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루비오가 산 트럼프를 잡을까

‘죽은 공명이 산 중달을 이긴다’고 했던가.
미국 공화당의 대선 경선 지형도가 복잡해지면서 중도 사퇴했던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몸값이 커지고 있다. 루비오 의원은 지난달 15일 자신의 지역구인 플로리다 경선에서 패배하자 경선 레이스를 접었다. 현재 공화당의 후보로는 도널드 트럼프 후보와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 존 케이식 오하이오 주지사 등 3명이 남아 있다.
‘반 트럼프’ 기치를 내걸었던 루비오 의원은 아직 특정 후보를 지지하지 않고 있다. 대선 경선에 나섰다가 사퇴한 젭 부시 전 플로리다 주지사는 크루즈 의원을 지지하고, 의사 출신 벤 카슨 후보가 트럼프 후보 지지를 표명한 상태다.
19일(현지시간) 뉴욕주 경선을 앞두고 있는 공화당 후보들은 ‘매직넘버’(대의원 과반)를 확보하지 않으면 대선후보로 지명되지 못한다. 경선이 치열해지면서 세 후보 중 누구도 후보 지명에 필요한 매직넘버 1237명을 확보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미국 언론의 대체적인 예상이다. 결국 공화당은 7월 중순에 전당대회를 열어 후보를 결정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에서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대의원들은 여러 차례의 투표를 통해 최종후보를 확정짓게 된다. 첫 투표에서는 대의원들이 지지후보를 바꾸는 게 거의 불가능하지만, 두번째 투표부터는 지지후보를 바꿔도 상관이 없다. 그리되면 3명의 후보에게도 기회가 있지만, 전혀 새로운 인물이 중재전당대회 형식에 따라 후보로 지명될 수도 있다. 그만큼 후보 지명과정이 복잡한 상황이다.
이러한 구도에서 루비오 의원의 가치가 급상승하고 있다. 워싱턴타임스(WT) 집계에 따르면 중도 사퇴 직전까지 루비오 의원이 확보했던 대의원은 172명이었다. 현재 1위주자인 트럼프 후보의 757명과 크루즈 의원의 504명에는 밀리지만, 케이식 주지사의 144명에 비해서는 많은 숫자이다. 대의원 추가 확보가 절실한 후보들은 루비오 의원 측에 구애할 법하다.

루비오 의원은 자신을 지지한 대의원들에게 ‘동작 그만’을 주문하고 있다. 전당대회 때까지 이들을 묶어두겠다는 계산이다. 이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최우선 목표는 트럼프의 대선 후보 지명을 막는 것이지만, 자신의 정치적인 미래를 위해서도 필요한 조치이다. 이런 배경 때문에 일각에서는 폴 라이언 하원의장이나 루비오 의원이 대선 후보로 화려하게 복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다만 현재의 규정에서는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명되기 위해서는 최소 8개주 경선에서 50% 이상의 득표율을 올려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있다. 현재는 트럼프 후보만이 이 조건을 충족하고 있다. 크루즈 의원도 조건을 충족시킬 가능성은 있지만, 이미 사퇴한 루비오 의원으로서는 불가능한 조건이다. 물론 공화당이 규정을 완화하거나 바꿀 수는 있다.
루비오 의원은 지난해 대선 경선에 뛰어들면서 후보 지명 여부와 무관하게 11월 상원의원 선거에는 불출마하겠다고 밝혔다. 사퇴 이후에는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가장 강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누군가의 부통령이 될 생각은 없다”고 선언한 상태다. WT는 이런 정황을 전하며 루비오 의원이 대선 후보 지명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상황이 급변하면 그가 자의반 타의반 형식으로 대선 후보 지명전에 다시 뛰어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아웃사이더 트럼프 후보의 돌풍과 이를 막으려는 공화당 지도부 사이의 충돌이 이어지면서 올해 공화당 대선 후보 지명전이 그만큼 복잡하면서도 예측 불가능 수준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죽은 루비오가 산 트럼프와 크루즈를 잡을 수 있을까.’
워싱턴=박종현 특파원 bali@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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