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들의 천사'에게 한국 국적 선물합니다
천노엘 신부(84·오네일 패트릭 노엘)는 4일 법무부로부터 특별귀화 허가를 받은 뒤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81년 국내 최초로 지적장애인과 봉사자가 함께 생활하는 소규모 가족형 거주시설 '그룹홈'을 연 주인공이다. 장애인들은 그룹홈을 통해 수용시설 대신 지역사회와 호흡하게 됐다.
광주광역시에서 시작한 그룹홈은 이후 엠마우스복지관으로 규모가 커졌다. 천 신부는 "당시 발달장애인 부모들과 함께 지역사회가 발달장애인에 대해 더 잘 알 수 있도록 강의를 마련했다"며 "아이들이 준비한 예술제나 봉사활동을 통해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바뀌는 걸 볼 때 무척 행복했다"고 말했다. 천 신부를 장애인 인권에 헌신하도록 만든 건 1979년 접한 발달장애를 앓던 열아홉 살 소녀 '여아'의 죽음이었다. 당시 병원 측은 연고가 없는 여아의 장례비용을 다 지불할 테니 시신을 기증해 달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천 신부는 "살아서 인간 대접을 받지 못했는데 죽어서도 그렇게 할 수 없다"며 제안을 거절했다.
이후 여아에게 속죄하는 마음으로 평생을 장애인 인권 향상에 이바지했다. 그 결과 2014년 엠마우스복지관은 장애인복지관과 사회복지관 15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정기평가에서 평균 99.5점을 받아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천 신부는 "세상에 누구라도 무언가 필요하면 달라고 말할 수 있지만 발달장애인들은 그럴 수 없다"며 "이 사람들의 대변인이 돼야겠다고 다짐했다"고 소회했다.
법무부는 이 같은 공로를 인정해 4일 천 신부 등 특별공로자 2명에게 국적증서를 수여했다. 1957년 선교와 구호활동을 위해 국내에 입국한 후 60년 만에 그는 한국인이 됐다. 천 신부는 "특별공로자로 귀화 허가를 받은 것에 대해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한국인으로서 생을 마감할 때까지 봉사하며 살아가겠다"고 미소 지었다.
[홍성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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