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여사의 여행일기 남인도편] Day-12

2016. 3. 26. 13:09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떼카티에 온 가장 큰 이유는 페리야르 호랑이보호구때문이다.일반 관광객들은 이곳에 와서 코끼리트래킹도 하고 차밭에도 가고 와이너리도 들르고 산구경도 하는 것이 좋을지 몰라도 우리에겐 자연 속에서 호랑이를 만나는 것이 가장 큰 의미다.

어제 버스터미널에 도착해서 짚차들이 줄서있길래 요금을 알아봤다. 케랄라쪽만 보면 1500루피 타밀나두쪽까지 가면 2500루피였다. 호텔에 와서 리셉션에 준비된 투어가 뭐가 있는지 물어봤다. 책자를 가져와서 보여준다. 영어로 내용이 자세히 설명되어 있다. 기왕이면 호텔투어 팔아주자는 생각에 좀 비싸도 감수했다.

첫날은 코끼리트래킹과 보트를 포함한 짚차투어를 하고 다음날은 1박2일 타이거트레일체험을 하기로 했다. 호텔과 연계된 투어에이전트라 믿고 하기로 했다. 코끼리나 짚차는 다른데서도 여러번 한 체험이라 큰 기대는 안하고 타이거트레일은 어디에서도 할 수 없어서 기대만땅이다.

아침먹고 약속한 시간에 짚차가 우리를 데리러왔다. 부푼 가슴을 안고 코끼리트래킹부터 하러 갔다. 인도코끼리의 본고장에서 하는 트래킹이니 제대로겠지 하는 기대가 있었다.

입구에서 우리보고 알아서 선택해서 표를 사란다. �o미 코끼리트래킹 포함아니었나?

갸우뚱...하여간 표를 샀다. 코끼리한테 선물로 줄 바나나도 한바구니 샀다. 코끼리를 타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연말 휴가철이라 다른 지방에서 온 가족여행자들이 넘친다. 코끼리가 그만큼 많이 준비되어 있겠지 했다.

기다리는 동안 사람들이 나한테 와서 사진찍자고 줄을 선다. 인도인들에게 한국여자는 코끼리보다 더 신기한 존재다. 연예인놀이도 이젠 지겹지만 국위선양을 위해서 웃으며 사진찍었다. 그나마 연예인놀이라도 안했으면 지겨워 죽을 판이다. 같이 기다리는 인도사람들도 나덕분에 시간 잘 떼웠다.

나의 코끼리를 위해 바나나를 한바구니 샀는데 다른 코끼리한테 야금야금 주고 심지어 인도 어린이들이 나한테 와서 바나나를 얻어가기까지 했다. 내코끼리를 위해서 겨우 두 다발 챙겼다.

드디어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우리차례가 되었다. 일단 미스터코한테 인사나누고 바나나뇌물을 바쳤다. 코끼리는 맛있게도 얌얌 먹는다. 코로 바나나를 말아서 입에 넣는 모습이 아기들이 오물오물 밥먹는것처럼 귀엽다.

상견례를 마치고 코끼리등에 탔다. 자리가 넘 불편하다. 코끼리등에 말안장같은 걸 올려놓고 타라니...다리를 있는대로 벌려야한다. 요가의 나라답다. 태국이나 치트완을 생각했던 내가 잘못이다. 5백미터도 채 안되는 서클을 도는데 조련사가 카메라를 달라고 하더니 포즈는 온갖 포즈를 다 잡게한다. 트래킹내내 조련사가 같이 걸을 정도니 얼마나 짧은 코스인지 짐작이 된다.

내가 체험한 코끼리트래킹중 최악이다. 30분짜리로 표를 샀는데 15분도 못탔다. 그나마 중간에 큰일 보시느라 몇분을 땡볕에 서 있었다. 그거야 생리현상이니 할수없는 일이다. 적어도 앉는 자리라도 제대로 만들어 올려놓고 장사를 해야한다. 코끼리타겠다는 사람들 줄은 무지 긴데 코끼리는 달랑 5마리가 다이다.

