 가격은 9만원으로 결코 적지 않은 금액이다. 김 팀장은 “정확한 액수를 알릴 수는 없지만 평소 주말 판매분의 1.5~2배 정도의 수익이 났다”라고 말했다.

선수들의 반응도 좋다고 한다. 자녀가 있는 선수들은 도라에몽 유니폼을 사가지고 갔다. 주장 강민호도 “조카 사줘야겠다”며 구입했다. 롯데는 지난 9일 경기에서 7-4로 승리했는데 팬들 사이에서는 ‘도라에몽이 도와줬다’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이처럼 팬심을 잡기 위해 기존의 인기 캐릭터와 결합한 상품을 내놓는 프로야구 팀들이 생겨나고 있다. 야구팬이 아닌 사람들도 야구장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LG는 지난달 <스타워즈>와 손을 잡았다. LG는 2014년 일본 유명 고양이 캐릭터 ‘헬로키티’와 계약해 KBO리그 최초로 캐릭터와 콜라보레이션을 하기도 했다.

<스타워즈>는 1977년 처음으로 개봉한 이후 속편이 나올 때마다 흥행 기록을 갈아치워 전 세계적으로 두터운 팬층을 보유한 영화 시리즈다. 지난해 12월 7편이 개봉돼 마니아들을 다시 들썩이게 했다. LG가 출시한 스톰트루퍼, 다스베이더 등이 새겨진 야구 점퍼와 모자 등은 LG 팬 뿐만 아니라 <스타워즈> 팬들의 시선을 끌게 했다.

LG 관계자는 “남성이나 남자 어린이들을 타겟으로 한 캐릭터가 필요했다. 마니아층이 있고 인지도가 높은 캐릭터군에서 스타워즈가 선정됐다. 남녀노소 모두 좋아하는 콜라보레이션이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온라인 상에서 제품 디자인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라고 했다.

이밖에 지난해 SK는 일본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피카츄’ 캐릭터를 활용한 제품들을 내놓았다. 넥센은 미키마우스와 도날드덕이 그려진 모자를 출시했다. 콜라보레이션은 아니지만 NC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만화 주인공 ‘뽀로로’와 ‘크롱’을 구단 마스코트로 영입해 관심을 모았다. NC의 2군인 고양 다이노스는 고양시의 마스코트인 고양고양이와 함께 손을 잡았다.

‘오타쿠’ 문화가 발달된 일본 프로야구도 구단 자체 캐릭터 외에 인기 캐릭터들과 결합한 상품을 내놓는다. 2년 연속 우승팀인 일본 소프트뱅크 홈 구장 내 매장을 가면 일본 구마모토 현의 캐릭터인 ‘쿠마몬’에서부터 세계적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스누피’ 등이 그려진 상품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 프로야구는 올 시즌 사상 처음으로 800만 관중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팬몰이에 가장 중요한 것은 팀의 성적이겠지만 부수적인 마케팅도 관중몰이에 영향을 미친다. ‘덕후’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 프로야구 구단들의 마케팅은 앞으로도 관중 수를 늘리는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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