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위기'라면서..집안싸움 날새는 여권

이용욱·정환보 기자 2016. 3. 4.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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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살생부·여론조사 유출 등 ‘공천 이전투구’에 국정 뒷전
ㆍ박 대통령 ‘진실한 사람’ 발언 뒤 비박 찍어내기 노골화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이 4·13 국회의원 총선거 공천권을 두고 사분오열하고 있다. 4일 계파 간 분열·충돌을 넘어 ‘죽기 살기식’ 이전투구(泥田鬪狗)로 치닫고 있다. 불과 이틀 전까지 ‘국가비상사태’ ‘안보·경제 동시위기’라며 테러방지법을 밀어붙이고 국민 단합을 호소하던 것과는 딴판이다. 청와대발 살생부 논란, 경선 여론조사 결과 유출 의혹 등 공천 밥그릇을 둘러싼 온갖 음모론이 난무한다. 국정을 맡은 여당으로서의 책임감은 일절 보이지 않는다.

당장 새누리당은 이날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현역 의원 40명 살생부’ 파문을 유야무야 덮자마자 내부 기밀인 공천용 사전 여론조사 결과가 전날 유출됐기 때문이다. 해당 문건은 여의도연구원이 최근 공천관리위원회에 보고한 내용을 정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공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료다. 친박계와 비박계가 서로를 의심하면서 당은 이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유출경위 조사의뢰서를 제출했고, 중앙선관위는 “문건 작성 및 유출 여부를 조사해 검찰에 수사를 의뢰할 예정”이라고 했다.

유승민 의원 등 비박들을 찍어내려는 친박 행태도 노골적이 되고 있다. 유 의원의 공천 탈락을 가정해 진행한 출처불명의 여론조사가 나돌 정도다. 친박에서 의뢰했다는 소문이 도는 이 조사는 유 의원을 ‘무소속 후보’, 이재만 전 대구 동구청장을 ‘진박 후보’로 상정, 진박 후보가 승리했다는 결과를 담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친박 실세 의원은 지난 1월 말 수도권 친박 의원들과의 만찬에서 유 의원과 ‘유승민계’로 분류되는 이종훈 의원, 서울 예비후보자 등의 실명을 언급하며 공천 낙마를 공언한 것으로 이날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청와대 관계자도 참석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 관계자는 통화에서 “실세 의원이 유 의원과 이 의원 등은 ‘안된다’고 언급했다”고 전했다.

박근혜 대통령도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 박 대통령은 “배신의 정치에 대한 심판” “진실한 사람들만이 선택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길 부탁한다” 등의 발언으로 여당 내 물갈이 흐름을 밖으로 표출시켰다. 최경환 의원이 ‘진박 감별사’를 자처하면서 대구·경북(TK)을 중심으로 진박 예비후보 선거사무소에 잇따라 참석해 유 의원 등을 비판하는 것도 실상 청와대를 업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여권에선 박 대통령이 ‘정치적 무리수’라는 비판을 감수하고라도 전직 청와대 수석비서관 및 전직 장관 등 진박 후보들을 좀 더 구체적으로 지원하는 발언이나 행보를 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2016년 장교 합동임관식’ 축사에서 “안보의 가장 강력한 힘은 국민 여러분의 단합된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당에선 이날도 대통령 단합 발언을 무색하게 하는 ‘공천 밥그릇 싸움’ 막장드라마가 계속됐다.

<이용욱·정환보 기자 wood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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