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군의 옛지도 여행] 충청도 수군 중심지, 보령 충청수영











<옛지도 읽기-충청수영도>
조선시대 바다와 해안을 지키는 군사기지를 수영(水營)이라 부른다. 수군절도사(水軍節度使)의 병영(兵營)을 줄인 말이다. 충청남도 보령시 오천면에 있었던 충청수영(忠淸水營)일대를 답사하였다. 서해안 고속도로 광천 I.C에서 40번 국도를 따라 해안으로 가면 오천항이 나온다.
오천항에는 많은 배들이 정박하고 있었고 횟집과 수산물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영업중이다. 예전에는 바닷물이 훨씬 더 안쪽까지 들어왔지만 1990년대에 오천면과 천북면을 잇는 보령방조제가 생기면서 배들은 방조제 밖에 정박해 있었다.
오천항 주변을 걷다보면 면사무소, 농협, 파출소 등을 볼 수 있다. 오천파출소 옆에 성곽이 남아있다. 지금은 성곽의 일부분만 남아 있지만, 옛지도를 통해 보면 마을 전체를 성곽이 감싸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수영성을 돌로 쌓은 것은 1510년으로 알려져 있다.
아치형으로 만들어진 서문(西門)을 통해 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왼쪽에 오래된 건물이 보이고 안내문에는 빈민을 구휼하던 진휼청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옛지도를 보면 많은 건물이 수영성(水營城) 안에 있었다. 지금은 이 건물과 내삼문, 장교청 등 세 건물만 남아 있다. 이 건물이 진휼청이라는 명확한 근거는 없어 보였다.
해동지도의 수영(水營), 조선후기 보령현 지도, 대동여지전도에 크게 그려진 건물은 영보정(永保亭)이다. 바다가 절벽 위에 그려져 있어 한 눈에 주변을 조망할 수 있는 곳임을 알 수 있다. 1896년에 충청수영이 폐영(廢營)되면서 없어졌는데 영보정 위치로 추정되는 곳에 새로 만들어 놓았다.
성곽이 무너지고 잘리면서 수영성 안에 아스팔트 길도 생겼다. 새로 만든 영보정에서 바라보면 길 건너 오천교회 근처에 옛 건물이 보인다. 이곳으로 가면 여러 비석들이 세워져 있다. 충청도 관찰사와 수군절도사들의 공덕비들이다.
공덕비 뒤에는 가운데가 솟아 있는 삼문(三門)이 보인다. 보령 옛지도에 등장하는 공해관(拱海館) 건물은 수군절도사의 집무실이다. 공해관 건물은 사라지고 그 앞에 있었던 내삼문만 남아 있다.
내삼문 뒤에 세워진 건물은 운주헌(運籌軒)이라 전한다. 이 건물은 수군절도사가 국왕에게 충성 서약을 하던 장소인 객사(客舍)라고 추정한다. 운주헌과 내삼문은 오천초등학교에 있었던 것을 옮겨 놓은 것이다.
옛지도에는 공해관과 운주헌이 옆으로 나란히 그려져 있는데 지금은 다른 곳으로 옮겨져 공해관의 내삼문과 운주헌이 앞뒤로 있는 이상한 형태가 되고 말았다. 차라리 오천초등학교에 그대로 두는 편이 나았다.
수영성은 충청도 해안을 방어하는 사령부였던 곳인데 성곽은 훼손되고 성 안도 제대로 관리가 안 되고 있었다. 입지와 의미에 있어 아주 중요한 곳인데 다시 재정비해서 복원한다면 장소 마케팅 가능성이 충분한 곳이다. 보령시는 아까운 문화관광자원을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톨릭 신자들이 이곳에 답사를 왔다면 수영성 근처에 있는 갈매못 성지를 답사지로 추천한다. 1866년 병인박해 때 5인이 이 앞 해변에서 순교 후 효수되었다. 이들의 유해는 신자들에 의해 몰래 서짓골로 이송되어 묻혔는데 성지 안 안내판에는 바닷길과 육로를 이용한 이동경로를 지도화해 놓았다.
지방자치단체마다 걷기 좋은 길, 드라이브 하기 좋은 길을 만드는 게 유행처럼 되었다. 보령시도 충청수영 앞 오천항 입구에 이런 길을 지도화해 놓았다.
길 이름을 ‘도미부인 솔바람길’이라고 붙여 놓았다. 삼국사기에 등장하는 백제 때 인물인 도미부인을 장소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미부인 관련 장소가 있을 듯 하여 보령 관광 안내도를 보니 도미부인사당 정절사가 등장한다.
오천면 소성리 산 13-87번지에 있는 이곳을 찾아갔다. 1994년에 세운 사당이다. 오천에 미인도(美人島, 氷島), 도미항(都彌港), 상사봉(想思峰) 등이 있다는 점을 도미부인 이야기가 보령과 관련 있다는 근거로 내세우고 있었다.
안내문을 보니 2003년에 경남 진해에 있던 ‘도미총’을 이곳으로 이장하여 도미부부 합장묘를 조성했다고 되어 있다. 진해에도 도미관련 이야기가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강변 서울특별시 강동구에도 도미부인 동상이 세워져 있다. 장소마케팅은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하기도 하고 장소의 이미지를 차용하여 스토리를 재구성하기도 한다. 그래서 비슷한 자연 지리적 특성을 보이는 곳에서는 유사한 이야기가 등장한다.
아주 유명하진 않지만 충청도 수군의 중심지인 충청수영과 오천항 주변을 한 번 답사해 보길 권한다. 벚꽃길과 해안도로의 경치도 좋으니 꽃 피는 봄에 한번 다녀 가시라.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간 축제] CNN “세계 7대 불가사의”... 빙판 위 오픈런 ‘화천산천어축제’
- 덴마크 연기금, 1500억원 규모 美 국채 전량 매각... 금융권 ‘탈미국’ 움직임
- ‘욕실 문’ 없애는 전세계 호텔들… 투숙객 프라이버시 논란 확산
- [Why] ‘1조 클럽’ 입성한 英 GSK 젬퍼리, 왜 韓 알테오젠 기술 택했을까
- 병오년 80兆 수주대전 스타트… 압구정·성수·여의도 줄줄이 대기
- [비즈톡톡] 관세로 투자 압박하는 美…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셈법
- [AX, 낡은 공장을 깨우다]③ 로봇이 조이고 AI가 끄고 켠다...48년 제조명가 신성이엔지 “다크팩토
- “리뷰 없어도 환불 없다”...쿠팡, 中企와 맺은 1000만원 ‘체험단’ 계약서 논란
- [비즈톡톡] “이 정도 호황 예상 못해”… 적자 내던 K-변압기, ‘꿈의 마진’ 찍는다
- 삼성전자·SK하이닉스, 올해 낸드플래시 생산량 감축… “초호황기 이익 극대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