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메모] '막말' 지지는 이제 그만

samenumber 2016. 3. 12. 00:04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부르르 부르르’

탁자 위 스마트폰이 쉴새없이 울려 댔다. 휴대폰 주인은 더불어민주당의 한 정치인이었다. 문자 내용을 확인한 그는 굳은 표정으로 폰을 뒤집어 탁자에 내려놓았다. “너가 내일 아침 눈을 뜨지 않는다면 내 수명이 10년은 연장되겠다” 그 외에도 차마 지면에 실을 수 없는 욕설로 가득한 문자가 스마트폰 화면을 메웠다.

 더민주 당사 앞에 모인 정청래 지지자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열린 ``정청래 컷오프 철회와 정청래 구명을 위한 무기한 국민 필리버스터``에서 정봉주 전 의원의 팬클럽인 ``정봉주와 미래권력들`` 회원들과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 지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더민주는 이날 총선 공천 심사 결과 일부를 발표하며 서울 마포을을 전략공천 지역으로 선정, 이 지역 현역인 정 의원을 컷오프(공천배제)했다.   사진 = 연합뉴스
10일 더민주의 2차 공천 결과 발표 후 여론은 들끓었다. 특히 정청래 의원의 공천 탈락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 홈페이지는 접속자가 몰려 마비됐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선 동료 의원들이 정 의원 구명 운동을 펼쳤다. 당의 결정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던 일부 지지자들은 급기야 비대위 소속 위원들의 개인 연락처를 온라인상에 공유했다. 그들은 ‘다 같이 항의 문자를 보내자’라며 네티즌들을 독려하는 글을 게시했다. 비속어 섞인 항의 문자는 성공적으로 탁자 위 스마트폰에 도착했다. 정치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정치인을 ‘비판’하는 것은 국민의 권리다. 그러나 그 비판은 올바른 언어와 경로를 통해 전달될 때 유효하다. 이 두 가지 조건이 지켜지지 않은 비판은 ‘비난’에 불과하다.

민주 사회에서 정 의원의 공천 탈락 결정에 이견(異見)이 있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정치인의 개인 연락처를 무단으로 퍼뜨리는 행태, 전화와 문자를 통해 욕설을 퍼붓는 행태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없다.

더민주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11일 오전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 의원이 탈락한 가장 큰 이유로 과거의 ‘막말’을 꼽았다. 막말에 발목 잡힐 것을 직감한 정 의원은 공천지역 발표 하루 전인 9일 SNS를 통해 “본의 아니게 불편하게 했던 분들께는 죄송합니다”라고 자진해서 사과한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 의원을 위해 막말을 쏟아내는 것이 과연 정의원을 위하는 길일까? 정치인의 ‘막말’도 문제지만 지지자의 ‘막말’ 또한 문제임을 깨달을 필요가 있다.

이동수 기자 samenumber@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