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오바마 쿠바서 역사적 연설..아바나 시민들 "생중계 놀랍다"



(아바나=연합뉴스) 김지헌 특파원 = 미국 현직 대통령이 쿠바 국민을 상대로 연설을 한 날, 쿠바인들은 곳곳에서 역사적 순간을 지켜봤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아바나의 알리시아 알론소 대극장에서 대중 연설을 한 22일(현지시간) 아바나 시내는 멈춰 서다시피 했다.
대극장이 있는 구시가지 '아바나 비에하' 근처엔 도처에 사복 경찰이 배치됐다.
극장 일대 반경 수백 미터 지점에 바리케이드를 쳐놓고 경찰들을 일렬로 세워 '인의 장벽'을 쳤다.
근처에 손님을 내려놓고 떠나던 한 택시기사는 "보다시피 길을 대부분 막아놓아서 지나갈 수 있는 길을 찾느라 거의 곡예운전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을 보려는 사람들이 모여들었지만, 가까이 가지는 못한 채 폴리스라인 바깥에서 서성거리며 극장 앞에 승용차가 멈춰 설 때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곤 했다.
이 장면을 지켜보던 한 시민은 "가까이 가지 못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기억에 오래 남을 순간이라 나와봤다"며 "오바마 대통령이 어떤 말을 하건 중대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의 연설이 시작되자 외부에 나와 있던 시민들은 TV 화면을 쳐다보느라 발걸음을 멈췄다.
식당이나 술집은 물론이고 사진관, 전자제품 가게 등 TV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사람들의 시선이 고정됐다.
그리 화질이 좋지 않은 쿠바 국영 방송의 화면이었지만, 오바마 대통령이 쿠바 공중파에 등장한 것 자체에 시민들은 흥분했다.
연설을 지켜보던 시민 안토니나 베니테스(38)는 "저 사람이 이곳에 와서 저 자리에 서기까지 정말 오랜 시간이 걸렸다"며 "앞으로는 이런 일이 더 자주, 더 쉽게 일어났으면 좋겠다"고 기대했다.
특히 이번 연설의 생중계가 성사된 것에 대한 반향도 컸다.
파누코 곤살레스(45)는 "놀라울 따름"이라며 "미국인, 그것도 대통령이 아바나의 국립극장에서 생중계로 연설을 했다. 그가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데도 생중계를 했다는 것은 쿠바가 변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기뻐했다.
채널을 오바마 연설에 고정해둔 한 식당 종업원은 "어제 라울 카스트로 국가평의회 의장과 오바마 대통령의 기자회견도 그랬지만, 지금 같은 일이 일어나리라곤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며 엄지를 치켜세웠다.
j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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