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밸리 지금은]② "판교에 호텔까지 들어서고"..김 실장이 지켜본 판교의 변화

정용창 기자 2016. 4. 8.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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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현 블루홀 데이터 분석실장. /블루홀 제공
2011년 당시 공사중인 판교 테크노밸리의 모습(위)과 2014년 판교 테크노밸리의 모습.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제공
블루홀 직원들이 이용하는 구내식당의 점심시간 모습. /정용창 기자
2015년 8월 문을 연 현대백화점 판교점(위)과 그 안에 입주한 이태리 프리미엄 식재료 전문 매장 ‘이탈리’의 모습. / 정용창 기자, 현대백화점 제공
그래픽 = 이진희
알파돔시티의 완공 예상도. /알파돔시티 홈페이지 캡처

4월 4일 만난 김주현 블루홀 데이터분석 실장(38)은 검은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었다. 취재팀은 김 실장과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 3년간 판교가 어떻게 변해왔는지 살펴봤다.

게임업체인 블루홀은 2013년 3월 판교 테크노 밸리의 엠텍IT 타워에 입주했다. 블루홀이 엔씨소프트나 넥슨보다 한 발 먼저 판교 생활을 시작한 셈이다. 30대 남자 엔지니어인 김 실장은 판교 테크노 밸리에 근무하는 ‘표준 직원’이기도 하다.

김 실장은 블루홀에 입사하기 전에는 분당에 위치한 결제회사 다날에서 일하며 테크노 밸리가 만들어지는 모습을 지켜봤고, 2013년부터는 블루홀과 함께 판교 테크노 밸리의 성장을 직접 경험했다. 김 실장의 업무는 이용자들이 블루홀 게임을 몇 시간이나 즐기는지, 이용률이 높은 콘텐츠는 무엇인지 등을 분석해 향후 게임 개발 전략 수립을 돕는 것이다.

① 2011년 대중교통 수단 없어 자전거로 이동 → 2016년 신분당선 광교역까지 뚫려

김 실장은 신분당선을 타고 출근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신분당선은 강남-정자 구간만 운행했지만, 올해 1월 광교역까지 연장 개통하면서 광교역 근처에 거주하는 김 실장도 혜택을 보게 됐다. 김 실장은 “신분당선이 연장돼 출퇴근이 한결 편해졌다”며 “차를 가지고 나오면 주차, 차량 관리 등 신경 쓸 일이 많지만, 이제 지하철에 30분만 앉아 있으면 회사에 도착한다”고 말했다.

신분당선은 김 실장 뿐 아니라 판교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의 주요 통근 수단이다. 경기도가 2015년 7월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판교 테크노 밸리에서 일하는 직장인 중 버스와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사람이 58%에 달한다. 특히 신분당선을 이용하면 강남역에서 판교역까지 16분이면 도착할 수 있어 서울 강남권에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주로 신분당선을 이용한다.

김 실장은 “2011년과 비교하면 판교 테크노 밸리는 ‘상전벽해’(뽕나무밭이 변해 푸른 바다가 된다는 뜻으로 많이 변했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크게 변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분당 수내역 근처에 살고 있었는데, 친구가 판교 테크노 밸리에 일찍 입주한 NS홈쇼핑에 다니고 있었다”며 “친구를 만나러 판교에 가는데 마땅한 교통편이 없어 수내역부터 자전거를 타고 갔다”고 회상했다. 그는 “2013년부터 엔씨소프트 등 대형 IT 기업들이 입주하면서 각종 편의시설이 들어오며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말했다.

판교역에서 내려 블루홀까지는 걸어서 15분이 걸린다. 요즘처럼 날이 좋을 때면 아침 산책 삼아 회사까지 걷기에 딱 좋은 거리다. 김 실장은 전날 야근으로 피곤한 날이면 판교역 앞 버스 정류장에서 ‘맞춤형 버스’인 602-2번 마을버스에 올라탄다. 맞춤형 마을버스는 판교 테크노 밸리 안에서만 운행하는 버스로 엔씨소프트, 이노밸리, NS홈쇼핑, SK플래닛 등 주요 회사 앞 버스정류장을 순환 운행한다. 김 실장은 “맞춤형 버스가 없다면 판교 직장인들의 출근길이 고달팠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 2013년 먹을 곳이 없어 걱정 → 2016년 유명 브랜드 식당 천지

점심시간이 되자 김 실장은 회사 직원들과 함께 구내식당으로 향했다. 블루홀은 구내식당을 무료로 운영한다. 김 실장의 동료인 심지원 씨(블루홀 아트실 실장)는 “회사가 2013년 판교에 입주하기 전에 판교 투어를 왔었는데, 당시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을 때라 직원들 모두 판교 생활에 대해 걱정이 많았다”고 말했다.

