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냉면은 삭제됐지만..'태후' 실시간으로 중국 사로잡기까지






기획단계부터 중국버전 별도 준비…불법유통·해적판 막고 수익 극대화 꾀해
내용 유출 막기 위해 중국어 자막 한국서 입혀…'유시진'이 '류시진' 되기도
(서울=연합뉴스) 윤고은 기자 = 알파팀이 평양냉면을 먹는 장면은 삭제됐고, 북한 측 인물들은 가상의 국가 인물로 설정돼 영어로 대화를 한다.
한국과 동시간으로 방송되고 있는 '태양의 후예'의 중국 버전에서다.
'원본'이 아니라는 점에 시비를 걸 수도 있겠지만, 이들 시퀀스가 드라마의 흐름에 영향을 주지 않고 반대로 이런 '작은 마사지'가 문화 콘텐츠의 수출에 청신호를 켜는 '시술'이라면 마다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KBS 2TV '태양의 후예'가 한류 드라마 최초로 한중 동시방송을 성사시키며 한국을 넘어 중국 대륙에서도 실시간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수시로 바뀌고 점점 더 강화되는 중국 당국의 한류 규제를 뚫고서, 심의라는 거대한 벽을 넘고서 이뤄낸 '태양의 후예'의 한중 동시방송은 여러가지로 방송 한류의 개척자 역할을 했다.
'태양의 후예'는 어떻게 실시간으로 중국을 사로잡았을까.
◇ 처음부터 한중 동시방송으로 기획…불법유통·해적판 막고 수익 극대화
중국 국가신문출판광전총국은 지난해 4월 새로운 규정을 마련해 인터넷에 올리는 모든 외국 드라마는 중국어 자막을 입힌 다음 관할 당국의 사전 심사를 받도록 했다. 이 심사를 통과해 수입허가증을 교부받아야 인터넷에 방영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근 인천에서 유커 4천500명이 대규모 치맥파티를 열게 한 '별에서 온 그대'는 이런 규제를 받지 않았다. 그래서 여느 한국 드라마처럼 촬영하면서 방송을 이어갔고, 중국에서도 거의 실시간으로 인터넷에서 서비스가 됐다.
하지만 사전심의를 받아야하는 상황이 되면서 '찍으면서 방송하는' 한류 드라마는 중국 시장에서 상품성이 급전직하했다. 불법 다운로드가 횡행하고, 눈 깜짝할 사이 해적판이 만들어지는 시대에 한국에서 방송된 후 심의까지 거쳐 중국에 상륙하는 드라마는 이미 새롭지 않은 작품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노려야하는 한국 드라마업계나, 두터운 층을 이루는 자국 한류 팬의 지갑을 열어야하는 중국 사업자 모두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은 사전제작을 통한 한중 동시방송이었다. 불법유통과 해적판을 막는 등 수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인 것이다.
큰 기대없이 사간 '별에서 온 그대'로 대박을 친 중국 동영상사이트 아이치이(愛奇藝)의 장위신 판권제작센터 총경리는 중국에서 히트한 '상속자들'의 김은숙 작가가 집필한다는 소식에 캐스팅도 안된 '태양의 후예'와 손을 잡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한국 제작사와 긴밀한 협의를 하면서 하나하나 동시방송을 위한 계단을 밟아올라갔다.
1회 도입부의 남북 군인 대결신을 비롯해 13~14회에 등장하는 남북회담 등은 이미 이 단계에서부터 중국 버전이 별도로 준비가 됐다. 북한을 지우고 가상의 국가 이야기로 설정하면서 구성을 일부 바꾸고, 북한 측 인물들은 영어로 대사를 더빙한 버전이 중국 수출용으로 제작됐다.
'태양의 후예' 제작진은 "굉장히 많은 이야기를 중국 쪽과 나누면서 긴밀하게 협의해나갔다. 처음 하는 동시방송이라 많은 부분이 조심스러웠고 많은 부분을 조율해나가야했다"고 밝혔다.
아이치이의 장위신 총경리 역시 "중국시장의 상황과 중국이 수용 가능한 내용 등을 드라마에 반영시켰다"고 말했다.
