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관투자자 반발에 무릎꿇은 금융위..무색해진 공매도 공시 의무화법

유윤정 기자 2016. 3. 31. 09: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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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매도 공시 기준 현행 0.5% 결정
개인 투자자에도 대차거래 허용해야

국내 주식시장에서 공매도(주식이나 채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주문을 내는 것) 잔고 공시를 의무화하는 법안이 국회를 통과했지만 정부가 기관 투자자의 반발을 우려해 공시 기준을 강화하지 못했다. 공매도 잔고 공시 기준이 기존대로 0.5%로 결정되면서 법이 무색해 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0일 제6차 정례회의를 열어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를 통과한 공매도 공시 의무화법안에 대한 세부사항과 법적 근거를 확정했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2월 18일 대통령령으로 규정돼 있던 공매도 잔고 보고의무를 법률상 의무로 강화하고, 보고의무 위반자에 대한 과태료 부과 근거를 신설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처리했다. 공매도 잔고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는 경우 이를 보고하지 않으면 최대 5000만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금융위는 기관 투자자들의 공매도로 개인 투자자들이 피해를 입자 공매도 공시 의무화 법안을 제정했다. 기존에도 공매도 잔고 보고제도가 있었지만 위반자에 대한 제재근거가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 제도에 따라 투자자는 상장주식 공매도 물량이 발행주식 총수의 0.01%가 넘으면 매일 금감원에 인적사항과 공매도 잔고비율 등을 보고해야 한다. 이 비율이 0.5%를 넘으면 이를 공시해야 한다.

금융위는 이 공시기준을 현행보다 더 엄격히 적용, 기준을 0.3~0.4%로 낮출 계획이었다. 예컨대 현행대로라면 총주식수가 50만주인 A주식을 공매도를 위해 2500주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 이를 공시해야 하지만 그 아래라면 보고할 필요가 없다. 기준이 엄격해지면 2000주만 갖고 있어도 공매도 보유잔고를 공시해야 한다.

개인 투자자들은 주가가 오르는 국면에서는 상승 흐름을 꺾고, 하락기에는 주가 하락을 가속화시킨다는 이유로 공매도에 대한 강한 반감을 품고 있다. 지난 1월 공매도 거래금액이 코스피 시장 거래대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공매도로 인한 주가 급락의 희생양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기관투자자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금융위는 현행 공시기준안을 그대로 적용했다. 기관 투자자들은 사모펀드를 중심으로 활기가 돌기 시작한 펀드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고 투자전략이 노출돼 운용에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 탓에 공매도 공시 강화안에 반발해 왔다.

유통 물량이 적은 종목은 특히 소량만 공매도 잔고로 보유해도 이를 공시해야 해 포지션(투자자 재산의 현재상태)이 노출될 수 있다. 특히 공매도 전략을 주로 사용하는 롱숏펀드는 공매도 잔고 공시 제도 도입으로 운용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이 예상될 때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주식을 빌려서 파는 것이다. 만약 예상대로 주가가 내려가면 주식을 미리 팔아 받은 돈보다 적은 돈을 들여 주식을 사서 갚을 수 있어 차익이 생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기관 투자자 투자전략이 노출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시기준을 기존 0.5%로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공매도가 주가의 거품을 차단하는 순기능을 갖고 있는 만큼 규제 강화보다는 개인 투자자들에게도 공매도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인 투자자들은 이론적으로는 공매도에 참여할 수 있지만 실제로 공매도는 불가능하다. 신용 탓에 증권사가 개인에게 주식 대여를 해주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당국도 공매도에 따른 개인 투자자 피해를 우려해 개인의 주식 대차를 허용하는 것에 부정적이다. 하지만 자금력이 있는 개인 투자자에 대차 거래가 가능하도록 하고 대신 추후 발생할 문제에 대해선 관리 감독을 강화하는 편이 바람직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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