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업체 사이트 마비시켜 드립니다" 고교생 해커 6명 디도스 공격
[경향신문] 불법 도박·게임사이트 업체의 의뢰를 받고 6000여대의 개인컴퓨터를 좀비피시(PC)로 만든 뒤 경쟁업체를 디도스 공격한 고교생들이 적발됐다. 고교생들은 220만 명의 개인정보를 판매하는 한편 유명 포털사이트 블로그의 조회수도 조작했다. 이 같은 방식으로 챙긴 1500만 원은 인터넷 도박과 유흥비로 날렸다.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7일 김모군(16·고2) 등 고교생 6명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이들에게 디도스공격을 의뢰한 혐의로 이모씨(54) 등 불법 도박·게임사이트 운영자 5명을 같은 혐의로 입건했다.
김 군 등은 개별적으로 지난 1월부터 최근까지 각종 성인게임물에 악성코드를 삽입한 파일을 유포해 이를 내려 받은 6000여대의 컴퓨터를 좀비피시로 만들었다. 좀비피시는 해커의 원격 조정에 의해 쓰레기편지(스팸메일)를 발송하거나 디도스공격을 수행하도록 설정된 컴퓨터를 말한다. 이들은 이어 유튜브나 정보공유사이트에 ‘디도스 대리, 좀비, 해킹툴 판매’ 등의 광고글을 게시해 의뢰인을 모집했다.
이 씨 등 30명은 불법 게임사이트와 도박사이트를 운영하면서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었다. 이들은 경쟁업체를 서버를 마비시켜 고객을 빼내기로 하고 고교생들에게 디도스공격을 의뢰했다. 고교생들은 각각 시간당 7만 원을 받고 자신들의 좀비피시를 이용해 불법 도박·게임사이트 35곳을 공격했다. 또 다른 김모군(16·고1)은 디도스공격 테스트 프로그램을 17만 원을 주고 구입한 뒤 해외사이트를 통해 좀비피시 없이 디도스공격을 하기도 했다.
디도스공격을 받은 사이트는 서버가 마비되거나 속도가 느려졌다. 이 씨 등은 때맞춰 게임광고사이트에 자신들이 운영하는 사이트를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결국 상당수 회원이 이 씨 등의 사이트로 옮겨 도박과 게임을 즐겼다.
디도스공격을 한 학생들은 경기 동두천, 부산, 울산, 청주, 충주, 전주 등에 거주하는 고교 1~2년생들로 효과적인 디도스공격을 위해 1대당 200~300원을 받고 좀비피시를 사고 팔거나 공유한 것으로 조사됐다. 악성프로그램에 감염된 좀비피시는 실시간 감시 및 원격조종이 가능했으며 한 고교생은 압수수색 과정에서 190여대의 좀비피시를 실시간 감시하고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모씨(19)는 고교생들로부터 좀비피시를 구입해 400~500원에 되파는 등 좀비피시 매매상으로 활동하다 적발됐다.
고교생들은 건당 30원을 받고 이름, 주민번호, 휴대전화번호 등이 있는 개인정보 220만 건을 판매했다. 또 유명 포털사이트에서 블로그를 운영하는 무속인 박모씨(41)의 의뢰를 받아 해킹프로그램을 이용해 조회 수를 조작하고, 좀비피시를 이용해 댓글을 달기도 했다. 이 무속인은 이 기간 무속인 블로그 조회 수 1위를 기록했다.
고교생들은 디도스공격, 좀비피시 판매 등으로 각각 50만~470만 원을 챙겼으며 스포츠도박사이트에서 탕진하거나 유흥비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권기정 기자 kw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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