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간 아빠가 성폭행.."딸이 우리가족 구해줘"

양은하 기자 입력 2016. 4. 3. 12:01 수정 2016. 4. 3.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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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력 피해자 지원 해바라기센터 가보니..가해자 70%가 친족이나 친인척
© News1 방은영 디자이너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성폭력 피해 아이들이 가장 두려워하는 게 자신 때문에 가정이 파탄 나는 거예요. 가족들도 '너 하나만 참으면 온 가족이 행복해'라고 아직도 말을 합니다. 그런데 저는 딸에게 항상 이렇게 말해요. '너가 괴물에게서 우리 가족을 구출했다'고요."

김정숙씨(가명)는 친족성폭력 피해자의 엄마다. 김씨의 딸 박은영씨(가명·23)는 초등학생 때부터 12년간 친부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 사업하는 친부는 김씨가 일하느라 집 밖에 있는 시간을 이용해 치밀하게 딸에게 몹쓸 짓을 했다. 친부는 "이 사실을 말하면 너는 엄마, 아빠와 함께 못 산다"며 어린 딸의 입을 막았다.

박씨는 환각과 환청에 시달렸다. "대학에 가면 엄마는 아빠와 편하게 살겠지"라고 생각하며 버텼지만 몸은 갈수록 악화됐다. 2011년 3월, 친부의 범행이 시작된 지 12년이 지나서야 박씨는 자신을 도와줄 곳을 찾아나섰고 곧 서울해바라기센터로 연계됐다. 치료는 4년간 이어졌다. 그사이 친부는 10년형을 선고받고 징역을 살고 있다. 박씨는 이제 '살아있구나'를 느낀다고 했다.

성폭력, 가정폭력, 성매매 피해자를 지원하는 서울해바라기센터가 개소 5주년을 맞았다. 그동안 서울센터는 피해자 4669명에게 의료, 수사, 상담, 심리치료 지원을 했다. 1년에 900명꼴이다. 피해자 중 94%는 여성이고 남성 피해자는 6%였다. 연령대는 10대가 30%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20대가 25%, 30대와 40대가 각각 9%, 6%로 나타났다.

여성가족부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해바라기센터는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 있는 서울센터점 외에도 전국에 35개소가 있다. 상담·의료·심리·수사지원팀이 피해 직후 응급키트를 이용한 증거채취부터 진료, 수사상담, 진술녹화, 국선변호사 연결, 개별 상담, 가족상담까지 원스톱으로 지원한다.

해바라기센터는 일반 성폭력 피해자 지원센터와 달리 병원이 운영하기 때문에 의료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서울센터의 경우 서울대병원이 수탁 운영한다. 센터에는 파견 나온 경찰 4~5명과 간호사, 임상심리사, 상담원 등이 상주해있다. 지속지원을 받는 피해자는 피해 발생일로부터 최대 2년까지 지원받을 수 있다.

성폭력 피해자들이 서울해바라기센터에서 집단 치료를 받고 있다. (해바라기센터 제공).© News1

하지만 성폭력은 피해자가 신고나 공개를 꺼리는 범죄이기 때문에 지원을 받지 못하는 피해자들이 훨씬 더 많다. 성범죄 신고율은 10%로 알려져 있다. 특히 박씨처럼 아동기부터 성폭력에 노출됐을 경우 사건이 드러나기까지 장시간 소요된다. 강은영 한국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성범죄 신고자는 대부분 부모인데 가해자가 가족인 경우 아동 성폭력 사건은 자체적으로 드러나기가 어렵고 따라서 피해는 장기화된다"고 설명했다.

피해 사실을 알려도 가족들이 믿지 않거나 외부에 알려지지 않도록 쉬쉬하기도 한다. 센터 관계자는 "실제로 고모나 할머니 등 친인척이 찾아와 '자식이 아버지를 경찰에 신고할 수는 없다'며 말리는 경우가 적지 않다"며 "김씨처럼 적극적으로 딸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일이 더 드물다"고 말했다. 2013년 한국성폭력상담소 통계에 따르면 8~13세 이하 성폭력 피해자 중 70%가 친족이나 친인척이 가해자다.

신고를 꺼리다 보니 증거 채취도 어렵다. 성폭력 사건의 경우 피해 발생 72시간 이내여야 유효한 증거물을 확보할 가능성이 크다. 센터 관계자는 "피해가 발생하면 되도록 씻지도 물을 마시지도 말고 입은 옷 그대로 찾아와야 하는데 아직 이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강 연구위원은 "신고하면 가해자가 처벌을 받는다는 형사사법기관에 대한 신뢰와 피해자인 자신을 국가가 보호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 성폭력 범죄 신고율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2014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를 보면 44.2%가 최종심에서 집행유예를 받았고 22.1%가 벌금형을 받았다. 징역형은 33.0%였다.

letit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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