이 동네 코끼리학교 관계자들은 태국 치앙마이나 네팔 치트완에 유학가서 코끼리트래킹이 어떤건지를 배우고 와야한다. 네팔 치트완국립공원 코끼리트래킹은 그야말로 환상이다. 수많은 동물을 자연속에서 만나고 코끼리등 의자는 안락의자라서 3시간을 타는데도 불편하지 않다. 이곳 떼카티코끼리 등에 15분 정도 앉아있는데 안장이 오른쪽으로 미끌어져 계속 불편했다.

코끼리트래킹을 마치고 짚차로 돌아오니 차는 있는데 기사가 없다. 차창문에 붙은 전화번호로 전화를 했다. 사무실 전번인지 곧 기사를 보내겠다고 말한다. 좀 있다 기사가 오더니 차빼고 겨우 주차장을 나왔다.

기사에게 일단 국립공원사무실로 가서 내일 할 타이거트레일부킹부터 하자고 했다.

기사는 나중에 가도 된다고 노프라블럼이란다. 영어로 말은 하는데 내가 하는 말에 엉뚱한 답을 한다. 이럴때 황당하다. 내가 복잡한 말을 하는것도 아닌데 귀기울여 단어하나라도 들어주면 좋겠다 싶다. 차라리 아예 영어 한마디도 못하는게 낫다. 어줍잖게 몇 마디 하는 영어로 자꾸 자기맘대로 델고 다니니 죽을 맛이다. 내가 서자고 해도 못알아듣고 그냥 지나친다. 비싼 투어를 왜하나싶다. 코코넛 먹고싶냐고 묻길래 망고가 있는 가판점이 보여서 서자고 하니 못 알아 들은 척 그냥 지나친다. 한참을 가더니 사람들이 잔뜩 모인 상점에 세우더니 코코넛을 사먹으란다.

표를 사려고 계산대로 가니 포도가게다. 포도쥬스가 물탄것이 있고 원액이 있다. 당연히 원액을 샀다. 타밀나두는 와인판매가 되는지 한병에 450루피란다. 케랄라의 반값이다. 와인도 한 병 샀다. 기사도 포도쥬스 한 병 사줬다. 원액이라던 포도쥬스는 설탕맛이 진하게 난다. 내용물표기를 보니 설탕 물 이것저것 다 들어있다.

주인이 나오더니 가게뒤에 있는 포도밭구경을 하란다. 포도밭이 엄청 크다. 포도밭은 여러 구역으로 나눠져있는데 설익은 포도밭 다익은 포도밭 새로 순이 나는 포도밭 잎떨어진 포도밭등으로 나눠져있다. 일년내내 포도생산이 가능하다. 포도밭에서도 이놈의 인기는 시들줄을 모른다. 단체손님들이 줄지어 사진찍자고 한다. 어떤 신사분은 비디오로 찍기까지 하신다. 기사땜에 짜증은 났지만 그래도 한국인의 명예를 걸고 생글생글 웃었다.

포도밭을 나와서 기사는 무지막지 달리더니 점심을 뭘 먹을지 묻는다. 좋은 레스토랑가자고 했더니 또 못알아듣는다. 클린 레스토랑 가자고 해도 못알아듣는다. 그냥 포기하고 탄두리하고 짜파티했더니 알아듣는다.

가는 길에 코피랜드라는 레스토랑을 지나는데 좋아보여서 들어가자 했더니 또 못알아듣는다. 귀가 먹었나 싶어서 큰소리로 코피랜드 레스토랑가자고 고함을 질렀더니 거긴 레스토랑이 아니고 호텔이란다. 기가 막힌다. 간판에 탄두리치킨이 벌거벗고 허벅지를 드러내고 있는데...누굴 장님으로 아나? 싶다.

도착한 식당은 휴게실같은 로칼식당이다. 들어서서 식당을 보니 차마 주문할수가 없어서 그냥 나왔다. 식당직원이 나와서 전망좋은 자리를 줄테니 들어가잔다. 내가 탄두리치킨 달 짜파티되냐고 물었다. 노프라블럼이란다. 그래서 들어갔다. 전망은 개뿔...개천도 강이냐...욕나온다. 먹을때 화내면 나만 손해다. 그냥 마음을 비웠다.

