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지도체제가 셀까, 집단지도체제가 셀까

윤호우 선임기자 2016. 3. 12.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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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김종인 대표가 전권 쥔 더불어민주당 상승세… 집단지도체제 새누리당 사사건건 충돌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오른쪽)와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3월 10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김종필 증언록’ 출판 기념회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 강윤중 기자

새누리당의 한 재선 의원이 최근 김무성 대표와 식사를 했다고 했다. 김 대표가 한 후보를 데리고 왔는데, 이 의원에게 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라고 소개했다. 하지만 이 후보는 지역구에 출마하는 것이 아니라 비례대표에 신청했다고 밝혔다. 순간 김 대표가 깜짝 놀라 자신이 밥을 사겠다면서 큰일 날 뻔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집단지도체제를 이끄는 김 대표의 현주소를 알 수 있게 하는 에피소드다. 예전 여당 대표라면 비례대표 몇 명 정도는 혼자 힘으로 국회의원으로 만들 수 있었다. 지금은 한 명조차도 오해를 받을까봐 몸조심을 하는 상황이다.

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이 당 대표를 공천에서 탈락시켜야 한다는 뜻의 막말을 한 것도 집단지도체제 내 당 대표의 떨어질 대로 떨어진 위상을 말해주고 있다. 이한구 새누리당 공천관리위원장은 대표도 공천에서 탈락한 예가 있다는 이야기를 꺼냈다.

현재 집단지도체제로 선거에 임하고 있는 정당은 여당인 새누리당이 대표적이다. 국민의당은 안철수 상임대표와 천정배 공동대표의 공동대표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비상대책위 대표가 전권을 가지고 총선을 지휘하는 단일지도체제다.

선거를 한 달 앞둔 지금까지의 성적표는 단연 단일지도체제의 승리다. 새누리당은 김 대표가 최고위원 회의에서 공개발언을 하지 않으며 친박에 대해 무언의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윤 의원의 막말 사태로 공천 일정까지 삐거덕거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공동대표체제인 국민의당은 양 축인 안철수 대표와 천정배 대표가 야권 연대를 놓고 대립하면서 분당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에서는 김 대표를 중심으로 일사불란하게 선거국면에 나서고 있다.

지도체제만을 놓고 비교하자면 2012년 19대 총선과 정반대의 상황을 맞이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당시 여당은 박근혜 비대위원장 체제로 총선을 치렀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전신인 민주통합당은 한명숙 대표의 집단지도체제였다. 야당의 과반 의석 확보가 점쳐졌으나 승리는 여당인 새누리당의 몫이 되었다. 19대 총선과는 반대로 20대 총선에서는 야당이 비대위의 단일지도체제이고, 여당이 집단지도체제다. 지도체제만을 놓고 단일지도체제가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 아니면 집단지도체제가 좋을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는 20대 총선의 한 관전포인트가 된다.

새누리당은 오래전부터 순수 집단지도체제를 유지해 왔다. 전당대회에서 1위를 한 후보가 당 대표가 되고, 2~5위가 최고위원이 된다. 2014년 전당대회에서 비박인 김 대표가 친박인 서청원 의원을 누르고 대표에 올랐다. 2위인 서 의원은 최고위원이 됐다. 대표는 비박이지만 최고위원의 다수는 친박으로 분류된다. 때문에 현안을 놓고 친박-비박으로 나눠 사사건건 충돌하는 양상이 최고위원 회의에서 벌어졌다.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의 우선추천 확대 발언을 놓고 벌인 2월 18일 최고위원 회의의 충돌이 대표 사례다. 김 대표가 “새누리당 대표로서 (공관위의 행위를) 제어할 의무가 있고, 앞으로도 용납하지 않겠다”고 말하자, 서청원 최고위원은 “당이 대표 독단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다”라고 응수했다. 집단지도체제가 단일지도체제와 다르다는 사실을 서 최고위원이 지적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해 7월 유승민 원내대표의 사퇴 권고 이후 친박-비박 간 감정싸움이 격화되면서 친박 쪽에서는 공공연하게 김 대표가 올바른 결정을 내리지 않는다면 최고위원들이 대거 사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친박의 한 관계자는 “김 대표가 계속 고집을 피운다면 최고위원들이 사퇴하고 비대위 체제로 갈 수밖에 없다”면서 “김 대표 또한 이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자기 멋대로 결정을 내릴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새누리당에서는 2012년 총선을 앞두고 홍준표 대표 체제가 유승민 최고위원 등의 사퇴로 와해되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이 들어서서 선거를 총괄 지휘한 사례가 있다.

