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쁘띠 성형

고재학 2016. 2. 3. 20:0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인구 대비 성형 비율은 세계 1위다. 고교ㆍ대학 졸업 선물로 자녀에게 성형을 해준다는 건 옛날 얘기다. 나이 든 여성은 물론 결혼이나 취직을 앞둔 남성까지 성형을 받아들이는 시대다. 성형중독 등 부작용이 없을 리 없다. 이 틈을 비집고 들어선 게 얼굴에 칼을 대지 않는 비(非)수술적 방법의 쁘띠 성형. ‘작은’ 이란 뜻의 쁘띠(Petit)가 붙은, 절개나 마취 없이 피부에 주사를 놓아 주름을 없애거나 피부의 꺼진 부분을 채워주는 성형이다. 상처가 안 남고, 짧은 시간에 끝낼 수 있어 갈수록 인기다.

▦ 아름다움에 대한 욕망은 시대를 초월한다. 성형수술은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 로마에서도 시행됐다. 정교한 미라 제작술을 갖췄던 이집트에서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피부이식수술을 했다고 한다. 기원전 800년경 인도에서 코를 잘라내는 형벌을 받은 죄수에게 이마피부를 이용해 복원수술을 했다는 기록도 있다. 18세기까지 이어진 ‘인도 조비술(彫鼻術)’은 1794년 영국에 전파돼 의학자들의 성형 연구열을 자극했다. 근대적 성형외과학은 제1차 세계대전에서 부상한 병사들의 재건수술을 통해 정립됐다.

▦ 20세기 초까지의 성형수술은 손상된 신체 부위의 기능 복원에 집중했다. 외과의사들이 미용성형에 눈을 돌린 계기는 1921년 시작된 미스아메리카 선발대회. 때마침 번창한 영화ㆍ광고산업은 화장품 등을 통해 아름다움도 만들어질 수 있다는 믿음을 확산시켰다. 여성 노동자들은 대공황을 거치며 개성과 경쟁의 자본주의 사회에서 외모의 중요성을 절감했다. 용모 열등감이 사회적 성공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는 정신과 의사 알프레드 아들러의 콤플렉스 이론이 미용성형을 꺼리던 의사나 대중의 거부감을 결정적으로 덜었다.

▦ 미용성형은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영향력이 큰 남미와 일본, 한국 등으로 급속히 퍼졌다. 미국은 유방, 브라질은 엉덩이 등 특정부위의 미용성형이 선호되는 반면, 우리나라는 얼굴형 코 유방 다리 등 전방위다. 외모지상주의와 속도 강박증은 칼을 대지 않는 쁘띠 성형 열풍을 낳고 있다. 하지만 아무리 간단한 시술도 부작용과 중독성이 따른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3년 간 피부 괴사, 안면 마비 등 쁘띠 성형 피해가 1,245건에 달했다. 나이에 맞는 아름다움과 품위를 지키는 자연미인이 그립다.

고재학 논설위원 goindol@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