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중국 환심사려다 최대 철강공장 문닫을 위기에 곤혹


유럽철강업계 "영국이 중국산 철강 고율 반덤핑관세 가로막아"
(런던=연합뉴스) 황정우 특파원 = 자국 최대 철강공장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한 와중에 영국 정부가 위기의 '주범'으로 지목된 중국산 저가 철강수입품들에 고율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려던 유럽연합(EU) 계획을 가로막았다는 주장이 제기돼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유럽 철강산업 로비단체인 `유로퍼'(Eurofer)의 악셀 에게트 대표는 지난 1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무역보호 수단들을 현대화하려는 EU 각료이사회의 제안들을 거부한 소수그룹에서 영국이 우두머리였다"고 비난했다.
이 제안은 최소부과원칙(덤핑마진과 피해마진 중 작은 것만큼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원칙) 종결을 담은 것으로 알려졌다.
EU 차원에서 중국산 저가 철강수입품들에 대해 미국과 비슷한 수준의 고율 반 덤핑관세를 부과하려는 시도를 영국이 앞장서 가로막았다는 주장이다.
예컨대 중국산 냉연 강판에 대해 미국은 266% 관세율을 적용했지만 EU는 13%를 매기고 있다.
유로퍼는 영국이 중국 정부에 환심을 사려고 반 덤핑관세 강화에 반대했다고 주장했다.
유로퍼 대변인 찰스 드 루시안은 AFP 통신에 "대다수 덤핑 사례가 중국산인 탓에 반 덤핑관세 체제 개정은 대(對) 중국 관계와 직접 연결된다"며 "영국은 중국의 시장지위 인정에 우호적인 편이며 중국의 투자를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영국 BBC 방송은 "정부 관리들은 철강 이외 다른 산업들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거부했고, 보강철(reinforced steel) 등 몇몇 특정 중국산 수입품들에 인상된 관세율을 부과했다"고 말했다.
이런 비난이 제기되는 가운데 미국 워싱턴에서 열리는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에게 철강산업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지난달 31일 만찬에서 캐머런 총리가 시 주석에게 철강산업의 "공급과잉능력" 대처에 합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고 영국 총리실이 밝혔다.
그러나 중국 상무부는 직후 '방향성 평면 압연 전기강판'에 14.5~46.3%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제품은 영국 등 유럽산 고부가치 철강제품으로, 중국이 미국과 유럽의 반덤핑 관세 부과에 보복성 조치를 취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BBC는 "영국이 앞으로 중국의 주요 교역국이 되려고 하는 점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례로 영국은 프랑스 에너지업체 EDF가 주도하는 영국 남부 힝클리 포인트 원자력발전소 건설 프로젝트에 중국의 투자를 바라고 있다.
지난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영국을 국빈 방문한 기간 중국은 이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업자의 지분 3분의 1를 보유하기로 합의해 캐머런에게 선물을 안겼다. 하지만 EDF는 아직 이 사업 추진을 최종적으로 확정하지 않은 상태다.
당시 캐머런 총리와 시 주석은 새로운 '황금시대' 개막을 선언하기도 했다.
보수당 정부가 곤혹스러운 처지에 빠진 이유는 인도 철강업체 타타 스틸이 영국 내 철강공장들 전부 혹은 일부 매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구조적인 경쟁력 상실에 빠진 영국에 더는 투자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제는 매각을 추진하더라도 경쟁력을 잃은 공장을 선뜻 인수하겠다고 나설 투자자들이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에 있다.
영국 최대인 타타 스틸의 포트 탈봇 공장에만 4천 명의 타타 종업원들이 일하고, 이외 계약직과 임시직 등 3천 명도 이 공장 운영과 고용이 연계돼 있다.
타타 스틸 영국 내 임직원은 모두 1만5천 명에 달한다.
대규모 일자리 상실이 우려되는 가운데 캐머런 총리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지원 방법을 찾고 있다면서도 노조와 야당인 노동당에서 요구하는 국유화에 대해선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고 선을 긋고 있다.
jungw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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