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여사의 여행일기 아이슬란드편(7)] 비크를 지나 클라우스터까지

2016. 3. 26.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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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3월 24일 오후 10시 48분 여행일기 업로드

보름달이 동쪽하늘에서 휘영청 떠오르고 다시 또 구름이 잔뜩 끼더니 비가 쏟아져서 오로라 보기를 포기하고 푹 잤다.

드디어 4박5일 정든 집과 헤어지는 날이다. 오늘은 비크를 지나 클라우스터까지 가야한다. 요크살롱까지 갔다오려면 4백킬로를 운전해야 하니 부담스러운 날이다. 비장한 각오로 운전대를 잡았다.뒤차에 잘 따라오라 당부를 하고 악셀을 쌔리 밟았다면 올마나 좋을까나.3월도 다가는 이마당에 눈이 내린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잘되던 네비가 먹통이다. 핸폰에 깔아온 앱이 새버젼으로 바뀌면서 혼선이 왔다. 동물적인 감각을 총동원해서 셀포스까지 무사히 왔다. 셀포스교차로에서 1번도로로 빠지는 사인이 없어서 길을 놓쳤다. 이상한 느낌에 차를 세우고 네비를 계속 확인하니 1번도로를 그제야 찾는다.

오늘부터 부활절연휴가 시작한다. 미리 얻은 정보에 따르면 식당들이 죄다 휴일이다. 우리가 가는 도중에 비크정도에서 점심을 먹으면 될텐데 어제 찾아본 정보에 의하면 문을 여는 식당이 없다. 셀포스에서 빵이라도 사려고 했는데 이른 시간이라 빵집도 열지 않았다. 간단한 간식정도는 확보하고 있으니 일단 출발했다.

한참을 가는데 진눈깨비는 폭설이 되어 퍼붓는다. 와이퍼를 최고속도로 왕복운동 시키는데도 시야가 흐리다. 계속해서 뒤차를 체크하는데 다행히 잘 따라온다. 도로에 눈이 쌓였는데 길은 산을 넘는다. 높은 산은 아니지만 눈길이라 부담스럽다.

힘들게 비크에 도착해서 혹시라도 문을 연 식당을 찾았다. 다행히 1번도로상에 휴게소가 보인다. 간단히라도 떼우자고 들어가니 제대로 된 식당이 있다. 11시에 문을 연다기에 10분 기다려서 들어갔다.

식당에서 보이는 바다풍경이 환상이다. 멀리 4자매같이 생긴 바위가 보인다. 까만 모래밭에 우뚝 서있는 모습이 우리를 부른다. 밥먹고 산책하자고 나갔다. 진눈깨비가 우박으로 변해서 세찬 바람을 타고 우리를 마구 두드려팬다. 바람에 날아갈 지경인데 우박섞인 진눈깨비까지 괴롭히니 완벽한 고문 3종셋트이다.

철없이 순수한 50대 중년소녀들은 그래도 좋다고 깔깔 웃으며 즐겁다. 바람이 어찌나 센지 4자매바위까지 가지 못했다. 세찬 파도가 삼킬듯 밀려오는 것이 무서울 정도이다. 바위를 구경하고 돌아오는데 바람이 등뒤에서 떠밀어 날아가듯이 차로 돌아갔다. 중간중간 폭포도 있고 경치도 좋지만 사나운 날씨때문에 차에서 내릴 엄두가 나지 않는다.

바로 달려서 예약한 호텔로 왔다. 중간에 한것도 없이 오니 1시다. 체크인이 3시나 되어야한단다. 근처 볼거리를 물어보니 2군데를 소개해준다.

먼저 캐니언을 보는 포인트로 갔다. 전망대로 가는데 길이 비포장도로로 변신하더니 도저히 차가 갈수없는 도로로 변신을 한다. 후진으로 겨우 탈출했다. 악천후라 걸을 엄두가 나지 않아서 다음 추천장소로 갔다. 바다가 보이는 포구라는데 그냥 그렇다.

돌아서 호텔로 오는데 퉁가라고 이정표가 보인다. 퉁가라면 노르웨이말로 혀라는 뜻이다. 혹시하는 마음에 들어갔다. 까만 모래톱이 혀처럼 생기긴 했다. 갸우뚱하면서 경치를 즐겼다. 아담하고 정겨운 경치다. 저녁에 호텔 프론트에 물어보니 퉁가가 혀를 뜻하기도 하지만 경치를 말할때는 산능선을 뜻한단다. 까만 모래톱이 쌓인것이 혀처럼 생긴건 우연의 일치이다.

이근처 지형중에 특히 재미있는 것이 있다. 마치 경주 고분들이 끝없이 이어져있는 모습들이 특이하다. 크기는 딱 그만한 것들이 정상에는 꼬깔모자처럼 꼬깔을 매달고 있다. 한두개도 아니고 대부분의 언덕들이 꼬깔을 달고 누운 모습들이 성숙한 여인들이 단체로 누워있는듯 하다.

그렇게 돌아보았는데도 시간이 남는다. 호텔에 일찍 들어가서 멀뚱거리기도 난감해서 스캐프테펠국립공원으로 갔다. 인터스텔라의 배경이라고 알려져 있는 곳이다. 빙하걷기와 얼음동궁투어등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는 입구쪽에서 보이는 빙하까지 산책했다.

가는 길에 폴란드에서 온 한국교환학생들을 만났다. 우리 아이들또래라 너무 반가왔다. 나이든 우리들 말상대도 해주고 사진도 이쁘게 찍어줬다. 여행중 귀한 단체사진을 빙하앞에서 한국학생들이 찍어주니 감격이다.

날이 개이고 해가 나오기 시작한다. 아이슬란드날씨는 도저히 종잡을수가 없다. 호텔로 돌아오는 중간에 하늘에 깔렸던 구름들이 사라지더니 파란 하늘이 점점 넓어진다.

호텔체크인을 하고 저녁식사를 위해 레스토랑예약도 했다. 7시에 모여 오랫만에 우아하게 저녁을 먹었다. 가재전채와 샐러드를 곁들인 치킨파스타를 먹었다. 양이 너무 많아 다들 반이상을 남겼다.

오랫만에 와인도 한잔씩 주문을 했다. 직원이 오더니 오로라를 위해 12시에서 3시 사이에 깨워줄까 묻는다. 해가 지는 시간과 달이 뜨는 시간을 체크하니 8시에서 9시 사이에 해도 달도 없는 시간이다. 저녁먹고 먼저 드라이브삼아 나가기로 했다. 차한대로 다녀오자고 했다. 나는 자연히 와인을 못마시게 되었다. 친구들이 남은 와인을 병째로 주면서 자기전에 마시라한다.

저녁먹고 차한대에 같이 타고 드라이브를 나갔다. 불빛이라곤 없는 곳을 찾아 나갔다. 8시30분이 넘어서 해는 졌는데 해님의 꼬리가 남아 깜깜해지려면 한참 있어야 할듯 싶다. 12시에 다시 오로라헌팅을 나가기로 하고 우리는 잠시 눈을 붙이자고 호텔로 돌아왔다.

자정이 지나면 우리의 호박마차에 오로라지붕을 씌우리라. 아자아자

허미경 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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