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훔친 공무원증으로 청사 '들락날락' 문제지 빼내기 실패하자 '성적 조작'

이혜리 기자 2016. 4. 5.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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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취준생, 정부청사 침입

민간인이 어떻게 공무원 신분증을 훔쳐 경비가 삼엄한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건물 안을 수시로 들락날락할 수 있었을까.

5일 저녁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경찰관들이 경계를 서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5일 경찰과 인사혁신처 등에 따르면 송씨(27)는 2016년 국가직 지역인재 7급 공무원 선발시험(7급 공무원 시험)에 지원했다.

지난 3월5일 필기시험이 치러진 7급 공무원 시험은 올해 110명 모집에 전국 128개 대학에서 702명이 지원해 평균 6.4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필기시험을 앞두고 압박에 시달리던 송씨는 대부분의 국가공무원 시험을 주관하고 있는 인사혁신처 사무실이 정부서울청사에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청사 인근을 돌아다니던 송씨는 청사 1층 체력단련장에 진입하게 됐고 탈의실에서 공무원 신분증을 훔쳤다.

체력단련장 출입을 위해서는 정문 출입구에서 주민등록증 등 신분증을 제시한 후 출입증을 교부받아야 하고 반드시 내부 인솔자가 동행해야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출입자들은 1차 검색대를 통과한 후 특수경비원이 지키고 있는 건물 내부 출입문을 지나 엑스레이 검색대를 통과해야 한다.

민간인인 송씨가 어떻게 체력단련장에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

송씨는 필기시험을 앞두고 2~3차례 청사 16층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 사무실 침입을 시도했다. 필기시험 문제지를 빼돌리려 했으나 실패했다.

송씨는 3월5일 필기시험을 본 뒤 다시 청사로 향했다. 2~3차례 채용관리과 침입을 시도한 그는 지난달 26일 오후 9시 사무실에 들어갔다. 그는 담당공무원의 PC를 켜고 합격자 명단에 자신의 이름을 추가했다. 이에 맞춰 시험 성적도 조작했다.

청사 내부 사무실에 출입하기 위해서는 보안검색대 등을 통과해야 한다. 공무원 신분증을 활용한 송씨는 아무런 제지 없이 건물 내부로 들어갈 수 있었다.

경찰은 특히 송씨가 다른 사무실과 비교해 보안이 강화된 인사혁신처 채용관리과에 들어간 후 비밀번호가 걸려 있는 담당공무원의 PC에 어떻게 접근했는지를 집중 수사하고 있다.

앞서 2012년 10월 은행원 출신 60대 남성이 가짜 공무원 신분증을 지니고 정부서울청사 18층 교육과학기술부 교육정보기획과 사무실에 들어가 불을 지르고 창밖으로 투신해 사망했다. 정부는 이후 출입자 제한 원칙을 대폭 강화했다. 그러나 훔친 공무원 신분증을 소지하고 제집처럼 정부서울청사를 들락거린 송씨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았다.

경찰은 정부청사 정문과 현관, 사무실 등을 어떻게 통과했는지와 공범 유무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이혜리 기자 lh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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