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CB 통화완화, 韓경제 영향 제한적일듯..부정적 전망도

당국 11일 시장점검회의 열어 모니터링 강화
한은 "현재 금리 수준 충분히 완화적"…ECB 따라 내리지 않을듯
(세종=연합뉴스) 노재현 김동호 박초롱 김수현 기자 = 유럽중앙은행(ECB)이 9일(현지시간) 내놓은 금리인하를 비롯한 통화완화 정책에 따라 한국경제도 직간접적인 영향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마이너스 금리 효과와 유로존 경기부양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분석이 많은 만큼 한국 수출기업 호재로 작용하리라는 기대감은 낮아졌다.
일각에서는 이번 조치로 유로화 가치 하락에 따라 '환율전쟁'과 비슷한 양상이 전개될 수 있는 만큼 국내에 부정적 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에 대비해 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필요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 마이너스 금리 효과에 의문…'환율전쟁 효과' 韓 부정적 영향 전망도
이날 ECB는 예금금리를 -0.30%에서 -0.40%로 추가 인하하고 한계대출금리 역시 기존 0.30%에서 0.25%로 조정했다. 월간 양적완화 규모도 800억 유로로 확대했다.
이번 금리 인하 등을 통한 ECB의 완화정책이 한국을 비롯한 세계 경제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기대감이 크지 않은 편이다.
오히려 한국에 미칠 부정적 여파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ECB가 처음 양적완화를 단행한 작년 1월만 해도 유로존 침체와 디플레이션 우려를 잠재우면서 세계 경제에 긍정적 효과를 가져올 것이란 분석이 많았다.
경기가 회복되면 유럽 국가를 상대로 한 한국 수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었다.
그러나 양적완화가 시작되고 1년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유로존의 디플레이션 우려는 깊어졌고, 경기 부진도 여전하다.
이에 ECB는 작년 12월 추가 부양책을 내놨지만 기대에 못 미친다는 평가 속에 증시가 하락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이 요동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번에 단행된 완화책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따라붙는다.
이미 -0.3%로 마이너스 상태였던 ECB 예금금리를 더 낮추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지난 1월 일본은행도 마이너스 금리정책을 도입했지만 투자와 소비를 촉진한다는 당초 의도가 달성되기보다는 엔고나 주가 하락과 같은 부작용이 더 부각됐다는 분석도 나오는 상황이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마이너스 금리 하에서는 숫자의 변화가 가지는 의미가 많이 퇴색된다. 효과라는 것을 느끼기 어려운 상태가 돼버렸다"며 부양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ECB가 이번에 추가로 금리를 내린 데 따라 국내 금융시장으로 부정적 파급효과가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ECB의 추가 완화는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보다는 부정적 영향이 크다. 환율전쟁과 같은 효과를 노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황 실장은 "마이너스 금리로 유럽 시중은행 재무구조가 나빠지면 영업에 불안요소로 작용하기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도 그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부정적 연쇄작용을 경계했다.
◇ 전문가 "영향 제한적" vs "부정적 영향 있을 것"
ECB의 추가 완화 조치가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에 대한 전문가들의 시각은 엇갈렸다.
마이너스 금리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해 별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지만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재정정책을 쓰기 어려운 ECB가 통화정책만 쓰다보니 너무 무리한 상황이 진행되는데, 마이너스 금리의 효과는 검증된 게 없다"며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보관료를 조금 더 뗀다고 해서 시중은행들이 대출을 더 많이 줄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대출을 통해 시중 통화량을 늘려야 하지만 경제가 좋지 않아 은행들이 부실대출 우려 때문에 대출을 쉽게 늘릴 수 없다는 설명이다.
윤 교수는 "경제주체들에 금리를 더 낮출 만큼 경기가 나빠지고 있다는 시그널 효과 정도야 줄 수 있지만 부양 효과가 긍정적으로 나타날 것 같지 않다"면서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도 제한적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강화는 결국 주변 국가들에 부담을 일정 부분 떠넘기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긴 어렵다"고 경계했다.
황 실장은 "통화 완화정책으로 수출이 나아질 수 있다는 기대가 있는데, 환율 경로의 영향이 더 중요하다"며 "마이너스 금리를 쓰는 중요한 이유는 환율 효과를 기대하는 측면이 분명히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그는 "우리가 당장 금리를 따라 내려야 하는 건 아니며 최대한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텨야 나중에 일이 터졌을 때 뒷걸음질하는 폭을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 정부, 11일 시장점검회의…한은 "마이너스 금리 논란 많다" 신중
정부는 ECB의 추가 통화 완화가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보면서도 금융시장 모니터링을 강화하기로 했다.
국제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국내 주식과 외환시장도 출렁일 수 있어서다.
기획재정부는 11일 오전 시장상황점검회의를 열어 ECB 회의 결과에 따른 금융시장 영향을 검검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모니터링 단계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고 있는 만큼 시장 동향을 면밀히 살펴보고, 필요하면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추가 통화완화로 유럽 경기가 좋아진다면 수출 측면에서 우리 경제에 긍정적 영향이 있겠지만 유럽 경기가 되살아날 수 있을지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며 "유로화가 약세를 띨 수 있겠지만 유로화 대비 원화 환율 변동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CB가 이날 내놓은 정책이 당장 한국은행의 기준금리에 미칠 영향도 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은은 앞으로 주요국의 통화정책 방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히면서도 그대로 뒤따라가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연 1.5%로 9개월째 동결한 직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현재 금리 수준은 충분히 완화적"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총재는 ECB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해 "논란이 많은데 효과는 조금 지켜보고 판단해야 한다"며 신중한 견해를 나타냈다.
d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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