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8·9일도 '찍는 날'
[경향신문] ㆍ13일 총선 당일 투표장 못 간다면…금·토요일 전국 어디서나 ‘사전투표’
“선거일인 13일이 딱 아르바이트 나가는 날이거든요. 피곤해서 새벽에 못 일어나면 투표할 시간이 없어 안전하게 사전투표를 하려고 해요.”
서울 동작구에 사는 대학원생 김은서씨(26·가명)는 오는 8~9일 시행되는 4·13 총선 사전투표에 참여할 생각이다. 아침 일찍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아르바이트 날과 선거가 겹쳤기 때문이다. 학교에 조교 자리가 없어 따로 일을 구했다는 그는 비싼 월세까지 감당하느라 생활이 빠듯하다고 했다. 최저임금·기본소득·주거·여성인권 같은 주제에 관심이 많다는 그는 “최소한 한 달에 200만원은 있어야 안정감을 느끼고 인간적으로 살 만하다는 생각이 들 것 같다”며 “내 한 표가 정치에 과연 반영될까 하는 좌절감도 있지만 아무리 노력해도 극복할 수 없는 벽을 바꾸는 것은 정치라고 생각해 투표에 참여한다”고 말했다.

총선을 치르는 13일에 아르바이트나 회사 출근·출장 등의 이유로 투표하기 힘들어 8~9일 사전투표에 참여하겠다는 시민들이 이어지고 있다.
울산의 철구조물 설비업체 직원인 김충일씨(55)는 “공사 자재가 도착하는 11일 이후에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일해야 한다”며 “정당들의 공천 과정을 보며 한때 투표하고 싶은 생각이 별로 없었지만 사전투표제가 있어 차선의 후보라도 찍자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인크루트가 두잇서베이와 함께 조사한 결과 김씨와 같이 중소기업 재직자의 37%는 총선 선거일에 출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재직자는 68%가 선거일에 휴무였지만 중소기업은 42%만 휴무였다. 의지가 있어도 구조적으로 투표하기 힘든 사람이 많은 셈이다.
9일 해외취업을 위해 출국하는 취업준비생 박현경씨(28·가명)도 8일 사전투표를 하겠다고 했다. 박씨는 “인터넷 댓글을 보면 ‘투표도 안 한 것들이 불만만 많다’는 내용이 있는데 그것에서 벗어나고 싶다”며 “나는 정치적 후원금을 낼 돈도 없어 최소한 투표라도 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최저임금·비정규직 공약을 많이 살핀다는 그는 주변 청년들에게도 투표를 독려하고 있다고 했다.
내 삶에 영향을 주는 정책을 주목하며 사전투표 기회를 활용하겠다는 투표 참여자들도 늘고 있다. 전남 담양의 한 조경업체에 다니는 유지은씨(36)는 “요즘 봄철 조경 성수기를 맞아 조금 더 여유 있는 사전투표일 아침에 출근하면서 투표하려고 마음먹고 있다”며 “중소기업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산뜻하게 지역 발전 대안을 들고나온 후보를 찍겠다”고 했다. 올해 첫아이를 임신했다는 이수희씨(35)도 “전에는 투표하지 않은 때가 많았지만 올해는 ‘천덕꾸러기’가 된 보육료 문제에 관심이 많다”며 “주말인 9일 미리 주민센터에 가서 투표를 마치겠다”고 말했다.
<이혜리·강현석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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