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은 어떻게 탄생했나
야당의 필리버스터를 가져온 테러방지법은 어떻게 탄생됐을까.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테러 관련 법안은 국가 대테러 활동과 피해보전 등에 관한 기본법(송영근 의원 발의), 국민 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병석 의원 발의), 테러 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이노근 의원 발의)이었다. 모두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이다. 송영근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2013년 발의됐고, 나머지 법안은 지난해 2월과 3월에 발의됐다. 지난해 발의된 법안의 제안 이유를 보면 2001년 9·11테러와 IS(이슬람국가)의 국제테러가 언급돼 있다. 여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1월 김모군이 IS에 가담하면서 테러 방지에 관심이 있던 의원들이 각각 테러방지법안을 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1월 13일 프랑스 파리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테러가 발생하면서 테러방지법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11월 국회 정보위 법안소위는 테러와 사이버 테러 관련 법안 심사에 착수했다. 당시 법안소위에서는 국가정보원 출신의 이철우 의원(새누리당)을 비롯해 박민식 의원(새누리당), 문병호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현재 국민의당), 김광진 의원(당시 새정치민주연합,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테러방지법을 둘러싸고 입씨름을 벌였다.
주로 논의의 대상이 된 것은 이병석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었다. 이 의원 안에 따르면 국정원장 소속으로 테러통합대응센터를 설치하도록 하고, 테러통합대응센터의 장은 테러단체 구성원 또는 테러 기도·지원자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자에 대하여 정보수집·조사 및 테러 우려 인물에 대한 출입국 규제·외국환 거래 정지 요청 및 통신 이용 관련 정보를 수집할 수 있도록 했다.
테러방지법안에는 국민 기본권을 제한하는 독소조항이 포함돼 있었다. 휴대폰 감청과 계좌 추적이 대표적인 내용이었다. ‘통신비밀보호법’(일명 통비법)에 ‘국가 안전보장에 대한 상당한 위험이 예상되는 경우’에다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경우’를 추가하고, ‘특정 금융거래 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일명 FIU법)에 ‘금융위원회’에다 ‘테러통합 대응센터의 장’을 추가한 것이었다. 지난해 12월 문병호 의원은 국회 브리핑에서 “국민에 대해 처벌할 수 있는 규정이 신설되고 휴대폰 감청과 계좌 추적 등 국민의 기본권이 상당 부분 침해될 수 있는 내용이 새누리당 초안에 들어 있다”고 말했다. 여야 간 논란이 된 사항은 휴대폰 감청과 계좌추적뿐만이 아니었다. 대테러 업무의 컨트롤타워를 국정원에 두는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불거졌다. 야당은 컨트롤타워를 국정원에 두는 것은 국회의 문민통제를 받지 않는 국정원을 더욱 강화해주는 것이라며 반발했다.
12월 2일 정보위 법안소위의 이철우 의원과 문병호 의원이 시차를 두고 국회 브리핑을 했다. 이철우 의원은 여야가 합의에 거의 이르렀다고 하면서 “이병석 의원의 안에서 36개 조항 중 다 삭제하고 17개 조항이 남았다”고 말했다. 이 안에 대해 이 의원은 “통비법에 의한 통신감청을 할 수 있어야 하고, 금융계좌도 추적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여당의 설명에 의하면 이 안에는 대테러 컨트롤타워를 국정원에 줄 수 없다는 야당의 주장을 받아들여 대테러 직속위를 만들어 국무총리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었다.
하지만 야당의 주장은 다르다. 이 의원의 브리핑 직후 문 의원의 반박 브리핑이 이어졌다. 문 의원은 당시 반박 브리핑에서 “과장된 의견이고 아직 여야 간 합의된 바가 없다”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상당히 제한할 수 있는 내용은 하루 이틀 심사해서 방망이를 칠 수 있는 것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독소조항을 없애지 않는 한 서둘러 합의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주장이었다.