자리잡고 앉으니 와서 탄두리는 없고 갈릭치킨은 있단다. 그냥 달라고 했다. 자포자기다. 다행히 갈릭치킨은 먹을만하다. 먹고 나와서 계산을 하려는데 기사가 밥을 먹고있다. 완전 한상 잘차려서 먹고 있다. 기사밥값까지 내줬다. 우리 둘이 먹은것보다 더 쳐드셨다.

지프로 타이거힐로 달렸다. 길은 극도의 비포장이다. 자연 롤러코스트체험이 따로 없다. 가는 길에 차밭이 펼쳐지기는 한데 우리는 수마트라 케린치의 수백킬로 차밭구경을 했던 경험이 있는지라 이동네 차밭은 귀여운 수준이다.

짚차는 달려서 뷰포인트에 몇번 세워주는데 왜 서는지 이해도 안되는 경치다. 멀리 산능선에 야생소 두 마리가 있다고 보라는데 육안으로 찾기 어렵다. 기사는 야생소를 봤으니 우리보고 운이 좋단다. 보이지도 않는 소 두 마리가 저멀리 산꼭대기에 있다고 럭키하다니 행운을 통째로 삶아먹었나 싶다.

또 한참 달려서 뷰포인트에 서더니 저기 저멀리 사슴 두 마리가 있단다. 야생소는 그나마 점이라도 보였는데 사슴은 점도 보이지 않는데 자꾸 보인단다. 그래 보인다고 쳤다.

길은 울퉁불퉁 말도 아니다. 심신이 허약하거나 노약자는 절대로 타면 안된다. 나는 그나마 몽골 푸르공도 타보고 사하라짚차도 타보고 별거 다타봤는데도 이곳 길은 최악이다. 거기다 기사는 정말로 운전을 잘한다. 비포장에서도 거의 날듯이 달리고 포장도로에선 무법천지로 추월을 한다. 추월하는 내내 앞에서 키스하자고 마주치는 차들땜에 토할 지경이다.

내일 타이거트레일 예약하려면 국립공원 사무실 문 닫기 전에 가야하는데 아침에 우리가 먼저 가자고 했을때 갔으면 될걸...시간맞추느라 불법추월 과속 난폭운전...할건 다한다. 중간에 투어에이전트 직원이 차에 올라타서 국립공원 사무실에 가서 예약을 도와 준단다. 예약해놓은게 아니냐고 물으니 가서 하면 된단다. 어제 분명히 예약 했다더니 기가 막힌다.

국립공원사무실에 오니 타이거트레일은 이미 마감되었단다. 다른건 어떠냐고 했더니 모든게 마감이다. 나이트트래킹이 가능하다는데 그건 하고싶지 않다. 투어에이전트 직원말이 12월달은 이미 풀부킹이란다. 근데 어제 가능하다고 한건 뭐인지 모를 일이다.

남편은 기가 막힌지 담배핀다고 나가면서 나보고 알아서 하란다. 투어에이전트 직원도 남편따라 나간다. 국립공원 직원에게 직접 물으니 내일것은 다 마감이고 모레는 가능하단다. 좀전에 투어에이전트직원은 이미 오래전에 12월 부킹이 완료되었다더니...

어제는 오늘 예약이 가능하다고 했었고...

도대체 무슨 말이 진짜인지 모르겠다. 더이상 이동네에서 보고싶은게 없다. 그냥 호텔로 가자고 했다. 호텔에 도착해서 매니저에게 짚차 얼마 주면 되냐고 물으니 6천루피주란다. 헐...2500루피면 되는걸 6천 주라고하니 기가 막히는데 남편이 그냥 주란다. 실갱이하고 나면 내가 가슴앓이할걸 안다.

일단 주고나니 매니저가 오늘 어땠냐고 묻는다. 투어는 접어두고 타이거트레일 예약못해서 실망이고 속상하다 했다. 대충 이야기하는데 말도 하기 싫다. 1박2일 정글헛에서 잘 계획이 취소되니 당장 내일 잘 곳이 없다. 연말에 호텔구하기도 어려운데...남편이 이호텔 맘에 들면 하루 더 있자는데 투어를 바가지쓰니 더 있고 싶지가 않다. 더구나 위치가 넘 외진 곳에 있어서 전망이나 시설외에는 돌아 다니기가 넘 불편하다.

