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유공자·유족 지원, 내 삶 끝나는 날까지 계속할 것"

21년째 보훈 실천 잇는 ‘독립지사의 아들’ 추경석 前장관
“제 삶이 끝나는 날까지 독립유공자를 위한 지원을 계속할 것입니다. 제 지원이 독립유공자와 그 유족들에게 작은 위안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1977년 작고한 독립유공자 고 추규영 선생의 장남인 추경석(81·사진) 전 건설교통부 장관은 올해도 설 연휴를 앞두고 생계에 어려움을 겪는 독립유공자와 유족 중 10가구를 선정해 가구당 50만 원씩 500만 원의 성금을 지원한다.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을 꺼리는 추 전 장관은 항상 보좌관을 통해 서울지방보훈청에 기부의사를 전달했고 성금 전달식에는 단 한 차례도 참석하지 않았다.
추 전 장관은 지난 1995년부터 본인이 수령한 유족 보상금을 모아 독립유공자들에 대한 지원을 시작했다. 어느덧 20년이 넘었지만 단 한 해도 지원을 거르지 않았고 그 결과 무려 218명의 독립유공자 후손에게 1억1000만 원을 지원했다.
사회적 신분에 걸맞은 도덕적 의무를 다한다는 의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몸소 실천해온 추 전 장관은 “누군가를 돕는다는 것은 결국 자신의 마음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며 자랑할 거리가 못 된다”며 기부금 전달식 참석을 고사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추 전 장관의 부친 추규영 선생은 3·1 독립만세운동 당시 학생 신분으로 만세 운동을 주도하다가 일경에 체포돼 옥고를 치렀고, 해방 이후 전남지사를 역임했으며 1990년에 정부로부터 건국훈장 애족장을 추서받았다. 서울지방보훈청은 추 전 장관 뜻을 존중해 독립유공자 후손 중 생활이 어려운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조정 수당 지원자, 의료급여 수급자 중 지원이 필요한 분을 선정, 설 명절 전 추 전 장관의 기부금을 전달한다.
성금을 전달받은 독립유공자 유족 이모(87) 씨는 높아진 물가에 걱정이 많았는데 올해는 어느 해보다도 풍성한 차례상을 볼 수 있게 됐다며 감사의 말을 전했다. 이경근 서울지방보훈청장은 “나눔을 실천하는 모든 이들이 박수받아 마땅하겠지만 추 전 장관같이 꾸준하게 나눔의 온정을 베푸는 모습은 정말 존경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이 같은 미담 사례가 널리 알려져 국가유공자의 희생과 헌신에 감사하는 나눔의 문화가 확산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추 전 장관은 국세청장을 지냈으며 현재 동국제강 산하 송원문화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정충신 기자 csju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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