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 정상, 北核 첫 통화..대북 압박 효과볼까

【서울=뉴시스】김형섭 기자 = 박근혜 대통령이 5일 북한의 4차 핵실험과 관련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첫 전화통화를 가짐에 따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고한 북한에 압박으로 작용할지 관심이 모아진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후 9시께 시 주석과 통화를 갖고 ▲북한의 4차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발사 예고 대응방안 ▲한반도 정세 ▲한·중관계 발전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지난달 6일 북한의 4차 핵실험 강행 이후 약 한 달만이다. 북한의 핵실험 직후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및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의 연쇄통화로 긴밀한 협의가 이뤄진 것과 대조적으로 시 주석과의 전화통화는 그동안 성사되지 않았다.
특히 지금까지 있었던 네 차례의 북한 핵실험에서 한·중 정상이 전화통화를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런 점에서 박 대통령과 시 주석 간의 통화는 우선,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도입과 고강도 대북 제재조치 문제를 놓고 최근 미묘한 균열을 보였던 한·중 관계에 이상이 없다는 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은 북한의 핵실험 직후 "어려울 때 손을 잡아주는 것이 최상의 파트너"라며 대북제재 동참을 수차례 촉구하고 북한을 제외한 5자회담을 추진하자는 제안을 내놓았지만 중국은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또한 "안보와 국익에 따라 검토해 나갈 것"이라는 박 대통령의 언급 이후 사드 배치 문제가 공론화되자 중국은 관영 언론 등을 통해 "만약 한국 정부가 이대로 행동한다면 한·중 관계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이 핵실험에 대한 유엔 안보리의 제재안이 논의되는 와중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까지 예고, 중국을 곤혹스럽게 만들면서 이날 양국 정상간 통화가 전격 성사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일 중국 6자회담 수석대표인 우다웨이(武大偉) 외교부 한반도사무특별대표의 전격 방문이 이뤄진 상황에서 북한이 국제기구에 사실상의 미사일 발사인 '위성' 발사계획을 통보하자 북한과의 관계 정립에 곤란을 겪고 있는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 것과 무관치 않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전날 대국민 메시지를 통해 "북한의 오판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강력한 유엔 제재를 통해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생존할 수 없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깨닫게 만들어야 한다"며 고강도 대북 제재 동참을 촉구하는 대중(對中) 압박을 강화한 것도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다.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이자 강력한 대북 레버리지를 갖고 있는 중국 시 주석과의 통화는 어느 정도 북한에 압박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박 대통령도 통화에서 "북한의 도발은 한반도, 동북아와 세계 평화에 위협을 가하는 행위로서 이번만큼은 북한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하고 실효적인 결의를 유엔 안보리에서 채택하는 등 국제사회의 단호한 메시지가 신속히 행동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중국측의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했다.
중국은 지난해 10월에도 북한이 장거리 미사일 발사 움직임을 보이자 권력서열 5위인 류윈산(劉雲山) 공산당 상무위원을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 열병식에 참석시켜 발사를 중단시킨 바 있다.
북한이 미사일 발사를 준비하는 징후가 포착되는 상황에서도 중국이 우 대표를 평양에 보낸 것은 북한의 위성 발사 계획 확정 통보에 개의치 않고 장거리 미사일 도발을 막아내는 데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중국의 의지를 보여준 것이란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한·중 정상간 통화가 의미 있는 대북 압박 효과를 거두기는 어려울 것이란 반론도 제기된다.
오는 5월 제7차 당 대회를 앞둔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입장에서는 '핵 안보' 완성을 통한 결속력과 장악력의 극대화가 절실한 만큼 대외적 환경에 개의치 않을 거라는 전망이 크다. 중국도 북한을 설득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이미 북한은 4차 핵실험 직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결의 채택을 위한 초안 작업이 시작되고, 한·미·일 3국이 강력하고 포괄적인 제재를 천명했음에도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예고하면서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유엔 안보리 차원의 고강도 대북제재 도출을 원하는 미국과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중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꿀 징후도 보이지 않는다.
실제 청와대는 미·일 정상간 통화 때와는 달리 박 대통령의 협조 요청에 시 주석이 어떤 반응을 내놓았는지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시 주석이 강력한 대북제재 결의 요청에 직접적 답변을 회피했거나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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