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채용 목표제 현장과 괴리 47% "성별 아닌 실력 평가를"

2016. 3. 3. 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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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321명 설문조사

[서울신문]‘정책 수혜자’ 등 형평성 논란…“공정한 항목·지표 개발 필요”

롯데그룹 주력 계열사에 다니는 이성곤(35·가명) 대리는 올해 승진 대상자였지만 지난달 26일 발표된 진급자 명단에 없었다. 간부시험에 합격하고 고과도 좋게 받은 터라 내심 기대했던 이 대리는 “그룹 인사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면서 불만을 표했다. 이번 인사는 지난해 말 롯데 경영진이 “2020년까지 과장급 이상 간부 사원의 3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고 공언한 뒤 첫 번째 진급 심사 발표다. 이 계열사는 남녀 성비가 9대1로 사실상 여자 대리는 승진 ‘0순위’로 꼽혀 왔다. 실제 뚜껑을 열어보니 승진자 중 20%가 여성이었다.

같은 계열사의 김신정(29·가명) 대리는 이번에 과장으로 승진했지만 주변의 따가운 시선 때문에 불편하다. 실력으로 승진했다고 믿는데 남자 직원들이 자꾸 ‘정책 수혜자’라며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기 때문이다.

롯데 등 일부 기업이 도입한 여성 채용·승진 목표제(쿼터제)가 여성 인재 양성이라는 취지와 달리 실제 현장에선 형평성 논란 등 또 다른 문제를 불러온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이 지난달 25일부터 28일까지 4일간 온라인 교육업체 휴넷과 함께 321명의 직장인(남성 232명, 여성 89명)을 대상으로 이메일 설문조사를 한 결과 기업의 여성 승진우대 정책에 대해 ‘남직원들이 역차별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로 반대하는 의견이 49.2%(158명)에 달했다. 남성들만 역차별 ‘운운’한 것은 아니었다. 여성 4명 중 1명도 반대 의견(21명)을 냈다. 반면 ‘여성 간부가 적은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은 28.4%(91명)다. 여성 48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여성 채용 목표제에 대해서는 ‘실력이 아닌 성별로 평가받는 것은 반대한다’는 의견이 46.7%(150명)로 가장 많았다. 여성 33명도 포함됐다. 반면 ‘여성 고용률을 높이는 차원에서 필요하다’는 찬성 의견은 23.1%(74명)를 차지했다. 전체 여성 89명 중 37명이 응답했다. 여직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팽팽하게 갈리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쿼터제 도입에 앞서 기업들이 바꿨으면 하는 질문에는 어린이집 조성 등 여성이 일하기 좋은 환경부터 만들어 달라(37.7%)는 의견이 많았다. 남성 중심 문화(회식 등)를 바꾸거나 눈치 보지 않고 휴직할 수 있는 제도, 형식적인 유연근무제의 개선 등을 요구하는 답변도 꽤 있었다. 이승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쿼터제는 역차별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남녀 직원을 처음부터 공정하게 평가할 수 있는 항목과 지표 개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헌주 기자 dream@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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