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548) 주기율표

2016. 2. 17. 1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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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확인된 원소만 118종 자연의 오묘한 규칙성 담겨있어

주기율표에 4개의 인공원소가 더 들어가게 됐다. 이제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된 원소는 118종이다. 러시아의 드미트리 멘델레예프가 주기율표를 처음 만들었던 1869년의 56종에서 무려 2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원소의 수가 늘어나면서 주기율표의 구조도 복잡해졌다. 세상은 멘델레예프의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것으로 드러났다는 뜻이다.

세상에 독특한 물리·화학적 성질을 가진 근원적인 '원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은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었다. 선사시대부터 알려져 있었던 탄소·황·비소·철·구리·아연·납·주석·안티모니·비스무트·금·은·수은 등 13종이 바로 그런 원소들이었다. 자연에 원소 상태로 존재하거나 뜨거운 열을 가하는 정도의 간단한 방법을 통해 원소로 환원시킬 수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1669년 독일의 연금술사 헤니히 브란트가 소변에서 화학적 방법으로 인(phosphorus)의 존재를 확인하면서부터 인간에 의한 적극적인 원소 발견의 역사가 시작됐다. 그러나 수소·산소·질소·염소와 같은 원소들의 존재가 본격적으로 확인되기 시작한 것은 18세기부터였다.

원소의 분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기 시작했다. 라부아지에·되베라이너·상쿠르투아·마이어·뉴랜즈 등이 원자량을 비롯한 원소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근거로 하는 분류법을 내놓았다. 그러나 어느 것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1863년 뉴랜즈의 '옥타브 법칙'은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됐다. 음악에서 사용하는 음계를 흉내 낸 어설픈 분류가 설득력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멘델레예프의 주기율표도 역시 원소의 물리·화학적 성질을 근거로 한 것이었다. 그러나 멘델레예프는 혁명적인 가능성을 제시했다. 앞으로 새로운 원소가 더 발견될 수도 있고, 당시의 어설픈 실험으로 결정된 상대 원자량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멘델레예프는 자신의 주기율표에 빈 칸을 남겨두기도 했고, 심지어 원자량의 순서를 뒤바꿔 배열하기도 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통찰력이었다. 원자량이 다른 동위원소의 존재를 상상하지 못했던 때였기 때문에 더욱 그랬다.

주기율표의 정체를 알아내게 된 것은 1931년 영국의 제임스 채드윅이 '중성자'의 존재를 밝혀낸 덕분이었다. 원소를 구성하는 입자인 원자가 '원자핵'과 '전자'로 되어 있고, 원자핵은 다시 양전하를 가진 '양성자'와 전하가 없는 '중성자'로 되어 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원자핵을 구성하는 양성자 수에 해당하는 '원자번호'로 고유한 성질을 가진 원소를 구분할 수 있고, 원자번호가 같으면서 중성자의 수가 다른 동위원소가 존재한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현대의 주기율표는 원소를 원자량 대신 원자번호 순으로 배열한 것이다.

원소의 성질에서 나타나는 주기적 규칙성은 양자역학적인 이유로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결과다. 원소의 성질이 대부분 원자에 들어있는 전자의 양자역학적 배치에 의해 결정되기 때문이다. 가장 바깥쪽의 '원자가껍질'에 들어있는 전자를 뜻하는 '원자가전자'(valence electron)의 역할이 중요하다.

현대의 주기율표에서 원소는 전자껍질의 수를 나타내는 '주기'(period)와 원자가전자의 수를 나타내는 '족'(group)에 따라 분류된다. 1주기에는 수소와 헬륨의 2개 원소만 들어가고, 2주기와 3주기에는 각각 리튬에서 네온, 소듐에서 아르곤의 8개 원소가 배열된다. 4주기와 5주기에는 각각 18개의 원소가 들어가고, 6주기와 7주기에는 각각 32개의 원소가 채워진다. 앞으로 새로 시작될 8주기에는 무려 50개의 원소가 채워지게 된다.

원자번호에 따라 배열한 주기율표에서 원자량의 순서가 뒤바뀌는 이유도 밝혀졌다. 자연에 존재하는 동위원소의 상대적인 비율이 다르기 때문이다. 원자번호가 53인 아이오다인의 평균 원자량은 126.9이지만 원자번호가 52인 텔루륨의 평균 원자량은 127.6이다. 자연에 안정한 상태로 존재하는 텔루륨의 원자핵에 더 많은 수의 중성자가 들어있기 때문이다. 주기율표에 포함된 118종 원소의 배열 순서를 애써 기억할 이유는 없다. 구체적인 원소 이름을 외우는 것보다는 주기율표를 통해서 드러나는 자연의 오묘한 규칙성을 이해하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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