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식주의자, 李箱 유고일기 문구서 영감 받아 쓴 글"
‘맨부커상’ 후보 소설가 한강
선정위원회 인터뷰에서 밝혀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맨부커상(Man Booker International Prize) 후보에 오른 소설가 한강(46·사진)이 후보작인 장편 ‘채식주의자’(영문명 The Vegetarian)와 관련해 “(소설가이자 시인인) 이상의 유고 일기에 쓰인 한 문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밝혔다.
한강은 맨부커상 선정위원회가 최근 홈페이지에 게재한 인터뷰에서 “한국문학을 전공했던 대학 시절, 우연히 이상의 유고 일기에서 ‘나는 인간이 식물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는 문구를 발견했다”며 “수십 년 전 죽은 이 시인과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생한 느낌을 받았고, 아마도 그 강렬한 느낌을 영감이라 부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스물여섯 살 때 식물로 변한 여자의 이야기를 다룬 단편 ‘내 여자의 열매’를 쓴 즉시 언젠가 속편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오랫동안 품어온 인간의 본성에 대한 질문을 직조해 나가면서 ‘채식주의자’는 원작보다 더 어둡고 흉포하게 마무리됐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채식주의자’가 “인간 고유의 폭력성을 거부하기 위해 극단적 채식주의자가 되기로 한 영혜의 이야기”라며 “자신을 지키기 위한 이 절망적인 노력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녀를 죽음으로 이끌고 간다”고 설명했다. 소설의 연작 세 편이 영혜보다 남편과 형부, 언니의 시선으로 서술된 점에 대해 “목소리들이 충돌하는 공간, 교차하는 시선을 통해 이 여성(영혜)의 진실에 더 가깝게 다가가고 싶었다”고 했다.
한강은 영미권에 소개됐으면 하는 한국 작가를 묻는 말에는 황정은과 임철우를 꼽았다. 그는 “황정은 같은 젊은 작가가 좋을 것 같고, 내가 10대 때 처음 본 임철우의 초기 단편은 너무 아름다워서 지금까지도 계속 꺼내 읽는다. 임철우의 후기 작품인 ‘백년여관’은 한국의 20세기에 대한 독창적인 애도 ”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3월 맨부커상 선정위는 한강과 일본의 오에 겐자부로(大江健三郞), 터키의 오르한 파무크를 포함한 13명의 1차 후보(longlist)를 공개했다. 오는 14일 6명으로 최종 후보(shortlist)를 추리고, 5월 16일 열리는 공식 만찬 자리에서 최종 수상자를 발표할 예정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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