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들부들 청년][2부②건물주의 물주가 되다]"내가 봐도 월세·임대료 비싸지만 그래도 더 올리려는 게 인간 욕심"
[경향신문] ㆍ건물주는 청년 ‘주거고통’ 어떻게 생각할까
심주현씨(57·가명)는 동네 공인중개사 사이에서 ‘심여사님’으로 불린다. 가족이 사는 132㎡(40평) 아파트 외에 서울 강북지역에 다세대주택 2채, 13㎡(4평)~20㎡(6평) 원룸 50개가 들어선 빌딩 1곳을 소유하고 있다.
심씨는 6년 전부터 주택임대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원룸이 있는 건물을 4차례나 사고팔았다. 건물을 되팔 때마다 그는 1억~2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뒀다.
“나도 어렸을 때는 세를 받아 먹고 사는 건 안된다고 생각했는데….” 심씨는 “내가 봐도 우리나라 집값이나 월세, 상가 임대료는 너무 비싸다”며 “건물주들은 임대료를 이미 충분히 받으면서도 더 올리려고 한다. 그게 인간의 욕심”이라고 말했다. 심씨는 건물주들의 욕심을 ‘남 얘기 하듯’ 말했다.
심씨는 국세청에 주택임대사업 소득을 신고한 11만3893명(2014년 기준) 중 한 명이다. 치밀하고 계산이 빠른 그는 세입자들의 고된 삶에 공감하면서도 자신이 챙겨가는 높은 임대료 수입이 부당하다곤 생각하지 않았다. 심씨는 “임대로 돈 버는 것도 쉬운 게 아니더라. 시장조사도 하고, 관리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건물주’ 윤태영씨(58·가명)는 서울 강북지역 대학가에서 20㎡(6평)짜리 방 20개를 임대하고 있다. 5년 전 야채장사를 그만두고 그간 모은 돈과 은행 대출을 합쳐 땅을 사고 건물을 지었다. 노후 준비의 일환이었다. 윤씨는 전세금 받은 것을 빼고 월세로만 월 500만원 정도를 고정적으로 얻고 있다.
윤씨는 “요즘 청년들 딱하다. 집값도 많이 올랐고, 취업도 잘 안된다. 나는 월 40만원씩 받는데 내는 사람 입장에서는 부담스러운 금액이라고 생각한다”며 “내가 조금 손해보더라도 대학 기숙사가 많아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기숙사나 공공임대주택이 많아지면 윤씨는 원룸을 팔고 상가건물을 하나 살 예정이다. 건물 1·2층엔 직장 다니고 있는 두 자녀가 하고 싶은 장사를 하도록 공간을 내주고, 꼭대기층에선 남편과 함께 살려고 한다. 그러나 윤씨 역시 임대업자들의 소득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그는 “투자한 돈에 비례해 돌려받는 것이어서 월세소득이 불로소득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50㎡(15평)짜리 아파트 3채를 매입해 월세수입을 올리면서도 임대사업자로 등록하지 않은 김수희씨(55·가명)는 자신의 ‘욕심’을 인정했다. 그는 “내가 몸이 약해서 약값이 많이 드는데 몸이 온전하다 해도 그렇게 (월세를 낮춰주진)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김씨는 특히 청년들에 대한 묘한 감정을 드러냈다. “월급 얼마 받는다고 월세 50만원 내고 나면 뭐가 남겠느냐”면서도 “사실 우리 20대 때에도 먹고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였다. 멕시코에선 지금도 한 방에 30~40명씩 사는 곳도 있단다”고 했다. ‘월세가 저렴해지면 청년들의 숨통이 트이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김씨는 “돈의 섭리가 그렇지 않다”면서 “(요즘 청년들은) 스타벅스 커피 5000원짜리 먹는 애들”이라면서 “담배 두 갑 피우다가 한 갑 피운다고 그만큼 저금하려 들겠느냐”고 되물었다.
취재진이 만난 건물주들은 대체로 청년들의 ‘주거 고통’을 이해하는 듯 보였다. 그러면서도 임대료를 점점 올리는 이유를 묻자 ‘시세’를 얘기했다. 실제 시장에서는 보증금이나 전·월세가 오르는 요인과 정보를 빨리 건물주에게 알려주고, 재계약 시 수수료를 챙기는 공인중개사도 주택 월세나 상가 임대료 상승을 부추기는 축이었다.
<김원진·정대연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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