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삼성 전장사업, 아직 첫발도 못 뗐는데..
[이데일리 장종원 기자] 삼성전자(005930)의 ‘자동차 전장사업’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중요 이슈로 떠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이 삼성전자(005930) 전장사업 핵심사업부를 광주에 유치하겠다고 공약으로 내걸면서다. 이제 시작 단계에 불과한 한 기업의 핵심 미래 먹거리가 격량의 정치속에 들어가게 됐다.
발단은 김종인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6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삼성 미래차 산업 광주 유치’를 공약하면서 부터다. 김 대표는 이날 “광주를 미래형 자동차 생산의 산실로 만들겠다”며 “삼성 전장산업 핵심사업부를 광주에 유치하면 5년간 2만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삼성전자 전장사업 유치를 위해 국가균형발전 특별법 등 관련 법률에 따라 투자촉진을 위한 정부 보조금 확대, 민간투자유치를 위한 각종 세제지원 등 파격적 인센티브를 제시하겠다고 약속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선거일을 목전에 두고 호남 지지율에 비상이 걸린 더불어민주당의 깜짝 공약 정도로 넘길 수 있다. 하지만 이 공약이 삼성전자 출신으로 광주 서구을에 출마한 양향자 후보로부터 나오면서 미묘해지기 시작했다.
양 후보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광주 광산에 위치한 삼성 백색가전 부지 등을 활용해 자동차 전장설비 공단을 유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은 최근 일부 생산라인의 베트남 공장 이전 결정으로 지역 민심이 들끓었던 곳이다. 여기에 삼성의 미래인 자동차 전장사업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민심을 얻을 수 있는 매력적인 카드다. 거기에 김 대표는 “양향자 후보가 삼성 측과 협의를 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여 공약(空約)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했다.
하지만 이번 공약은 더불어민주당이 너무 앞서 나갔다는게 업계의 정반적인 시각이다.. 삼성전자(005930)가 자동차 전장사업 진출을 위해 ‘전장사업팀’을 신설한 것은 작년 12월로 이제 겨우 4개월이 지났을 뿐이다. 아직 인재 확보와 함께 핵심 목표 등을 정립하는 단계에서 생산라인 건설은 아직 먼 이야기이다.
삼성전자 역시 즉각 입장을 내고 “전장사업은 이제 사업성 여부를 모색하는 단계”라면서 “구체적 추진 방향과 투자계획은 아직 검토한바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각 정당의 공약사항에 대해 개별기업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면서 당혹스런 입장도 내비쳤다.
문제는 이번 공약으로 삼성전자 전장사업은 발을 떼기 전부터 정치 논리에 휘말리게 됐다는 점이다. 당장 안철수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가 이 문제를 거론하면서 “5공식 발상”이라고 비난한 것부터가 그렇다.
삼성전자 전장사업이 가시화된다면 생산라인 건설 등 본격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하지만 이번 공약으로 그 대상지가 어느 지역으로 결정되더라도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한 기업의 미래먹거리가 최고의 생산 효율성을 따지기 전에 정치논리까지 고려하게 됐다.
전국을 일일 생활권으로 묶어준다는 KTX가 느려진 것은 철도노선 결정에 정치논리가 개입되기 시작하면서다. 효율성 경제성은 뒷전으로 두고 여기저기 역을 건설하면서 KTX는 제 속도를 내지 못하게 됐다. 삼성전자의 전장사업 역시 이러한 전철을 밟지 않을지 우려스럽다.
장종원 (liberjjw@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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