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속으로]변신
[경향신문] 캄보디아에서 태어난 아니다 알리는 어린 시절 크메르루주의 학살을 피해 부모와 함께 미국 시카고로 떠났다. 국민의 98퍼센트가 불교를 믿는 캄보디아에서 아니다의 집안은 무슬림이라는 사실만으로도 이미 이방인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부모는 각기 말레이시아계와 태국계의 소수 민족 출신이다. 그러니 아니다는 서구에서는 아시아인이면서, 불교 국가에서는 미국 문화에 익숙한 무슬림이다. 길이 40미터에 달하는 특이한 의상을 입고 펼치는 그녀의 작업은 이 혼종의 상태가 낳은 필연적인 결과물처럼 보인다.
그녀가 입는 애벌레 의상은 캄보디아 불교의 상징색인 주황색을 띠지만, 입었을 때의 모양은 이슬람의 차도르와 닮아 있다. 뱀처럼 짧게 똬리를 틀거나 길게 늘어날 수 있는 이 벌레는 모든 장소에 몸의 모양을 조화시킬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모든 곳에서 눈에 두드러질 수밖에 없기도 하다.
작가는 이 옷을 입은 채 미국 대학의 식당부터 캄보디아의 놀이공원이나 버려진 극장까지 다양한 공간을 누빈다. 그녀에게 결코 생경하지 않을 이 모든 장소들은 그녀의 복장으로 인해 낯선 존재감을 발한다.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혹은 경계하는 시선은 그동안 작가가 마주해 왔던 익숙한 반응들이기도 하다. 그녀는 이러한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마치 새로운 생명체인 것처럼 자신의 퍼포먼스를 완수한다. 그녀의 변신은 다양한 문화적 혼종 속에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찾아내야 하는 저마다의 실험을 대변한다.
<송수정 | 전시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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