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의 단칼 리더십 '정치판 들었다 놨다'
[경향신문] ㆍ더민주 장악 ‘엇갈린 시선’
4·13 총선을 앞둔 여의도의 화두는 단연 ‘김종인’이다. 취임 40여일 만에 말도, 탈도 많던 당을 꼼짝 못하게 장악하고 느닷없는 야권 통합 제안으로 국민의당을 들었다 놨다 하니 야권의 촉각이 온통 쏠리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심지어 여권에서조차 이처럼 이례적인 ‘김종인 현상’에 놀라움과 궁금증을 표시한다. 특히 여권의 관심은 제1야당을 ‘길든 고양이’로 만든 힘의 비밀로 향한다.

오랜 정치 내공을 바탕으로 한 노련한 리더십인지, 위기 상황에 반짝 발휘되는 ‘임시 사장’의 호가호위인지 정파들은 다양한 관측을 내놓는다.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은 6일 김종인 대표에 대해 “마치 강력한 보스 중심의 3김 시대를 보는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영입되자마자 “비상대권”을 요구하며 거침없는 ‘단칼 화법’으로 패권 청산, 필리버스터 중단, 중도·실용 노선을 밀어붙인 리더십이 ‘실체’라는 것이다.
실제 김 대표를 지칭할 때 ‘카리스마’라는 표현이 빠지지 않는다. 한 당직자는 “좌고우면하지 않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한 재선 의원은 “패권, 이념이라는 내부 금기 분야와 국민 눈높이의 갭을 순식간에 없앴다”고 평가했다.
결국 실체로서 김 대표의 리더십은 빠른 판단과 강한 추진력으로 압축된다. 이 같은 추진력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넓은 경험과 실용적 성향, 때로 독선으로까지 비치는 ‘대세주도형’ 성격 때문으로 보인다. 한 야권 관계자는 “독일 유학파라 진보와 보수를 넘나드는 이념적 수용도가 넓다. 오랜 양당 정치 경험으로 실용성을 중시한다”고 분석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원장은 “과거 야권 지도자의 대세편승형 리더십이 아닌 대세주도형 리더십”이라고 했다. 대세주도형 성격의 상징인 ‘비상대권’ 요구는 지난 대선에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영입되고도 ‘토사구팽’ 당한 경험이 반면교사일 것이란 풀이도 있다.
하지만 ‘정치적 경험’의 원천은 친할아버지인 가인(街人) 김병로 선생으로부터 기인하고 있다고 정치권 인사들은 보고 있다. 한 원로 정치인은 “김병로 선생이 김 대표가 어렸을 때부터 심부름을 많이 시켰다. 그때마다 왜 이 사람을 만나는지,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자세히 설명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런 성격 탓에 주변엔 의논하고 복안을 제시하는 ‘책사형 참모’도 보이지 않는다. 김 대표에게 참모는 자신의 판단과 지시를 전달·이행하는 역할일 뿐이다. 그 결과 측근 그룹이 형성될 일도 잘 없다.
반면 지금 김 대표의 비상대권이 ‘공천 권력’일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그는 정치적 세력과 지지층 기반을 가진 ‘보스 정치인’이 아니라 ‘전문경영인’형 정치인일 뿐이란 것이다. 총선 참패 위기에 지금은 침묵으로 김 대표를 지원하고 있지만, 결국 총선 이후 더민주 주류인 친노·386 세력이 다시 전면에 등장할 것이라는 관측에서다.
국민의당 관계자는 “김 대표는 문재인 전 대표의 대선 가도 걸림돌을 없애는 역할이 최대치다. 운동권 정당, 친노 정당 이미지를 불식하는 것”이라고 평가절하했다. 일종의 ‘문(재인)·김(종인) 담합’의 과도기적 리더십이란 주장인 셈이다.
‘김종인 리더십’의 실체냐, 허상이냐는 총선 결과가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민주가 의미 있는 성적을 거둘 경우 당권 도전과 내년 대선에서 킹메이커 역할 등 여러 가지 경우의 수가 거론된다.
향후 ‘김종인 현상’의 변수는 지지층과의 화학적 결합 여부로 평가된다. 한 당직자는 “김 대표는 지역이나 세력 등 지지 기반이 없고 정체성도 분명치 않다. 언제든지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구혜영 기자 kooh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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