대표이지만 실권을 갖지 못한 비박 김 대표와 대표는 아니지만 다수인 친박 최고위원들이 맞부딪치면서 새누리당은 공천과정에서 사사건건 충돌해 왔다. 김 대표는 친박인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비판하고, 최고위원들이 이 위원장을 엄호하는 국면이다. 김 대표는 ‘상향식 공천’이라는 원칙을 강조했고, 이 위원장은 우선추천 확대와 현역의원 컷오프를 강조했다.

이러던 중에 ‘현역 의원 살생부’ ‘여론조사 유출’ ‘윤상현 의원 막말’ 등의 사건이 벌어졌다. 그때그때마다 비박이 궁지에 몰리면 친박이 기세를 올렸다가, 다시 친박이 불리한 입장에 처하면 비박이 목소리를 크게 냈다. 매일같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180석을 장담하는 목소리가 점점 줄어들었다. 180석은 일명 국회 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의석이다.

반면 더민주는 김종인 대표의 비대위 단일지도체제 이후 줄곧 상승세를 타고 있다.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하고 난 뒤 더민주는 집단지도체제에서 단일성 집단지도체제를 선택했다.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분리해서 선출하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단일성 집단지도체제임에도 불구하고 계파 간 갈등으로 여전히 대표의 리더십은 흔들렸다. 하지만 김종인 대표가 비대위를 통해 사실상의 단일지도체제를 구축하면서 리더십에 대한 우려는 불식되었다. 한 의원은 “김 대표의 카리스마가 총선국면에 빛을 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계파 갈등을 잠재우는 데 김 대표의 고집과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 대표 덕분에 당내 분란은 예전보다 더 줄어들었다. 한 친노 의원은 “물론 문재인 전 대표가 총선을 이끌었으면 좋았겠지만 김 대표가 전권을 이양받은 만큼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중단시킨 결정에도 불구하고 친노·86그룹 인사들의 반발은 미미했다. 현역 의원이 컷오프됐지만 반발의 목소리는 예상했던 것보다 크지 않았다. 이렇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김종인 대표의 비대위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지게 된 데서 기인하고 있다. 조국 교수는 페이스북을 통해 김 대표에게 ‘차르’ 또는 ‘계몽절대군주’라는 명칭을 붙였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역시 김 대표에 대해 “차르”라는 명칭을 사용했다. 19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비대위원이었던 이상돈 국민의당 공동선대위원장은 전화 통화에서 “박근혜 비대위보다 김종인 비대위가 더 힘이 세다”고 말했다. 단일지도체제와 집단지도체제에 대해 이 위원장은 “지금 여야를 보면 단일체제-집단지도체제가 문제가 아니라 모두 비정상인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20대 총선의 결과는 각 정당의 지도체제에 대해 물음표를 던지게 할 수도 있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 대표는 “선거는 전투와 유사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집단지도체제의 리더십보다는 단일지도체제의 리더십이 더 효율적”이라면서 “지금까지의 중간 성적을 보더라도 단일지도체제를 택한 더민주가 약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엄 대표는 “평상시에는 집단지도체제가 민주적이고 국민에게 설득력이 있으나 정당정치의 뿌리가 약한 데다 선거라는 특수한 상황이 겹쳐 결국 단일지도체제가 선거에서 효율적인 체제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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