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왕 정진영> '영춘화'가 묻는다 "아직도 내가 '개나리'로 보이니?"

2016. 3. 31. 11:3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정진영 기자] 며칠 전 남산 소월로를 따라 걷던 기자의 눈에 반가운 빛깔이 들어왔습니다. 양지바른 석축에 터를 잡고 축축 늘어진 줄기마다 가득 피어난 샛노란 꽃들. 그 화사함에 이끌려 꽃 가까이로 다가온 이들 중에는 한 쌍의 연인도 있었습니다. 기자보다 먼저 꽃그늘 아래에 도착한 연인은 자연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셀카’를 찍기 시작했습니다. 촬영을 마친 연인은 “개나리가 정말 예쁘게 피어나지 않았느냐”며 서로를 바라보고 미소를 짓더군요. 기자는 충동적으로 그들에게 한 마디를 보태려다 삼켰습니다. “이 꽃은 개나리가 아닌데……”.

서울 용산구 후암동 소월로에서 촬영한 영춘화. 정진영 기자/123@herladcorp.com

이맘 때 피어나는 봄꽃 중에서 영춘화는 가장 억울한 꽃이라고 부를 만합니다. 진달래와 철쭉, 매화와 벚꽃은 비슷한 모양새 때문에 꽃을 잘 모르는 이들을 혼란스럽게 하지만, 그렇다고 한 쪽의 존재감이 다른 한 쪽을 압도하진 않습니다. 반면 영춘화는 개나리에 비해 미미한 존재감 때문에 개나리로 오해를 받는 일이 잦습니다. 심지어 신문사의 사진기자조차도 영춘화를 개나리로 착각해 지면에 실었다가 눈 밝은 독자에게 혼쭐이 난 일이 있을 정도니까요.

영춘화는 이름 그대로 ‘봄(春)을 맞이하는(迎) 꽃(花)’입니다. 친척인 개나리는 물론 매화, 산수유보다도 더 빨리 꽃을 피우다보니 이런 이름을 얻었죠. 이 때문에 일본에선 영춘화를 ‘황매(黃梅)’라고도 부른다는군요. 출처는 불분명하나 옛사람들은 모든 꽃들을 불러 모은다는 의미를 담아 영춘화를 ‘영춘일화인래백화개(迎春一花引來百花開)’라고 일컬었다고 합니다. 과거시험 장원급제자의 머리에 씌워주던 어사화로 영춘화가 쓰였다는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이를 미뤄보면 영춘화의 과거 위상은 지금과는 달리 꽤 높았던 것으로 짐작이 됩니다.

대전 동구 홍도동의 한 골목에서 촬영한 개나리.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영춘화와 개나리는 같은 물푸레나무과 낙엽관목이지만, 꽃의 생김새는 많이 다릅니다. 우선 영춘화의 꽃잎은 5~6장이지만, 개나리의 꽃잎은 4장입니다. 개나리와 달리 영춘화는 개화와 동시에 꽃잎을 활짝 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더 화사하게 느껴지죠. 줄기의 색깔도 영춘화는 녹색, 개나리는 회갈색으로 차이를 보입니다. 그러나 개화기간이 개나리와 상당 부분 겹치고, 또 개나리가 주변에 훨씬 흔하다보니 영춘화를 제대로 알아보는 이들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여러분도 가까운 곳에서 개나리를 본 것 같다면, 다시 한 번 그 꽃을 확인해보시죠. 어쩌면 그 꽃이 여러분에게 이렇게 말을 걸지도 모릅니다. “내가 아직도 개나리로 보이니?”.

앞으로도 영춘화를 둘러싼 오해는 쉽게 풀리지 않을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영춘화를 알고 있다면, 이맘 때 좋은 사람들에게 전해줄 흥미로운 이야깃거리가 하나 더 생기는 셈입니다. 그 좋은 사람이 마음에 둔 이성이라면 대화를 위한 마중물로 이만한 소재도 없지요. 영춘화의 꽃말 ‘희망’이 의미심장하게 들리지 않나요?

123@heraldcorp.com

서울 용산구 후암동 소월로에서 촬영한 영춘화. 정진영 기자/123@herla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우리아이 영어글쓰기, 어떻게 교육하나요]
경찰간부 SNS에 "이재명 성남시장 총살 처형’ 사진 올려
GS건설이 분양하는 “마포자이3차”... 입주 때는 “분양가가 전세가
유승민 딸, 수지 뺨치는 미모에 발대식 ‘술렁’
설현, 어린 시절 사진 공개…6살 연상 친언니 미모도 화제
KBS 살린 송중기...시청률, '9시뉴스' 3배 껑충, ‘태후’ 기록 경신
배우 정겨운, 결혼 2년만에 파경…이유가?
고등학교 선생님, 알몸으로 여학생 성폭행 시도
정치인 지지율...박 대통령 '철벽' 40%선 붕괴, 오세훈은 김무성도 제쳐
‘완벽 몸매’ 진아름 “남궁민이 반할 만도”
GS건설이 분양하는 “마포자이3차”... 입주 때는 “분양가가 전세가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