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간 쯤이야" 했다간.. 20~30년뒤 간경화

김철중 의학전문기자 2016. 4. 4. 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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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100세 시대] [6] 지방간 환자 20%, 방치 땐 '큰 병' 지방간과 심혈관·내분비 질환 '한통속'으로 서로 악영향 끼쳐 지방간 줄이려면 체중 7% 빼고 3개월 이상 운동·식이요법 필요

키 170㎝에 몸무게 70㎏으로 과체중 상태인 회사원 김모(53)씨는 매년 받는 직장 건강검진에서 단골 메뉴로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 하지만 김씨는 '지방간은 으레 있는 것'이라고 여기고 지내다가 지난해 말 검진에서 혈당치가 치솟아 정밀 검사를 받았다. 그러자 각종 질환이 줄줄이 나왔다. 혈당은 당뇨병 단계로 들어섰고, 심장 혈관을 보는 관상동맥 CT(컴퓨터 단층 촬영)에서는 협심증처럼 관상동맥 하나가 좁아져 있었다. 대장 내시경에서는 용종(폴립)이 발견되어 제거술을 앞두고 있다.

◇지방간, 만성 질환의 복면가왕

지방간은 간 조직 전체에 지방이 5% 이상 낀 상태를 말한다. 과다하고 빈번한 음주 외에 영양 과잉 등이 있을 경우 '비(非)알코올성 지방간'이 생긴다. 지방이 간으로 몰려 과다하게 축적돼 있는 셈이다. 최근 의학계에선 이 비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한 재발견 작업이 한창이다. 지방간이 심혈관·내분비 질환과 한통속이어서 지방간은 질병 여부를 알리는 '경고등'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강북삼성병원은 지난 수년간 지방간과 만성 질환과의 관련성을 입증하는 연구 논문 20여편을 쏟아냈다. 이 연구들에 따르면 지방간은 정상 범위의 체중을 가진 사람이라도 걸릴 수 있고, 건강한 사람이더라도 지방간이 있으면 혈중 요산 수치가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당뇨병 환자가 아니더라도 지방간은 당뇨병에 취약해지는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고, 혈당 관리가 부실 상태를 뜻하는 헤모글로빈 A1c 상승과 관련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방간은 '내당능 장애(당뇨병에 근접한 상태)'가 같이 있으면 당뇨병 발생 위험을 더욱 높인다. 이 밖에 ▲지방간과 당뇨병에 취약한 인슐린 저항성이 같이 있으면 심장 관상동맥의 동맥경화 지표가 올라가고 ▲고혈압이나 당뇨병 환자가 아니더라도 지방간이 있으면 동맥이 탄력을 잃으며 ▲근육이 줄어들수록 지방간 위험은 커진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 드러났다.

강북삼성병원 소화기 내과 조용균 교수는 "국제 의학계에서 지방간 환자의 10~20%가 간 조직 염증으로 20~30년 후에 간경화나 간암이 발생한다는 사실에 놀라고 있다"면서 "지방간과 심혈관·내분비 질환은 같은 뿌리로 서로 악영향을 주고받기 때문에 지방간이 있을 때 동반 질환 여부를 철저히 파악하여 근본적인 대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효약 없어 생활 습관 교정 필수

지방간은 국민병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인에게 흔하다. 강북삼성병원이 지난 2013년 서울·경기 성인 16만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40대에 지방간이 절반 가까이(43%) 있을 정도로 심각했다. 여자는 50대부터 늘어나 60대에는 36%에 달했다. 전반적으로 장년층 3명 중 한 명이 지방간이다. 20여년 전에는 지방간이 10%에 불과했는데 비만, 운동 부족, 빈번한 음주 증가 등으로 인해 지방간이 급증한 것이다.

현재 지방간을 약물로 없애는 방법은 없다. 따라서 식이와 운동 습관 교정이 필수다. 우선은 고지방·고탄수화물·고혈당과 관련된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 한광협 교수는 "최소 자기 체중의 7%를 줄여야 지방간 개선 효과가 나온다"면서 "정기적인 운동과 적절한 식습관 실천도 3개월 이상 해야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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