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 숙고 중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미국 대통령으로는 처음으로 일본 히로시마(廣島) 평화공원을 방문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히로시마 평화공원은 2차대전 당시 미군이 원자폭탄을 투하한 곳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오바마 대통령이 다음달 26∼27일 일본 미에(三重)현 이세시마(伊勢志摩)에서 열리는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기간에 히로시마 평화공원을 방문하는 문제를 숙고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백악관 내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를 상징적인 행동으로 마무리해야 한다는 기류가 흐른다고 WP는 전했다. 오바마 정부 고위 관계자는 WP에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체코 프라하에서 ‘핵없는 세상’을 주제로 연설했던 것처럼, 히로시마에서도 그런 연설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줄곧 비핵화를 주창해왔으며 이 공로를 인정받아 2009년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주일 미국 대사를 지낸 존 루스는 “내 생각에는 오바마 대통령이 (히로시마를 방문)하고 싶어 할 것”이라며 “그는 역사에 대한 존중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인물”이라고 말했다.
미군은 1945년 8월6일 사상 처음으로 원자폭탄을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했고 사흘 뒤에는 나가사키(長崎)에 두 번째 원자폭탄을 투하했다.
원폭 투하는 2차 세계대전을 종식시키고 미군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였다는 것이 미국의 공식 입장이다.
세계에서 유일한 전시 피폭지인 히로시마를 미국의 현직 대통령이 방문할 경우 ‘핵무기 없는 세상’을 지향한다는 메시지를 세계에 던질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의 ‘피해자’ 측면이 부각돼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가해자’ 부분이 희석되고, 오히려 미국이 ‘가해자’ 이미지를 떠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이 원폭 투하에 대한 ‘사과’로 비칠 수도 있다. 이런 점들 때문에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 평화공원 방문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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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5년 8월6일 미군의 원자폭탄 공격에서 살아남은 건물인 히로시마 평화공원 원폭 돔. |
또 다른 원폭 투하지인 나가사키는 오바마 대통령의 방문을 요청했다. 교도 통신에 따르면 다우에 도미히사(田上富久) 나가사키 시장은 오바마 대통령의 히로시마나 나가사키 방문을 요청하는 서한을 미국대사관 관계자에 전달했다.
다우에 시장은 “원자폭탄 투하를 겪은 도시를 방문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면서 “오바마 대통령이 임기 마지막에 원폭 투하 도시를 방문하면 역사적인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도쿄=국기연·우상규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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