그 당시 상황에 대해서 지금도 여야는 엇갈리는 주장을 하고 있다. 여당 관계자는 “당시 야당에서 국정원에 대한 감독을 국회가 제대로 할 수 있도록 정보감독지원관실을 두자는 주장을 했는데, 여당이 받아들여 여야 각각 2명씩 4명의 지원관을 두는 방안으로 접점을 찾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실제적인 야당 쪽 협의의 키를 갖고 있던 문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하면서 논의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것이 여당 측의 주장이다. 문 의원이 탈당한 후 테러방지법 논의는 여야 원내지도부(원내대표·정책위 의장·원내수석)의 3+3 협상으로 넘어갔다.
국회 정보위의 야당 간사인 신경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측은 “당시 정보위 법안소위에서 나온 안은 합의안 내지 협의안도 아니었고 단지 검토안이었다”고 말했다. 신 의원 측은 “당시 이병석 의원안을 검토하면서 독소가 되는 부분을 삭제하는 과정이었다”면서 “대표적인 것이 군 경비병력 출동 지원 조항 같은 것이었다”고 말했다. 신 의원 측은 “그때 검토안에는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조항이 있었다”고 말했다. 신 의원 측이 언급한 내용 역시 테러 우려 대상자를 감청하고 금융정보를 추적할 수 있도록 하는 것과 실제적인 대테러 활동의 컨트롤타워를 국정원에 주는 것이다.
여야 원내지도부의 3+3 협상으로 넘어가면서 테러방지법 협상은 북한인권법·서비스발전기본법·노동 관련법, 그리고 선거구 획정과 연계됐다. 국회의 한 관계자는 “테러방지법이 다른 법과 함께 N분의 1법에 속했는데, 어느 순간 다른 법안에 비해 점차 비중이 있는 법안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여당이 테러방지법의 국회 통과를 서두르게 된 데에는 배후가 있다는 이야기다.
야당에서는 지난해 10월 문병호 의원이 국회 정보위에 정보감독지원관실을 설치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올해 1월에는 이종걸 원내대표가 ‘국제 공공 위해단체 및 위해단체행위 등의 금지에 관한 법률안’을 발의해 대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상황은 급변했다. 국회 정보위에서, 그리고 여야 원내지도부 간에 진행되는 협상 대신 이철우 의원의 발의 법안(2월 22일)으로 새로운 테러방지법이 등장한 것이다. 여기에는 인권보호관과 무고·날조 등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이 새롭게 들어갔다. 야당의 주장을 반영했다는 것이 여당의 설명이다. 하지만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내용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 감청과 계좌 추적의 권한 역시 국정원이 갖고 있다.
이 안은 정보위를 거치면서 정보위원장인 주호영 의원(새누리당)의 수정안으로 약간 문구가 바뀌었다. 국정원장이 대테러 활동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해 대테러 조사 및 테러 위험인물에 대한 추적을 할 수 있다는 조항 뒤에 ‘이 경우 사전 또는 사후에 대책위원회 위원장에게 보고하여야 한다’는 조항을 넣은 것이다. 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국무총리다.
야당에서 가장 우려하고 있는 조항은 부칙 2조다. 통비법과 FIU법 개정을 통해 국정원의 대테러 조사활동이 인권침해를 가져올 수 있다는 것이다. 신경민 의원 측은 “정부 부서의 명칭을 바꾸는 관련 법을 제외하고 부칙을 통해 타 상임위의 소관 법을 고친 일은 없었다”며 “법체계를 무시하고 흔드는 법”이라고 비판했다. 필리버스터의 첫 주자였던 김광진 의원은 2월 25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국회 내 각각의 상임위인 미래방송통신위와 정무위원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과정인데, 그게 진도가 나가지 않으니까 테러방지법이라는 이름을 만들어서 그 법의 부칙을 통해 해결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졸속으로 처리할 것이 아니라 각 상임위에서 심도있게 논의하는 것이 필요하고, 그래야만 어떤 견제장치나 보안장치들이 마련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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