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심각해지는 '데이트 폭력'..여성 절반이 피해 경험

송원형 기자 2016. 3. 2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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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동료였던 A(41)씨와 B(31·여)씨는 2015년 8월부터 사귀기 시작했다. 하지만 A씨는 B씨가 다른 남자를 만나지 않나 계속 의심했다. A씨의 폭언과 폭행을 참다 못한 B씨는 “헤어지자”고 통보했다. 화가 난 A씨는 크리스마스 이브인 작년 12월 24일 오후 8시쯤 B씨 집을 찾아갔다. A씨는 B씨를 납치하기 위해 전기충격기까지 준비했으나 실패했다. A씨는 염산을 B씨 얼굴을 향해 뿌린 후 달아났다. 경찰 추적이 계속되자, A씨는 경찰에 자수했다.

C(26)씨는 작년 5월 서울의 한 원룸에서 동거하던 여자친구가 헤어지자고 말하자, 여자친구를 목 졸라 살해했다. C씨는 이후 충북의 한 야산으로 가서 시신을 암매장한 후 시멘트로 덮었다. C씨는 자살을 기도했다가 실패하자 경찰에 자수했고, 작년 10월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우리나라 여성 2명 중 1명은 남자 친구로부터 심리적·정신적 폭력이나 신체적 폭력, 성추행, 성폭행 등 ‘데이트 폭력’ 피해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남성의 절반 이상은 연애할 때 여자 친구에게 데이트 폭력을 행사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전문가들은 우리 사회 데이트 폭력 실태가 심각하다며, 교제 상대방의 전과 기록을 조회할 수 있는 ‘전과정보공개제도’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여성 대상 폭력에 대한 연구: 친밀한 관계에서의 폭력을 중심으로’에 따르면, 전국 19세 이상 여성 2000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1070명(53.5%)이 남자 친구에게 폭력 피해를 본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유형별로 보면 성추행을 당했다고 답한 사람이 710명(35.5%·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았다. 심리적·정서적 폭력 피해가 703명(35.2%)으로 뒤를 이었다. 다음으로 성폭력 피해(406명·20.3%), 신체적 폭력 피해(387명·19.4%), 상해 피해(135명·6.8%) 등의 순이었다.

성추행 피해 중 가장 힘들었던 것은 ‘내 의사와 상관없이 가슴, 엉덩이 또는 성기를 만진 적이 있다’(37%)였다. 여성들이 겪은 정서적·심리적 폭력 피해 중에는 ‘화가 나서 발을 세게 구르거나 문을 세게 닫은 적이 있다’(21.9%)는 대답이 가장 많았다.

남성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데이트 폭력의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 만 19세 이상 남성 2000명을 상대로 데이트 폭력 가해 경험을 물은 결과, 1140명(57%)이 ‘가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유형별로 보면, 성추행이 758명(37.9%·복수응답)으로 가장 많았다. 심리적·정서적 폭력(732명·36.6%), 신체적 폭력(448명·22.4%), 성폭력(350명·17.5%), 상해(174명·8.7%) 등이 뒤를 이었다.

최근에도 20대 여성이 남자 친구의 폭행에 시달린다며 경찰에 신고한 다음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하는 등 데이트 폭력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난 7일 경찰청은 올해 2월부터 한 달간 ‘데이트 폭력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한 결과, 868명(구속 61명)을 입건했다고 발표했다. 경찰은 사법처리 인원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49.1% 늘었으며,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92%)이라고 설명했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은 보고서를 통해 “데이트 폭력은 반복되며, 점차 강도가 심해져 살인으로 이어질 수 있어 피해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2005년부터 2014년까지 살인 범죄 피해자 1만283명 중 피해자가 연인인 경우는 1059명(10.3%)이다. 다른 범죄에 비해 살인 범죄의 피해자가 연인인 경우가 많다.

연구원 측은 “가정 폭력의 경우 가정폭력방지특별법 등으로 처벌할 수 있지만, 데이트 폭력은 통상적인 폭력 범죄로 처벌되고 있다”며 “특히 스토킹의 경우 경범죄처벌법으로 처벌이 가능은 하지만 범칙금이 워낙 낮아 효과가 없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영국처럼 교제 상대방의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제도 도입을 검토하고, 가정폭력방지법이나 여성폭력방지법에 데이트 폭력을 포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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