◇ 내용 유출 막고자 중국어 자막도 한국에서…"유시진→류시진" 등 오류도
지난해 말 중국 심의를 넣으면서 '태양의 후예'는 16부 완성본과 대본을 중국에 넘겼다. 하지만 중국어 자막은 예상과 달리 한국에서 달고 있다.
제작진은 "중국에서 자막 작업을 하면 내용 유출에 대한 우려가 있어 자막은 한국에서 붙였고 중국 측의 감수를 받았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송중기가 연기하는 유시진은 중국에서 '류시진'으로 바뀌었다. '유'와 '류'의 발음이 비슷하기는 하지만 눈밝은 중국 시청자들은 "왜 한국에서는 유시진인데, 중국어 자막은 류시진이냐"고 지적하기도 한다.
방송 테이프도 전량을 중국에 미리 넘기지 않고 일주일 단위로 넘기고 있다.
제작진은 "중국 방송분은 심의 통과분과 편집은 같지만 색보정과 자막 처리 등의 문제로 방송 사흘에서 일주일 전에 중국으로 넘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북한 측 분량이 빠지면서 1회는 8~10분가량이 한국 버전보다 짧았고, 13~14회는 한국에는 있고 중국에는 없는 장면과 한국에는 없고 중국에는 있는 장면이 섞이면서 4~5분 가량 런닝타임이 줄어들었다.
내용상의 문제보다는 대사의 묘미를 번역으로는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게 중국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운 점이다.
한국 군대 특유의 '다나까' 어투를 살릴 수 없다보니 대사의 쫄깃쫄깃한 맛이 많이 없어진 것 같다는 게 한국어를 아는 중국 시청자들의 불만이다.
또 "야하게 입 막는 거죠"와 같은 대사도 "로맨틱하게 입 막는 거죠" 식으로 순화(?)되기도 했고, 자막 작업 시간이 부족했던 듯 오역이나 아쉬운 표현이 나온다는 지적도 나온다.
◇웨이보 누적조회수 100억뷰·아이치이 누적조회수 22억→관심은 곧 수익
실시간 방송은 중국에서 실시간 화제를 만들어냈다.
지난달 31일 12회에서 유시진이 강모연을 납치한 아구스에게 "돈 스케어 허, 돈 터치 허, 돈 토크 투 허'(Don't scare her, Dont' touch her, Don't talk to her)는 다음날 웨이보 실시간 화제지수 1위로 치고 올라왔다.
또 8일 현재 웨이보에서 '태양의 후예' 누적 조회수는 100억 뷰를 넘어섰고, 아이치이에서는 '태양의 후예' 누적 시청수가 22억 뷰를 돌파했다.
중국인 시청자 왕웨니(23) 씨는 "송중기가 지금 중국에서 인기가 폭발하는 것을 보면 기쁘기도 하고 기쁘지 않기도 하다. (송중기가) 내꺼인 줄 알았는데, 순식간에 국민남편이 됐기 때문"이라며 웃었다.
또 뤄줘칭(39) 씨는 종영을 앞두고 새드엔딩이라는 소문이 돌자 "해피엔딩였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말 유료 회원수가 1천만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던 아이치이는 '태양의 후예'로 유료 회원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정확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중국 언론들은 최근 아이치이 유료 회원수가 1천500만 명으로 50%나 증가했고 이는 '태양의 후예'의 영향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아이치이는 162만1천200명의 신규회원만 확보하면 태후의 판권비를 충당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는 보도도 나왔는데, 이미 500만 명이나 증가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폭발적인 관심은 자연히 수익으로 이어진다. 아이치이는 현재의 수익에 머물지 않고 아마존, 메이시백화점 등 해외 전자상거래 채널과 연계해 송중기, 송혜교가 극중에서 입고 썼던 제품들을 판매하는 방안 등을 강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아이치이의 수익은 한국과도 일정 부분 공유될 전망이다.
'태양의 후예'의 제작사 NEW는 앞서 "아이치이에서 '태양의 후예'의 클릭수에 따라 일정 부분 수익을 나누기로 했고, 유료 회원수 증가분에 관해서도 수익을 나눌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밝혔다.
prett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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