3년 전에 비하면 음식점이 많이 늘어나 식사를 해결하는 데 불편함이 없다. 성남시 분당구청에 따르면 판교 테크노 밸리가 위치한 삼평동에는 올해 4월 1일 기준 479곳의 음식점(카페·술집 포함)이 영업 중이다. 이 중 440곳은 2012년 이후에 장사를 시작했다. 특히 대형 업체들이 판교에 입주한 2013년에는 125곳, 2014년에는 113곳의 음식점이 신규 허가를 받았다.

특히 판교 테크노 밸리 중심부에 위치한 H스퀘어 주변 상권이 점점 확산되면서 2013년에 들어선 아브뉴프랑, 지난해 문을 연 판교 현대백화점을 중심으로 ‘신 상권’이 형성되고 있다.

아브뉴프랑은 판교 테크노 밸리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고급 프랜차이즈 식당을 내세웠다. CJ 푸드빌의 한식뷔페 ‘계절밥상’이 판교 아브뉴프랑에서 첫 선을 보였고, 이 밖에도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 스테이크 전문점 ‘부처스컷’, 아시아음식 전문점 ‘생어거스틴’ 등이 입점해 있다.

현대백화점에는 연예인 홍석천이 운영하는 ‘마이치치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했던 맹기용의 ‘퍼블리칸바이츠’, 대구의 유명 빵집인 ‘삼송빵집’, 부산의 ‘삼진어묵’ 등이 영업 중이다.

③ 2013년 놀 곳 없어 일만 하는 지역 → 2016년 ‘제2의 코엑스’ 알파돔시티 5월 문 열어

미래에셋그룹은 지난 2007년 판교역 인근의 부지를 700억원에 인수해 2014년 메리어트 호텔을 지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판교 테크노 밸리가 들어서면서 비즈니스 수요가 증가할 것을 감안해 이 지역에 호텔을 짓게 됐다”며 “현재 부지의 감정가가 800억원으로 100억원 정도의 이익이 생겼다”고 말했다. 미래에셋은 일찌감치 판교의 투자가치를 알아채고 요충지를 선점한 것이다.

김 실장은 “H스퀘어를 중심으로 한 신 상권은 사무실과는 거리가 있어 자주 방문하지는 않지만, 영화 회식 등 특별한 이벤트를 즐길 수 있는 상권”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현대백화점이 들어선 이후 야탑·서현역 주변 상권을 이용하던 사람들이 판교역으로 원정을 올 정도가 됐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제2의 코엑스’라고 불리는 복합문화공간 '알파돔시티'가 판교 테크노 밸리의 모습을 또다시 바꿔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알파돔시티는 백화점과 대형할인점, 쇼핑몰 영화관 등의 상업시설과 대규모 전시공간이 포함된 상업단지로 총면적은 13만2000㎡다.

5월 중순 패션 매장과 신세계 이마트의 전자제품 전문매장인 일렉트로마트, 대형 프랜차이즈 음식점과 카페 등이 먼저 문을 연다. 2018년까지 계획된 모든 시설이 순차적으로 들어선다.

김 실장은 “판교가 유동 인구는 적지만, IT업계 종사자들이 한 곳에 모여 있어 비즈니스 시설이 들어서기에는 최적의 위치”라며 “전시 공간이 들어서면 바이어들이 전시회에 참석한 뒤 곧바로 관심있는 기업을 방문하는 등 비즈니스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④ 2013년 “집값 부담은 적었는데” → 2016년 “일년새 20평 아파트 전셋값 2000만원 올라”

판교 지역에는 이미 ‘학군’도 형성됐다. 삼평동의 보평초등학교·보평중학교가 2009년 혁신학교로 선정됐고, 2012년에는 보평고등학교가 과학고로 지정되며 ‘보평 학군’이 만들어졌다. 부동산 114에 따르면 보평초중고 바로 옆인 삼평동 휴먼시아 8단지는 85㎡형의 매매가가 8억~9억원으로 학교와 떨어진 백현동 휴먼시아 5단지의 같은 면적 아파트 매매가인 7억~8억원보다 1억원 정도 높다.

거대한 상업 시설이 들어서고 교통이 편리해져 좋은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분당선이 연장 개통되자 주변 아파트의 전셋값이 급등했다. 신분당선 광교역 근처 20평형대 아파트의 전셋값이 일년 전보다 2000만원 이상 올랐다. 김 실장도 전세기간이 끝나면 광교역보다 먼 지역으로 이사할 생각을 하고 있다.

홍종란 광교중흥부동산 공인중개사는 “전세가는 지난해에 비해 많이 올랐지만, 매매가는 큰 변동이 없다. 신분당선 확장 개통이 결정됐을때 이미 가격 상승이 상당히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며 “광교역 인근 아파트 가격이 더 상승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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