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 여전한 이주아동.. 다문화시대 무색
한국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이주아동들이 우리 사회에서 겪는 불이익과 차별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고 있다. 당국은 국내에 체류 중인 미등록 이주아동에 대한 정확한 숫자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2015년 2월 현재 국내에 살고 있는 19세 이하 이주아동은 8만7099명이다. 이 가운데 5226명은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불법 체류 중인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이주아동 발달권 모니터링’을 실시한 결과 이주아동들이 학업과 학교생활, 또래집단 등에서 다양한 문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고 6일 밝혔다.
이 결과에 따르면 이주아동들은 기본권인 교육권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청소년은 나이에 맞춰 고등학교에 입학하려 했으나 이주아동이라는 이유로 입학을 거부당해 중학교 3학년으로 학교생활을 시작해야 했다. 부모를 만나기 위해 방문동거(F-1) 비자를 받아 입국한 다른 청소년은 입양 절차를 밟으며 고등학교 입학을 신청했으나 구체적인 설명 없이 서류 미비라는 이유로 거절됐다.
우리말이 서툴러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많았다. 학교생활에 적응하고 또래와 어울리는 것이 힘든 것은 물론이고 돌발행동으로 교내 폭행사건에 연루된 사례도 나왔는데 결국 서투른 한국어가 이유였다. 피부가 검다는 이유로 놀림당하는 등 다른 외모 때문에 또래집단에서 소외와 차별을 겪는 이주아동들도 적지 않았다.
이주아동에 대한 차별이나 배제는 학교 밖에서도 빈발했다. 한 어린이는 태권도를 열심히 배웠으나 국기원으로부터 승품 심사 참여 자격이 제한된다는 통보를 받았다. 무국적 상태인 미등록 이주아동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선천성 뇌성마비가 있었음에도 장애인 진단을 받지 못해 애를 먹는 사례도 있었다. 한 이주아동은 부모가 이주민이라는 이유로 병원 측이 “병원비 일부를 먼저 내야 입원할 수 있다”고 해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집안 형편이 어려워 부모가 일하는 공장에서 주말마다 노동하는 아동, 급식비나 체육복 등 학업 관련 물품을 준비하지 못할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은 사례도 적지 않았다.
또 국내에 체류하는 미등록 이주아동이 얼마나 되는지에 대한 통계도 없다. 법무부 등에서 추산된 미등록 이주아동 5226명에는 국내에서 태어난 이주아동은 포함돼 있지 않다. 불법체류자 또는 미등록 이주여성이 출산하면 출생등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발생하는 이른바 ‘그림자 아이들’이다. 따라서 출입국 기록이 없는 국내 출생 이주아동까지 고려하면 미등록 이주아동은 1만∼2만명에 달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권위 관계자는 “이주아동은 한국 사회의 미래와 사회 통합에 중요한 역할을 할 세대”라며 “앞으로 10년간 이주아동 약 8만명이 성인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만큼 이들을 위한 정책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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