일단 방에서 쉬면서 생각하겠다고 방으로 왔다. 이런저런 정보를 모아서 생각했다. 무나르호텔 예약을 하루 당겨서 갈까 싶어서 호텔에 전화를 하니 하루 더 예약을 하란다. 무나르에 3박이나 하고 싶지는 않다. 타이거보호구땜에 이곳에 왔는데 엉뚱한 것만 하고 가는것이 억울해서 다시 궁리를 했다. 찾아보니 타이거보호구안에 리조트가 있다. 리조트에 머물면서 우리 둘이 자유롭게 다니기로 했다.

짜여지고 일상적인 투어는 우리하곤 맞지가 않다. 남편이 마누라 공주대접해주려고 짚투어 했는데 우리체질은 아닌듯 싶다. 공주의 후손이지만 무수리체질이라 공주대접받는건 안맞는듯 싶다. 내일일정을 정리하고나니 맘이 가볍다.

저녁 먹을려고 식당으로 갔다. 속상한 우리를 위해 저녁을 제대로 차려놓았다. 남편은 치킨스테이크 나는 클럽샌드위치시켰는데 한국의 괜찮은 레스토랑수준으로 만들어나왔다. 매니저가 와서 미안하다고 사과를 한다. 이미 그렇게 되었으니 괜찮다고 했다. 하지만 니들이 알아야하는건 짚차투어는 잘못된거라 했다.

내가 터미널에 도착했을때 알아본 가격은 2500루피였는데 니들이 6천루피라 해서 모든 투어내용이 포함된건지 알았는데 보트도 못타고 한게 하나도 없고 이것저것 이야기 다해줬다. 니들이 투어에이전트에 이야기해서 차액을 돌려받던지 해야 한다고 말해줬다. 매니저도 순순히 인정하고 투어에이전트를 욕했다. 남편이 우리한테 돌려줄 필요는 없고 돌려받아서 호텔 직원들 나눠가지라고 했다.

내가 떼카티에 실망이라고 했다. 도대체 여길 왜 오는지 모르겠다. 좋은 것이 있으면 추천해보라고 했더니 타밀나두나 케랄라에는 산이 없다보니 사람들이 산구경하러 오는거란다. 코끼리와 호랑이보호구지만 솔직히 야생동물보기는 어렵다고 고백했다. 덥고 복잡한 도시를 떠나 시원한 산속 국립공원이라 사람들이 많이 모이지만 딱히 추천하고 싶지는 않은 곳이다.

다만 우리가 묵는 호텔은 경치도 좋고 직원들 서비스도 훌륭하다. 하지만 호텔때문에 올만큼 가치있는 지역은 아니다. 동남아나 네팔에 가면 더 싼 비용으로 더 다양한 정글과 자연체험을 할수있다. 인도는 국립공원제약이 많은데다 통제도 심하다. 그렇게 자연을 잘 보호하려면 길거리 쓰레기나 잘 치웠으면 싶다. 인도의 국립공원을 다 돌아볼 가치가 있나 싶다.

방으로 돌아와서 내일 뭘하나 싶어서 여러 리뷰들을 검색해보고 실소를 금치못했다. 수많은 여행자들이 우리하고 같은 이야기를 적어놓았다. 결론은 지나는 길에 들를 정도이고 일부러 찾아올 곳은 아니다 라는 것이다. 국립 호랑이보호구라는 말에 완전 제대로 낚였다.

허미경 는 대한민국의 아줌마이자 글로벌한 생활여행자다. 어쩌다 맘먹고 떠나는 게 아니라, 밥먹듯이 짐을 싼다. 여행이 삶이다 보니, 기사나 컬럼은 취미로 가끔만 쓴다. 생활여행자답게 그날그날 일기쓰는 걸 좋아한다. 그녀는 솔직하게, 꾸밈없이, 자신을 보여준다. 공주병도 숨기지 않는다. 세계 각국을 누비며 툭툭 던지듯 쏟아내는 그녀의 진솔한 여행기는 이미 포털과 SNS에서도 두터운 팬층을 확보하고 있다. 여행일기 남인도편은 2015년 12월말~2016년 1월초까지 다녀온 남인도여행 이야기다.

Copyright © 전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