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서울청 기동본부, 카톡으로 비근무자 감독 지시

박진영 2016. 4. 9.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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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무 잘 보내고 있나요? 지나친 음주를 삼가 즐겁고 유익하게 보내길 바랍니다.”

쉬는 날 저녁, 직장 상사가 이런 내용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낼 경우 뭐라고 답해야 할까. 실제로 일부 경찰들이 이 같은 고민에 빠졌다.
해당사진은 기사와 관련없습니다.

서울지방경찰청 기동본부가 최근 카카오톡, 밴드 등 모바일 메신저를 이용한 비근무자 관리·감독 강화를 지시하면서 내부에서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경찰들도 ‘메신저 증후군’(모바일 메신저를 업무에 이용하는 회사가 늘면서 직장인들이 겪는 스트레스)에서 예외가 아닌 것이다.

기동본부는 최근 산하 1∼5기동단에 ‘비번·휴무·영외 활동자 관리·감독 강화 재강조 지시’란 제목의 공문을 하달했다. 이 공문에는 “휴무 및 영외 활동 중 의무 위반 행위가 발생해 철저한 관리·감독이 필요하다”며 기동대 팀장이 비번·휴무·휴가로 근무하지 않는 팀원에게 오후 6시와 오후 10시 2차례에 걸쳐 과음을 자제하라는 식의 메시지를 보낼 것을 조치했다. 답신이 없거나 의무 위반 행위를 저지를 우려가 있는 경우에는 전화를 걸어 확인할 것을 강조했다.

기동본부가 이 같은 공문을 내린 것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1월 이미 비슷한 내용의 ‘2016년 의무 위반 근절 100일 작전 추진 대책’을 세워 지시했다. 비번·휴무·휴가자에 대한 중간 관리자의 관리·감독을 강화해 기강을 바로잡겠다는 것.

실제로 최근 기동본부에서는 기강 해이 등으로 인한 각종 사건·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휴무일 한 직원이 만취한 상태로 시민들과 시비가 붙고 다른 직원은 음주운전을 하다 택시와 충돌, 경찰에 적발됐으나 음주 측정에 불응한 게 대표적이다. 지난달에는 한 의경이 마포대교에서 투신해 자살을 시도하는 일이 빚어졌다.

하지만 내부 불만이 적지 않아 조치가 잘 이행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동본부 소속 한 직원은 “쉬는 날 저녁 메시지를 보내 뭘 하는지 확인하는 것은 사생활 침해”라며 “근무시간 외 업무와 관련된 연락은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또 다른 직원은 “간부들 사이에서도 (의무 위반 관련)사건·사고가 터지는데 자기들은 안 하고 하급자들만 들들 볶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대해 기동본부 관계자는 “팀장과 팀원들이 평소에 대화하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이나 밴드를 통해 불미스러운 사건을 예방하자는 차원”이라면서 “비번이나 휴무 중인 직원들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사생활을 확인하는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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