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선호 직업 1위 '아이돌', 연습생들의 애환
(서울=연합뉴스) 왕지웅 기자 = 초등학생이 으뜸으로 선호하는 직업으로 아이돌 스타가 꼽히는 현상은 왜 생겨난 것일까요?
한국영재교육학회 이정규 부회장(심리학 박사)은 "아이들이 변했다가 보다 어른들이 변한 것"이라며 "어른 사회의 직업에 대한 인식 변화가 아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친 현상"이라고 진단했습니다. 과거보다 적성에만 맞는다면 연예인을 직업으로 권하는 부모들이 많아졌고 부모세대에서는 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한 보상심리도 작용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실제로 아이돌 데뷔를 앞둔 연습생들에게 부모의 반대는 없었는지 물어보자 대부분 집에서 적극적으로 지원을 받았다고 답했습니다.
데뷔를 준비하고 있는 5인조 보이그룹 '인엑스(INX)'의 리더 이상호(22세) 씨는 "귀가 선천적으로 좋지 않아 가수가 되고 싶은 꿈을 갖고 있으면서도 고민했다"며 "원한다면 열심히 해보라는 부모님의 응원이 큰 힘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같은 그룹의 멤버 구본국(22세) 씨는 "가수 오디션을 56번이나 봤는데 최종 단계에 가기는 쉽지 않았다"며 "수십 번 이상 떨어지는 과정에서 힘들고 창피해 부모님 보기가 죄송했는데 오히려 위로해주고 응원해 주셨다"고 밝혔습니다.
언제 데뷔할지도 모르지만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구슬땀을 흘리는 걸그룹 연습생들도 상황은 비슷합니다. 연습생 김은채(21) 씨는 "어릴 때부터 춤추고 노래하는 것을 좋아했는데 그런 내 모습을 부모님들이 예쁘게 봐주셨다"고 말했습니다.
연예인에 대한 사회의 인식은 바뀌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이돌이 되는 과정이 결코 쉬운 길은 아닙니다. 무엇보다 재능이 있어야 하고, 하루 14시간 이상 연습을 강행할 수 있는 끈기와 체력도 필요합니다.
김은채 씨는 "연습생이 되기 전에 조금 통통한 편이었는데 데뷔를 위해 다이어트를 열심히 했다"며 "밥을 안 먹고 계란과 바나나 같은 것을 먹으면서 하루에 줄넘기 2천 개, 스트레칭과 달리기, 춤 연습까지 열심히 하다 보면 1주일에 1kg은 기본으로 빠졌다"고 털어놨습니다.
걸그룹 시청자 발굴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에 출연했던 김다정 씨는 "사람들 앞에서 춤을 출 때 '잘한다', '멋있다'라는 말을 들으면서 춤추는 것을 직업으로 하는 가수의 꿈을 키웠다"며 "걸그룹 연습생이 되고 보니 압박감이 크고 또래 친구들 같은 추억이 없다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고백했습니다.
평범한 생활을 포기하고 언제 데뷔할지도 모르면서 같은 춤과 노래로 연습을 수천 번 이상 반복하는 생활을 웬만한 자신감 갖고서는 버텨내기 힘들다는 겁니다.
이상호 씨는 "하루 평균 14시간 정도 연습을 하는데 11시에 출근을 해서 오전에는 기본기, 단체 합 맞추기, 제스처 연습 등을 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식후에는 주로 발성, 곡 연습 등을 하는데 다양한 나라의 팬들과 소통하기 위해 외국어도 열심히 익히고 있다. 데뷔한 사람은 모두 거치는 과정이라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버티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가 아이돌 가수가 되고 싶다고 하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재능에 대한 정확한 판별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공무원처럼 안정적인 직업은 노력으로 성취할 수 있는 측면이 크지만 아이돌은 타고난 재능과 끼가 없다면 불가능하다는 겁니다.
이정규 부회장은 "아이돌 시장이 포화상태라 재능과 노력이 없다면 결코 경쟁력을 갖기 어려우므로 객관적인 시각으로 아이의 재능에 대해서 살펴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일부 악덕 연예기획사들의 투자금 요구로 피해를 보는 사례와 관련해서는 돈을 요구하는 업체는 믿어서는 안되고 돈을 써서 데뷔를 해야할 정도라면 재능이 부족한 건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자녀가 노래와 춤을 좋아하는데 부모의 눈에 재능이 없어 보인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중앙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임인석 교수는 "재능이 없다고 부모가 비판하는 것은 자녀의 반감만 살 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부모와 아이가 모두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단체나 전문가에게 의견을 구할 것을 추천했습니다.
임 교수는 "아이돌을 동경하는 청소년의 모습을 이해하는 건 좋지만 그러한 아이돌과 자녀를 비교하는 것은 오히려 해가 될 수도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jww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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