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아저씨가 이노옴 한다"

한현우·주말뉴스부장 2016. 3. 19.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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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날 문득]

엘리베이터에 타자 젊은 엄마가 두어 살쯤 돼 보이는 사내아이를 안고 있었다. 아이는 한 평도 안 되는 공간에 새로 입장한 아저씨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럴 때 방긋 웃어주는 게 아저씨의 가장 평범한 반응일 것이다. 무슨 이유인지 아이는 계속 칭얼거리고 있었다. 칭얼거림의 대상은 그 엄마임이 분명했으나 아이의 눈동자는 줄곧 내 눈을 똑바로 쳐다보고 있었다. 그 눈동자가 "칭얼거리기도 바쁜데 아저씨는 또 뭐야" 하는 것 같았다.

아이는 칭얼거리기 마련이고 그런 아이의 엄마는 그 아이를 달래기 마련이다. 나는 최대한 방긋 웃어줬으나 아이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잉잉 징징거렸다. 그때 아이 엄마가 아이에게 말했다. "이제 그만해. 안 그러면 저 아저씨가 이노옴 한다."

나는 억울했다. 나는 그 아이가 칭얼거리는 것이 불쾌하지 않았고 또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그 칭얼거림과 곧 이별할 것이기도 했다. 다시 말해 나는 그 아이에게 이노옴 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러나 아이 엄마는 나를 '이노옴 할지도 모르는 아저씨'로 규정하고 나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아이에게 그렇게 통보했다.

그것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나의 눈을 똑바로 쳐다보던 아이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그 찰나의 흔들림 속에, 그러니까 이 후줄근해 보이는 아저씨가, 내가 칭얼거리는 것을 그만두지 않으면 이노옴 같은 호통을 칠 수 있는 위인이란 말인가 하는 그런 불안과 의심과 재수 없음을 표현하는 그 무엇인가가 휙 하고 지나가는 것 같았다.

이노옴 할지도 모르는 아저씨가 된 이상 방긋 웃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렇다고 갑자기 이노옴 할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면 그 아이가 앙하고 울음을 터뜨릴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나는 웃음을 그쳤으나 화를 내는 것도 아닌 대단히 이상한 표정을 할 수밖에 없었다. 효과가 있었는지 아이는 더 이상 칭얼대지 않았고 엄마는 만족해하는 것 같았다. 모자(母子)가 내리고 엘리베이터에 혼자 남았을 때 거울을 보고 혼잣말을 했다. "이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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