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폐쇄 이후] '북 돈줄 죄기' 전방위 외교전 나섰지만..중·러는 요지부동
[경향신문] ㆍ윤병세, 미·영·독·EU 물론 중·러 외교장관 연쇄접촉
ㆍ안보리 결의 외곽 지원과 별도로 양자·다자 제재 호소
정부가 국제사회를 상대로 ‘북한 돈줄 차단’을 위한 전방위 외교전에 나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북 제재 결의를 위한 외교적 노력인 동시에 각국이 독자 또는 다자 차원의 별도 제재 조치를 취하도록 설득하는 작업이다.
뮌헨안보회의 참석차 독일을 방문 중인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12~13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을 비롯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교장관, 영국·독일·이집트 외교장관, 페데리카 모게리니 유럽연합(EU) 외교안보정책 고위대표, 라시나 제르보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사무총장 등을 잇달아 만났다.
윤 장관은 면담에서 북한이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경우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인식할 수 있도록 유엔 안보리에서 강력한 제재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밝혔다. 윤 장관은 또 정부가 개성공단을 전면 중단하는 ‘중대한 결단’을 내렸다는 점을 강조하며 각국의 동참을 호소했다.
윤 장관의 ‘광폭 외교’ 목적은 국제사회 여론 형성을 통해 중국·러시아가 고강도 대북 제재에 동참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중·러 이외에 EU 등 이른바 ‘뜻을 같이하는 국가들’이 참여하는 다자 대북 제재 체제를 구축하려는 목적도 있다.
하지만 대북 제재 성패의 키를 쥐고 있는 중국의 입장은 변하지 않고 있다. 왕 부장은 윤 장관과의 회담에서 ‘신중 대처’를 강조하며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전달했다. 왕 부장은 또 13일 미·중 외교장관회담에서도 사드를 한반도에 배치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를 질타했다. 중국이 지금 상황에서 북핵 문제보다 미국과의 전략적 안보균형 유지 문제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있음을 보여준 것이다.
라브로프 장관도 외교장관회담에서 “관련 국가들이 자제하는 가운데 동북아시아의 긴장을 고조시키는 대응을 취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해 역시 사드 배치에 신경을 곤두세웠다. 그는 뮌헨안보대화 연설에서 “양자 제재 등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정부가 사드 배치로 중국을 압박하고 개성공단 전면 중단 조치를 선도적으로 취한 후에도 중·러의 입장이 바뀌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중·러가 이번 사안을 단순히 북한에 관련된 것으로 인식하지 않고 미국과의 전략적 관계 틀 속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한국이 이들을 움직이는 데는 한계가 있음을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정부의 강경조치가 결국 남북관계의 마지막 카드를 소진하고 한·중관계를 훼손시키는 결과에 그치고 마는 것 아니냐는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유신모 외교전문기자 sim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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